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KIA 김주찬,
KIA 타이거즈 김주찬이 타격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이겨도 개운하지 않다. 언제 또 어이없는 실패로 실망감을 안겨주지 못할지 우려가 더 크기 때문이다. 최하위 NC를 상대로 어린아이 손목 비틀듯 대승을 따낸 ‘디펜딩 챔피언’ KIA 얘기다.

KIA는 25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전에서 홈런 5방을 포함해 14안타를 폭발해 14-2 대승을 거뒀다. 주장 김주찬이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3안타 4타점 3득점, 이범호가 1홈런 3타점을 기록하는 등 베테랑들이 전날 수모를 씻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날 1군에 올라온 한승택도 데뷔 홈런을 쏘아 올리며 김민식의 부담을 덜어냈다.

1회초 김주찬의 3점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한 KIA는 4-1로 앞선 5회초 대거 7점을 뽑아 승부를 갈랐다. 선발 헥터 노에시는 6.2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안타 10개를 허용했지만 삼진 7개를 곁들이며 2실점으로 시즌 5승(2패)째를 따냈다. 이날 1군에 올라온 문경찬은 2.1이닝 2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기존 불펜진에게 무력 시위를 했다.

[포토]7회초1사1루병살타치는이범호\'당황스런순간\'
KIA 이범호가 내야땅볼을 친후 1루로 향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대승했지만 한 경기 승리로 기쁨을 드러내기에는 지난 두 경기 실패가 너무 뼈아팠다. 지난 23일 광주 KT전에서 4점차 리드를 9회초에 뒤집힌 KIA는 전날 실책 6개를 범하는 최악의 졸전으로 팬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베테랑들의 관록과 노하우에 경의를 표한 KIA 김기태 감독의 신뢰를 무너뜨린 릴레이 경기로 디펜딩 챔피언의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렸다. 스스로 ‘야구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고 자부하던 베테랑들도 지난 두 경기 실패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우승팀이 어디까지 몰락할 수 있을지 단적으로 드러난 듯한, 상처뿐인 경기를 했다.

승패를 떠나, 챔피언은 상대팀에 도전의식을 심어줘야 할 의무가 있다. 매너는 기본이고, 단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긴장감을 안겨 아무나 우승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경외감을 심어줘야 리그 수준이 향상된다. 현대와 SK, 삼성, 두산 등 역대 우승팀들은 리그 전체의 트렌드를 바꿀만큼 파괴력을 보였다. 적어도 챔피언이라면 리그를 흔들 수 있는 파괴력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우승팀의 가치도 높아지고, 그 영광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느끼며 자부심을 키울 수 있다.

[포토] KIA 나지완, 이렇게...무기력하게...?
KIA 타이거즈 나지완이 팀의 공격을 지켜보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하지만 올시즌 KIA는 결코 챔피언의 품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해묵은 불펜 부진은 차치하더라도 가장 기본인 수비에서도 허점이 많이 보인다. 암흑기 때처럼 부상자가 속출하는 것도 아니라, 변명의 여지도 없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꼴찌팀에게 한 번 대승한 것으로 상처입은 팬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없다. 여전히 KIA는 상대팀에게 만만한, 해볼만 한 팀이다. 그 이미지를 씻을 방법을, 특히 베테랑들이 스스로 찾아야 한다. 챔피언의 품격은 스스로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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