[포토]고다이라 품에 안긴 이상화
이상화(왼쪽)가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뒤 금메달리스트 고다이라와 포옹을 하고 있다. 강릉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빙속 여제 이상화(29)와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32)의 포옹이 전 세계에 감동을 전했다. 올림픽은 경쟁이 아닌 축제라는 것을 어깨동무한 태극기와 일장기로 대변했다.

한국 선수로는 올림픽 사상 첫 3연패 도전에 나선 이상화는 지난 18일 강릉 관동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500m에서 37초 33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마지막 코너에서 밸런스가 살짝 흐트러져 압도적인 100m 기록에도 불구하고 고다이라 나오(36초 95)에 0.48초 뒤졌다. 끝났다는 안도감과 해냈다는 자긍심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눈물을 짓던 이상화는 10년 이상 우정을 쌓은 고다이라와 진한 포옹을 나눴다. 귓속말로 서로에게 경의를 표한 이들은 트랙 한 바퀴를 돌 때까지 맞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고다이라는 “제일먼저 ‘잘했어’라고 한국말로 위로했다. (이)상화가 3연패 때문에 얼마나 큰 압박을 받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 어려움을 노력을 통해 이겨냈다는 점을 축하하고 위로하고 싶었다. 그리고는 나는 앞으로도 너를 우러러 볼 것이라 말했다”고 설명했다. 금메달의 기쁨도 크지만 엄청난 부담감을 이겨내고 멋진 레이스를 펼친 친구에게 경의를 먼저 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상화 역시 “나오와는 중학교 때부터 함께 했다. 경기가 끝나면 결과와 상관없이 늘 항상 축하를 해줬다. 지금까지 같은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억이다. 나오는 1000m, 1500m를 뛰고 500m에도 나왔다. 그 점이 정말 존경스럽다. 남다르다고 느꼈다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하염없이 흐르던 이상화의 눈물을 고다이라가 닦아준 셈이다.

[포토]손 맞잡은 이상화와 고다이라
이상화(왼쪽)가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뒤 금메달리스트 고다이라와 손을 맞잡고 있다. 강릉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 장면인 곧바로 전 세계로 타진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홈페이지를 통해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소식을 전하면서 “메달이 확정된 뒤 고다이라가 이상화에게 다가갔다. 둘은 국기를 들고 함께 빙판 위를 달렸다”며 “이것이 올림픽”이라고 전했다. AP통신도 “역사적인 문제로 얽혀있는 두 나라가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는 화합을 보여줬다”며 칭찬했다. 미국 NBC와 야수흐포츠도 “이상화와 고다이라의 포옹은 스포츠맨십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며 찬사를 보냈다.

독도 영유권 주장 등으로 한국에 미운털이 제대로 박힌 일본 언론도 이 장면에서는 정치와 이념을 내려 놓았다. 보수 언론인 요미우리 신문은 사회면에 둘의 포옹 장면을 실으며 “오랜 시간 라이벌인 이상화 선수와의 우정에 경기장에서는 큰 박수가 일었다”고 소개했다. 아사히신문 역시 “이들은 경기 후 ‘좋은 친구’ ‘선수로도 존경할 수 있는 친구’라고 서로에게 말했다. 숙적관계로 생각할 수 없었다”고 솔직하게 썼다.

최선을 다해 경쟁을 한뒤 서로를 인정하는 빙속 여제들의 모습에는 시기나 질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스포츠가 전하는 감동, 그 이상의 울림을 전해준 빙속 여제들의 우정은 이해집산으로 얼룩진 ‘어른들’이 반드시 본받아야 할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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