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하은 인턴기자] 미세 먼지가 패션도 바꿔놓고 있다.


혹한의 추위가 끝나고 봄이 성큼 다가왔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하늘을 뿌옇게 만드는 최악의 미세먼지에 야외 활동도 주춤하게 된다. 그렇다고 봄을 이렇게 보낼 순 없다. 안전하고 즐거운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기 위해 황사와 미세먼지 등 외부 위협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한반도를 뒤덮은 최악의 미세먼지가 '마스크 패션' 시대를 만들었다. 연예인들의 공항 패션 아이템 으로 여겨지던 마스크가 봄철 각종 유해 먼지 등 환경 문제와 맞물려 기능과 디자인을 겸비한 일상 아이템으로 거듭났다. 꽃놀이부터 등산, 캠핑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기능성과 스타일까지 모두 잡은 '마스크 패션'이 뜨고 있다.


▲ 2018 패션계의 블루 오션은 '마스크'


마스크는 요 몇 년 사이 하나의 '블루오션'이 됐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서울패션위크 2018 F/W 컬렉션에서는 마스크와 복면을 착용한 패션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신규용·박지선 디자이너의 작품 '블라인드니스'는 '전쟁 속에서도 피어난 평화'라는 주제로 군복과 꽃무늬를 결합한 독특한 룩을 선보였다. 꽃문양의 복면으로 머리 전체를 가리거나 눈만 내놓은 패션은 파격적이었다. 꽃문양뿐 아니라 진주 장식, 독특한 패턴의 마스크로 전체적인 의상에 포인트를 줬다.


마스크는 지난 2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밀라노 패션위크 '구찌(Gucci)' 컬렉션에도 등장했다. '구찌'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이번 컬렉션에서 복면과 크리스털 등 볼드한 액세서리를 활용한 복면 스타일을 제안했다.


해외에선 이러한 패션을 지칭하는 신조어 '스모그 꾸뛰르'란 말도 생겼다. 고급 여성복, 맞춤복을 가리키는 말인 꾸뛰르 앞에 스모그를 붙여서 대기오염을 인식한 의상이라는 뜻이다.


현재 마스크를 둘러싼 열기를 가장 잘 설명하는 주인공은 중국의 디자이너 왕지준(zhijunwang)이다. 그는 아디다스가 뮤지션 칸예 웨스트와 컬래버레이션으로 큰 인기를 끈 운동화 '이지 부스트'를 뜯어내 마스크로 만들어 단번에 인스타그램 스타가 됐다. 그 후로도 하이엔드 브랜드 오프화이트와 나이키가 함께한 '베이퍼맥스' 등 잘 나가는 스니커즈를 해체하고 이어 붙여 마스크로 재탄생시켰다.


해외 패션계에서 일명 '마스크 맨'이라 불리는 바조우는 레이디 가가, 저스틴 비버 등을 고객으로 둔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다. 독특한 아이라인과 마스크의 입 부분을 찢어서 기괴한 멋을 뽐내는 건 이제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바조우가 이끄는 브랜드 '99%IS-(나인티나인퍼센트이즈-)'에선 마치 운동화를 연상시키는 끈이 달린 마스크부터, 눈만 빼놓은 채 거의 얼굴 전체를 덮는 패션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 색도 디자인도 각양각색…스타들도 빠진 마스크 패션


스타들도 패션 디자인과 함께 기능성도 갖춘 마스크를 찾고 있다. 공항이나 리허설 등에서 민낯을 가리는 용도로 사용했던 것과 달리 다양한 무늬, 색깔의 마스크를 착용하며 미세먼지 차단 기능과 함께 패션도 챙기고 있다.


특히 패션마스크 브랜드 '르마스카(LeMASKA)'는 일명 '연예인 마스크'로 유명하다. '르마스카'는 이전에 없던 트렌디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을 바탕으로 기존에 페이스웨어의 틀을 깬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다양한 색상과 패턴, 얼굴 핏을 생각한 입체적인 라인이 특징이다. 소재 또한 99.9% UV 차단, 항균, 방취 스트레칭 소재로 기능성을 강화했다. 최근에는 Mnet '고등래퍼2'와 스페셜 컬래버 제품을 출시하며 대중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스타들은 패션 마스크로 다양한 개성을 발산한다. 시크한 블랙컬러 마스크는 의상과 매칭도 쉽고 튀지 않는 모던함을 표현할 수 있어서 가장 널리 사용하는 아이템이다. 이러한 블랙컬러에 독특한 로고패턴이 가미된 시그니처 마스크는 고급스러움을 더해준다. 조권은 블랙 바탕에 그레이 패턴으로, 황치열은 그라데이션 그레이 마스크로 멋스러움을 더했다.


뉴키드 진권은 '고등래퍼' 이니셜이 새겨진 마스크로 힙한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방탄소년단 RM은 별 그림이 새겨진 블랙 가죽 마스크로 시크한 매력을 더했다. 편한한 니트웨어에 시그니처 마스크를 매치한 승리에게서는 고급스러운 느낌까지 묻어난다.


리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화이트 마스크에 비대칭으로 주얼리 오브제 문양이 프린트된 독특한 마스크를 착용한 사진을 공유했다. 래퍼 산이는 방독면을 연상시키는 마스크로 큰 화제를 모았다.


▲ 일상 아이템이 된 마스크, 판매량도 급증


올해 초 리서치 기업 '트렌드모니터'가 미세먼지 관련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90.5%는 "이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일상적인 풍경"이라고 답했다. 그만큼 마스크는 이제 일상의 아이템이 됐다.


실제로 최근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일반 황사와 미세먼지 마스크뿐 아니라 필터와 디자인까지 갖춘 마스크의 판매량도 급증했다. 봄철에도 야외활동을 포기할 수 없는 아웃도어 족을 잡기 위해 그간 재킷과 등산화를 중심으로 상품을 선보이던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마스크를 신상품으로 내놨다.


마운티아는 '더스탑 마스크'를 올해 처음 선보였다. 코에서 턱, 귀까지 얼굴의 입체 곡선을 따라 디자인해 착용감이 편안하고 어두운 색상으로 일상복에 매치하기 편하다. 유해물질과 함께 봄철 야외활동시 자외선도 99.9% 차단해 피부 보호 역할도 한다. 마스크 안쪽에는 필터를 갈아 끼우는 형태로 제작해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피타 마스크'는 유명 연예인들이 많이 사용해 '연예인 마스크'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봉제선이 없어 착용감이 편안한 게 특징이다. 프로스펙스도 최근 '미세먼지 에어쿠션 마스크'를 출시했다. 미세먼지 제거 기능이 우수하며 푹신한 에어쿠션 패드로 자국을 방지했다. 마스크와 필터는 세척해 재사용할 수 있다.


노스페이스는 마스크를 아예 재킷과 세트 상품으로 내놨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의류에 달라붙는 것을 줄여주는 도전사 원단으로 정전기를 최소화했다. 선착순으로 증정한 해당 마스크는 문의가 급증해 노스페이스 공식 페이스북에서 따로 증정 이벤트를 진행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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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마운티아, 프로스펙스, 노스페이스, 피타 마스크, 르마스카·왕지준·산이·장우혁 인스타그램, 헤라 서울패션위크 홈페이지, W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