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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후 기쁨을 나누고 있는 한화 선수단(상단)과 롯데 선수단. 사진ㅣ최승섭,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최민지기자] 독수리 군단의 비상과 거인 군단의 진격이 심상치 않다. 시즌 전 최약체로 평가받던 한화는 20일 현재 SK와 공동 2위를 달리고 있고 시즌 초반 꼴찌를 헤매던 롯데는 어느새 5위까지 올라왔다. 5월만 놓고 보면 한화가 12승4패로 1위, 롯데가 10승5패로 2위다. 무서운 상승세로 리그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두 팀, 그 원동력을 들여다 보면 공통 키워드 두 가지가 눈에 띈다. 바로 마운드와 가성비다.

한화는 팀 방어율 4.36으로 1위, 롯데는 4.56으로 3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불펜진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한화 불펜은 방어율 0점대(0.92)를 자랑하며 벌써 17세이브를 쓸어담은 마무리 정우람을 필두로 리그 1위(3.25)에 빛나는 최강 철벽을 자랑하고 있다. 송은범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고 ‘미스터 제로’ 서균의 존재감도 크다. 특히 서균은 19일 잠실 LG전에서 2-1로 앞선 9회 1사 1,3루의 위기에 마운드에 올라 병살타를 유도해 경기를 끝냈다. “불펜에서 가장 믿음직한 선수”라는 송진우 투수코치의 말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여기에 박상원과 안영명 장민재 이태양 박주홍 등 필승조,추격조 구분없이 모두가 고루 활약하고 있다.

롯데는 ‘오(오현택)-명(진명호)-락(손승락)’ 신(新) 필승조 트리오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오현택은 올시즌 20경기 1승 7홀드 방어율 1.93을 기록하고 있으며 진명호도 24경기에서 4승1패 1세이브 5홀드 방어율 1.11이라는 인상적인 모습으로 필승조 자리를 꿰찼다. 새로운 필승조 구성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멤버인 마무리 손승락은 17경기 1승1패 8세이브 방어율 3.18로 여전한 구위를 뽐내고 있다. 세 사람의 활약을 앞세운 롯데 불펜진은 방어율 4.24로 한화에 이어 2위다. 롯데 불펜이 더 무서운 점은 지난 해 필승조였던 박진형 조정훈까지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샘슨듀브
왼쪽부터 한화 키버스 샘슨, 롯데 펠릭스 듀브론트. 사진ㅣ최승섭,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5월 들어서 두 팀은 선발 마운드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두 팀 모두 4월까지 선발 방어율은 9위(한화,5.99)와 10위(롯데,6.06)에 머물렀다. 선발이 일찌감치 무너지며 선발승도 한화가 6승,롯데는 단 2승에 불과했다. 그러나 5월 들어 롯데는 펠릭스 듀브론트와 브룩스 레일리가 살아났고 김원중도 최근 3경기에서 좋은 투구를 펼치며 2승을 거뒀다. 선발진 막내 윤성빈도 20일 사직 두산전에서 승패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5이닝 1실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롯데의 5월 선발 방어율은 2.73으로 10개 구단중 가장 낮아졌고 선발승도 7승으로 가장 많이 거뒀다. 한화 역시 외인 원투펀치 키버스 샘슨과 제이슨 휠러를 필두로 배영수 김재영 김민우 등 토종 선발진도 자리를 잡아가며 선발 방어율 3위(4.13)에 올랐고 선발승도 6승을 기록했다. 선발과 불펜의 조화가 두 팀의 5월 상승세를 이끈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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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한화 제라드 호잉, 롯데 채태인. 사진ㅣ배우근,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두 팀에게는 ‘가성비의 팀’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수년간 거금을 들이고도 외인 농사에 실패했던 한화는 올시즌 ‘저비용 고효율’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한화는 올해 외국인 선수 3명(샘슨·휠러·제라드 호잉)을 영입하는데 10개 구단 중 최저 금액인 총액 197만5000달러(약 21억원)를 썼다. 지난 해(480만 달러)와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었으나 활약은 그 이상이다. 샘슨과 휠러는 점점 안정을 찾아가며 꾸준히 이닝을 책임져주고 있다. 특히 샘슨은 무시무시한 탈삼진 능력을 과시하며 이 부문 1위(72탈삼진)에 올랐다. ‘복덩이’ 호잉도 최근에는 공격에서 페이스가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공수 모두에서 활약이 크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호잉을 쉬게 해주고 싶어도 그 효과가 너무 커 쉽게 결정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다.

롯데는 ‘가성비 갑’ 토종 선수들의 활약에 웃는다. 지난해 원소속팀 넥센과 프리에이전트(FA) 계약에 난항을 겪은 채태인은 계약 기간 1+1년에 총 10억 원(계약금 2억 원·연봉 2억 원·옵션 해마다 2억 원) 규모의 사인 앤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추운 겨울을 보낸 채태인이지만 올시즌 활약은 놀랍기만 하다. 4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8 4홈런 23타점을 기록했다. 19일 사직 두산전에서는 통산 1000번 째 안타를 만루 홈런으로 장식하기도 했다. 채태인뿐 아니라 지난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로 이적한 이병규와 오현택도 몸값 대비 뛰어난 활약으로 팀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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