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체리셰프
러시아 축구대표팀의 데니스 체리셰프가 2018 러시아월드컵 A조 2차전 이집트와 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한 후 기뻐하고 있다. 출처 | 러시아월드컵 공식 트위터

[스포츠서울 김대령기자]개최국 러시아의 돌풍은 개막전에서 끝나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5골을 뿜은 데 이어 아프리카의 복병 이집트의 골문도 세 차례 열어젖히며 화력을 과시했다.

러시아는 20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이집트와 경기에서 아메드 파티의 자책골과 데니스 체리셰프와 아르템 주바의 연속골을 묶어 3-1로 승리했다. 앞서 개막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5-0 승리를 거둔 후 다시 한번 골잔치를 벌이면서 경기장을 가득 메운 홈 관중들을 즐겁게 했다.

개막전 후 한껏 높아진 전 국민적 기대감을 안고 경기에 임한 러시아는 전반전을 0-0으로 마치며 고전하는 듯했다. 그러나 후반전 시작 2분 만에 행운의 선제골을 얻으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로만 조브닌의 중거리슛이 이집트의 수비수 파티의 발을 맞고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껏 기세를 올린 러시아는 추가 득점을 이어갔다. 후반 14분 풀백 마리오 페르난데스가 페널티박스 안까지 침투해 패스한 공을 체리셰프가 마무리하면서 두 번째 골이 터졌다. 2분 후에는 장신 스트라이커 아르템 주바가 추가골을 터뜨렸다. 사실상 승리를 확정하는 골이었다. 이집트는 후반 28분 모하메드 살라가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만회했지만 세 골이라는 큰 점수차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러시아는 월드컵을 앞두고 올해 치른 네 차례 평가전에서 단 한 경기도 승리하지 못하면서 우려를 샀다. 소련 해체 후 ‘러시아’의 이름을 달고 월드컵에 나선 후 한 번도 조별리그를 통과한 적 없던 러시아가 개최국이 처음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8년 전 2010 남아공월드컵을 재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러시아 축구는 강했다. 38세의 베테랑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와 24세의 일리야 쿠테포프가 구축한 중앙 수비 라인은 두 경기에서 단 한 골을 허용했다. 중원에서는 개막전에서 부상을 당한 주전 미드필더 알란 자고예프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출전한 체리셰프가 세 골을 몰아넣으며 월드컵 스타로 떠오르는 행운까지 따랐다. 이외에도 알렉산드르 골로빈, 로만 조브닌이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면서 개최국 돌풍을 이끌었다. 자국민의 뜨거운 응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수만 명이 외치는 “러시아” 구호는 상대 선수들에게 위압감을 줌과 동시에 러시아 선수들이 한발 더 뛰는 원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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