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기호기자] 폴댄서 송련진의 인생 2막이 눈길을 끕니다.


고질적인 골반 장애 때문에 안무가로 활동하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선수 활동에 나섰는데요. 전향 후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며 향후 활동에 청신호를 밝혔죠.


송련진은 내년 3월 세르비아에서 열리는 '폴 아트 월드 챔피언십' 출전을 앞두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데요. 지난 7일 서울 영등포의 한 카페에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 안무가에서 폴댄스 선수로 전향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송련진 : 사람마다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 전달한 것을 타인이 100% 소화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럴 때마다 '내가 직접 표현하면 좋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죠. 폴댄스에 대한 열정은 점점 더 커졌고, 재활을 담당하는 교수와 상의한 후 몸이 망가지더라도 후회 없이 해보자는 생각에 폴을 잡았습니다.


Q : 지난해 12월 리히텐슈타인에서 열린 POSA 월드 챔피언십에 참가했는데요.


송련진 : 한 달 반이라는 짧은 시간에 한 곡을 소화하려다 보니 몸에 무리가 오더라고요. 여중생 수준으로 악력이 약한데, 매일 밤 다리에 쥐가 난 것처럼 팔이 오그라드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파트너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더 노력했던 것 같아요. '더블' 부문의 특성상 한 명이라도 실수하면 연기를 망치게 되고,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Q : 그렇군요. 피나는 노력 끝에 한국 선수 최초로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송련진 : 준결승전을 앞둔 상황에서 '그립제(봉에 매달리기 전 마찰력을 높여주는 제품)'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악력이 약한 데다 미끄러운 재질로 만든 폴을 사용해야 해서 '멘붕'이 왔죠(웃음). 무대에서 실수가 나왔지만, 무사히 마친 것에 만족하며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밥을 먹는데 9위를 기록해 총 10개 팀이 출전하는 결승전에 진출했다고 하더라고요.


Q :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보완한 부분이 있을 듯한데요.


송련진 : 다음 날 아침 대회 규정을 적용하지 않은 안무 때문에 감점이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전문 코치가 없어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한 거죠. 결승전이 코앞이라 안무를 바꾸는 게 도박이었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욕심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만 다듬어서 무대에 올라 최종 순위 5위로 대회를 마무리했습니다. 주변에서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얻어낸 결과였기에 더욱 기뻤죠.


Q : 내년 3월 세르비아에서 열리는 '폴 아트 월드 챔피언십'에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을 앞두고 있어요.


송련진 : 한계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약 8개월이란 시간 동안 대회를 준비하면서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 텐데 극복할 수 있을지, 세계 무대에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은 거죠. 태극마크요? 그 무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죠. 비록 국가에서 지정한 대표는 아니지만,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더 멋진 무대를 선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좋은 성적을 거둬 경기장에 애국가가 울려 퍼진다면, 그것만큼 더 큰 감동이 있을까요?


Q : 맞아요. 한 나라를 대표한다는 건 정말 뿌듯한 일이죠.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 및 목표에 대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송련진 : 향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큰데 그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조금 욕심을 낸다면 폴댄서를 넘어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을 얻고 싶고. 폴댄스를 선정적인 운동으로 보는 시선이 있어요. 다양한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멋진 스포츠인데 하루빨리 대중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항상 노력할 테니 앞으로도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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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정기호기자 jkh113@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