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기호기자]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주고 싶었던 두 청년이 있습니다. 이들은 개그맨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지만, 최근 2년간 방송사에서 공채를 진행하지 않는 등 무대에 오르는 게 어려워지자 잠시 멈칫하기도 했는데요. 불확실한 미래만 바라보지 않고 언젠가 주어질 기회를 잡기 위해 새로운 분야로 눈을 돌렸습니다.


인덕대 방송연예과에 재학 중인 스물다섯 동갑내기 장명준(왼쪽)과 박민규는 지난해 2월 '더블비'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습니다. 각종 패러디와 몰래카메라, 일상 영상 등으로 네티즌에게 웃음을 선사하며 약 1년여 만에 구독자 30만명을 보유한 크리에이터로 성장했죠. 이들이 그려나가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지난달 20일 서울 동대문의 한 카페에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 팀명 '더블비'에 담긴 뜻이 궁금해요.


더블비 : 부르기 쉬운 이름일 뿐 특별한 건 없어요(웃음). 굳이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면 상황에 따라 '더블 비글', '더블 보이' 등 알파벳 'B'가 들어가는 단어를 붙이죠. 열려 있는 팀명 덕분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 2017년 2월 9일 대한항공 기내 난동 패러디로 시작해 다양한 콘셉트로 영상을 제작 중입니다.


더블비 :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슈가 항상 있는 게 아니라서 패러디 소재를 찾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우리만 즐거운 건 의미가 없고. 재미있는 것을 찾는 과정에서 장난치는 모습을 몰래카메라 콘셉트로 영상에 담았어요. 네티즌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싶어서 '하면 하지' 코너도 만들었지만, '발가벗고 돌아다녀 주세요'와 같은 무리한 요구가 많아 잠시 쉬고 있죠.


Q : 차별화를 둔 부분이 있을 텐데요.


더블비 : '웃음'이라는 기본에 집중하려고 해요. 재미있는 영상을 제작하는 크리에이터가 많지만, 우리의 색깔을 갖고 더 재미있게 만들려고 노력하죠. 영상에 일반인이 등장하면 신선할 수 있지만, 의도치 않게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가 있잖아요. 서로 골탕을 먹여도 친구 사이다 보니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Q : 각자 기억에 남는 영상을 꼽는다면.


장명준 : 해병대 콘셉트를 기획하고 촬영할 당시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많은 분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개인의 만족과 별개로 많은 사람이 'ㅋㅋㅋ'라는 댓글을 달면서 즐거워하면 콘텐츠를 잘 만들었다는 생각에 짜릿합니다.


박민규 : 가을이라 물에 들어가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정말 추웠어요. 더는 참을 수 없어서 해병대도 사람이라며 살려달라고 절규했습니다(웃음). 해병대 영상도 기억에 남지만, 공항 도둑 패러디를 빼놓을 수 없죠. 이후 구독자와 조회수가 급증했으니 지금의 '더블비'를 만든 영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해요.


Q : 혼자가 아닌 둘이라서 좋은 점이 많을 것 같아요.


더블비 : 혼자선 답이 보이지 않던 수학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는 것과 비슷해요. 5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라서 트러블이 없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찾아내기도 하죠. 촬영하는 것도 수월하고. 같은 이유로 '보물섬', '싱호' 등과 활발하게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 그렇군요. '더블비'가 아닌 개인의 색깔은 어떤가요?


장명준 :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백지라고 할까. 어떠한 소재라도 무난하게 소화하는 듯해요. 상대적으로 평범하게 생긴 덕분에 많은 분이 부담 없이 다가오죠. 고등학생이 반말도 잘 하고(웃음). 거리낌 없이 편하게 대해주니 좋더라고요.


박민규 : 영화 '범죄도시'의 장첸, 래퍼 정상수, 쇼트트랙선수 임효준 등 닮은 사람이 많아요. 코가 커서 수염만 그리면 니콜라스 케이지 같은 서양인 느낌도 나고. 얼굴을 활용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게 장점이죠.


Q : 영상에서 보이는 밝은 모습과 달리 힘든 일도 있었을 듯합니다.


장명준 : 활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각자 아르바이트를 해서 500만원씩 모았는데, 월세 보증금을 내고 컴퓨터를 구매하니 남는 게 없더라고요. 큰소리치면서 집을 나왔는데 손을 벌릴 순 없고. 한여름에 전기세를 아끼려고 더울 때마다 찬물로 씻거나 속옷만 입고 바닥에 누워있었죠. 에어컨이 뭐예요. 선풍기도 없었는데. 당시 한 끼를 먹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돈이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해요(웃음). 생활비로 쓸 정도의 수입이 있고, 큰돈을 벌고 싶다는 욕심이 없어서 아르바이트가 아닌 영상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에 시간을 쏟고 있습니다.


박민규 : 졸업과 동시에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제대 후 '이 길이 아닌 것 같으니 예체능을 접고 기술을 배워야겠다'라는 생각까지 했죠. 그때 '보물섬', '싱호', '돌잼' 등 학교 선배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고, 덕분에 조금 더 빠르고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Q :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청소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장명준 : 조언할 위치는 아니지만, 하루빨리 실행에 옮기는 게 중요해요. 직접 몸으로 부딪치면 자신과 잘 맞는지 확인할 수 있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울 수 있는 것도 많거든요. 실패 가능성을 줄이려고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면 그땐 이미 너무 늦은 거죠.


박민규 : 되든 안 되든 꾸준해야 해요. 유명한 사람들의 채널만 보고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첫술에 배부를 수 없잖아요. 저희도 대단한 게 아니라 꾸준히 활동해서 조금씩 인정받는 거죠. 또한,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자극적인 소재만 찾다 보면 크리에이터로서 수명은 짧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Q : 최근 푹 빠져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박민규 : 약 1년 전 트레이너로 활동하는 친구가 프로필 사진을 찍었는데 정말 멋있더라고요. 대회에 출전할 계획은 없지만, 스스로 만족할 정도의 몸을 만들기 위해 한 달간 하루도 빠짐없이 네 시간 이상 운동해 체중 10kg을 감량했습니다. 탄탄한 근육도 생겼고요. 최근 운동을 많이 못해 예전과 같은 몸매는 아니지만, 올 여름에 한 번 더 도전하려고 합니다.


장명준 : 아프리카TV를 통해 1인 방송을 즐겨 봐요. 철구와 외질혜 등 BJ들의 영상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별풍선이요? 마음껏 쏘고 싶지만, 아직 재력이 안돼 못하고 있습니다(웃음).


Q :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과 관련해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박민규 :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어 여러 크리에이터와 함께 활동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일상을 공유하면 네티즌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아 대학 졸업 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방송도 계획 중이고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려고 합니다.


장명준 : 이번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까지 구독자를 50만명으로 늘리고 싶어요. 쉽게 달성할 수 없는 목표지만, 높게 잡아야 근처라도 가니까(웃음). 초심을 잃지 않고 많은 분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항상 노력할 테니 꾸준한 관심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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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정기호기자 jkh113@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