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축구대표팀의 파주 훈련, 대표팀에 쏠린 열기!
축구대표팀이 24일 파주 NFC에서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파주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파주=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스웨덴전에 꼭 필요한 전술이긴 한데….”

소집 나흘 째를 맞은 신태용호 화두는 스리백이다. 신 감독이 필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 러시아 월드컵 첫 경기 스웨덴전에서 스리백 활용 가능성을 시사했고 2002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인 이영표 KBS 해설위원 등 축구계 관계자들도 이에 적극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수와 김민재, 염기훈, 권창훈, 이근호 등 주전 혹은 조커로 쓸모 있는 자원들이 대거 부상 낙마하면서 신 감독이 당초 구상했던 4-4-2 포메이션이 밀려나고 3-5-2(5-3-2) 포메이션이 아예 대표팀의 플랜A로 자리매김할 태세다. 다만 수준이 유럽이나 남미보다 떨어지는 한국 선수들 상황을 고려할 때 스리백 완성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태극전사들을 둘러싼 난제로 보인다. 신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으로 온 뒤 스리백 시스템에서 실점이 많았다는 점도 불안을 키우는 아킬레스건이다. 신태용호는 ‘스리백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갈까.

◇이영표도 “스웨덴전 스리백 써야”

신 감독은 지난 14일 28명의 소집 명단을 발표하면서 수비수를 당초 예상한 8~9명보다 훨씬 많은 12명이나 뽑아 스리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23일 훈련장소인 파주 NFC에서 열린 인터뷰에서도 “스웨덴 언론에서 우리가 4-4-2를 플랜A로 간다고 하더라. 우린 그 것 뿐 아니라 다른 것도 준비 중이라는 말만 할 수 있다”고 밝혀 포백 폐기의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때마침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족집게 해설’로 호평을 받았던 이영표 위원도 ‘신태용호’의 스웨덴전 스리백 활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스웨덴은 4-4-2포메이션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만큼 우리는 수비할 때 한 명 더 세울 수 있는 스리백으로 맞설 가능성이 크다. 반면 전술 변화가 큰 멕시코를 상대로는 포백이 적절하다”고 추천했다. 이어 월드컵 개막(6월14일)까지 남은 기간 신태용호의 최대 과제로 스리백 완성도 향상을 꼽았다.

◇시간과 조직력 더 필요하다, 그래서 어렵다

문제는 스리백이 포백보다 시간을 더 많이 요구한다는 점이다. 스리백을 잘 썼던 최용수 전 서울 감독도 “이 전술은 짧은 시간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맞춰 나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축구인들도 대체로 이에 동의한다. 가장 빠른 시간에 완성도를 쌓아올릴 수 있는 기본 전술로는 4-4-2가 꼽힌다. 수비수 4명과 미드필더 4명이 두 줄을 이뤄 자신이 맡은 구역에서 수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비수를 한 명 줄이면 좌·우 윙백이 공격으로 나설 때 3명 혹은 4명이 넓게 벌려서 후방 수비를 구축하고, 윙백 한 명이 측면에 두 명(포백일 경우) 포진하는 상대와 싸워야 하는 등 전술의 난이도가 높아진다. 장지현 SBS 해설위원은 “스리백의 경우, 팀의 조직력은 물론 선수들의 축구 지능이나 약속된 플레이, 활동량 등이 요구된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스리백을 활용하고 있는 조성환 제주 감독은 “그래서 할 수 있다고 본다. 대표팀 멤버들이라면 전술 흡수가 빠르니까 해 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조직력은 시간이 관건이다. 내달 6월18일 스웨덴전까지 남은 기간이 촉박하고 그 사이 4차례 A매치를 치른다는 점, 수비 리더인 장현수가 당분간 재활에만 전념한다는 것은 신태용호 스리백 구축이 시간과의 싸움임을 알려준다.

◇스리백의 불안한 기억…4차례 평가전 시선고정

지난 해 7월 신태용호 출항 뒤 스리백으로 치른 A매치 성적이 나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대표팀은 지난 해 10월 유럽 원정 2연전에서 러시아 및 모로코와 붙어 각각 4실점, 3실점을 했다. 국내파를 차출할 수 없어 1.5군으로 치른 평가전이었지만 중앙과 측면에 동시에 뚫려 실점이 속출했다. 정예 멤버를 꾸려 월드컵 리허설로 치렀던 지난 3월28일 폴란드전에서도 전반에만 상대의 측면 크로스에 2실점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폴란드는 한국 스리백의 허점이 측면에 있음을 재빨리 간파하고 집요하게 공략했다. 신 감독은 결국 전반이 끝나기도 전 포백으로 전환하고 말았다. 그만큼 스리백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다. 그런데 이번 소집엔 신태용호의 주축 수비수였던 김민재가 낙마하면서 모처럼 대표팀에 복귀한 김영권, 권경원, 정승현, 그 동안 후보였던 윤영선, A매치 데뷔를 앞둔 오반석 등으로 수비라인을 처음부터 다시 짜맞춰야 한다. 스리백의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밑천이 너무 없다. 스리백이 끝없는 딜레마가 될 지, 명쾌한 해법이 될 지 태극전사의 평가전 시리즈에 시선을 고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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