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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나란 틀 위에 ‘음악’이란 지점토를 붙여가는 과정을 거쳤어요.”

래퍼 애쉬비가 최근 몇년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왜 앨범을 내지 않냐, 잊혀지는 게 두렵지 않냐”는 것이었다. 2015년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2’와 2016년 ‘쇼미더머니5’·‘언프리티 랩스타3’에 연이어 출전하며 얼굴을 알렸지만 앨범을 발표한 건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연 이전인 2014년 9월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서바이벌 미션 참가곡이 아닌 음원을 정식으로 발매한 것도 2016년 12월 게임 OST에 참여한 게 전부였다.

최근 만난 애쉬비는 “너무 쉬었다. 그러나 그 공백기 동안 내가 성장한 것 같다. 내 스스로에게 지점토를 붙여가듯 스스로 다져진 시간이었다, 왜 앨범을 안냈냐고? 내가 행복해야 듣는 이도 행복할 것 같았다. 내가 만족해야 듣는 이들도 만족할 것 같았다. 싱글이라도 쉽게 낼까 했지만 내 성에 차지 않았다. 내가 조금 더 행복하고, 내가 스스로 만들어졌다고 느낄 때 새 앨범을 내고 싶었다. 이제 앨범을 낼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 지금을 위해 이전에 힘들었던 건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을 하기 전 가구디자이너였던 경력 답게 미술에 빗대서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애쉬비은 최근 발표한 새 미니앨범 ‘에브리씽(Eveything)’에서 작사 작곡, 프로듀싱은 물론 디자인까지 책임지며 오롯이 자신의 역량을 쏟아부었다. 타이틀곡 ‘차단했어(BLOCKED)’는 전 남자친구를 잊지 못해 그를 차단하고 싶다는 주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힙합곡이다. 중독성 있는 훅의 멜로디 라인이 인상적이며 몽환적인 보컬 체리 코크(Cherry Coke)가 피처링 참여했다. 이외에도 앨범에는 808 베이스, 레챗 장르 등 알앤비 힙합 안에서 애쉬비의 다양한 색깔이 담긴 5곡이 수록됐다.

“이번 앨범 제목이 ‘에브리씽’인건 장르를 불문하고 하고 싶은 걸 다 넣었기 때문이다. 분출하는 느낌으로 이것저것 다 하고 싶다. 어떤 장르든 다 하고 싶었다. 내 색깔? 내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다양한 색을 내고 싶었다. 새 앨범 1,2번 트랙은 감성적이고 연인의 감정선을 다뤘다면 3~5번으로 이어질 수록 힙합적인 요소가 강해진다.”

애쉬비는 2016년 중반부터 약 1년반 동안 지독한 ‘슬럼프’도 경험했다. 그러나 단지 방황만 한게 아니라 이 기간 동안 50여곡을 만들었고, 그중 추리고 추린 5곡을 새 앨범에 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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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음악을 주구장창 만들었다. 밖에서 봤을 땐 백수와 다를바 없는 생활이지만 그 시간이 아깝지 않은 게 이번 앨범을 내기 위해 노력한 작업 같은 느낌으로 남는다. 그 기간 동안 예전 내 랩의 잘못된 버릇도 덜어내고, 음악적으로 더 좋게 들리기 위한 고민도 했다. 슬럼프가 오기도 했는데 아직 그걸 이겨내는 방법은 모르겠다. 내 상황에서 오느 슬럼프라 노력으로 극복되는 건 아니었다. 그냥 그 시간 자체를 즐기려 노력했다. 어느 순간이 되니 슬럼프가 자연스레 풀리더라. 왜 내가 다시 행복해졌는지는 모른다. 아무 이유도 없다. 자연스럽게 풀렸고, 결과가 좋기에 그 시간이 아깝지 않다.”

이제 애쉬비의 목표는 ‘꾸준한 활동’이다. “쉴만큼 쉬었다. 노력하는 기간도 충분히 보냈다.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계속 꾸준하게 실천해 나가겠다. 가라앉고, 잊혀진 시기가 있었지만 이제 나를 제대로 각인시키고 싶다. 꾸준히 하면 알아주지 않겠나. ‘음악 진짜 좋다’, ‘계속 듣고 싶다’는 말을 듣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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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