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현
오지현이 한경레이디스컵 3연패에 도전한다. 사진은 지난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후 통산 5승을 가리키는 의미로 손가락 다섯개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 KLPGA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실력과 외모를 모두 갖춘 ‘팔방미인’ 오지현(22·KB금융그룹)이 춘추전국시대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평정할 강력한 후보로 부상했다. 지난 주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 한국여자오픈을 제패하며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섰고 대상 포인트 1위를 질주하며 새로운 ‘대세’로 자리하는 분위기다.

가장 큰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고는 해도 단지 시즌 첫승을 거둔데 불과한 오지현이 이처럼 주목받는 것은 그동안 보여준 지표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올시즌 11개 대회에 출전해 컷 탈락 한 번 없이 톱10에 8차례나 들어갔고 우승 1회, 준우승 2회 등 독보적인 성적을 거뒀다. 한국오픈 전에는 우승도 없이 대상 포인트 1위를 꿰찼고 상금랭킹 5위를 달렸을 정도다.

시즌 첫 우승의 물꼬를 트면서 숨은 강자였던 그가 드디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올시즌 KLPGA 투어는 지난해 전관왕 이정은이 기대에 못미치고 ‘슈퍼루키’ 최혜진도 주춤하면서 뚜렷한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였다. 하지만 전반기 마감을 앞두고 오지현이 돌풍을 몰고오며 각 기록 부문 랭킹에서 상위권을 휩쓸어 주도권을 쥔 모양새다.

오지현은 호리호리한 몸매에도 투어 정상급 장타력을 갖추고 있다. 장타순위에서 그는 지난해 10위(평균 252.95야드), 올해는 13위(평균 253.17야드)에 올라있다. 데뷔 초반에 비해 거리가 늘어난 것에 대해 오지현은 “주니어 때부터 장타자였다. 경험이 쌓이면서 코스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다보니 점점 장타력이 살아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퍼팅 실력은 더욱 빛난다. 지난해 18홀당 퍼트 1위(29.39개)를 차지했고 올 시즌에는 3위(29개)를 달리고 있다. 그는 “퍼트는 기술보다 감각에 의존한다. 어릴 때부터 퍼트 연습을 열심히 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린에 서면 길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오지현은 평균타수 2위(69.7389)에 올라있다. 대세의 자질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오지현은 이번 주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빛내줄 대기록에 도전한다. 오는 21일부터 나흘 동안 경기도 안산 대부도 아일랜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리는 KLPGA투어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총상금 7억원)에 출전해 대회 3연패에 총력을 쏟는다. 동일 대회 3연패는 지금까지 고(故) 구옥희와 박세리(41), 강수연(42), 그리고 김해림(29) 등 4명만 경험해봤을 뿐이다. 오지현이 대회 3연패에 성공한다면 KLPGA투어에 또 한 번 또렷한 발자취를 남기게 된다.

만약 3연패에 성공하면 그는 올시즌 전관왕에 도전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상금왕과 대상 경쟁에서 2위와 격차를 더 벌릴 수 있고 시즌 2승으로 다승왕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오르며 우승 스코어에 따라서 평균타수 1위마저 손에 넣을 수 있다. 체력과 집중력이 뛰어나 통산 5회 우승 가운데 4회를 4라운드 경기에서 거두고 있어 이번 대회에서도 유리할 것이라는 평가다.

오지현은 “메이저 우승 직후 맞는 대회라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워낙 좋아하는 코스고 지난해에 이어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출전하기 때문에 욕심을 조금 더 내고 싶다”며 ‘동일 대회 3년 연속 우승 기록’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또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지만 그래도 샷 감과 퍼트 감은 매우 좋은 편이다. 체력 훈련의 결실이라고 받아들이면서 긍정적인 생각으로 대회에 임하는 것이 좋게 작용하고 있다. 이번 대회도 긍정적으로 최선을 다해 보겠다”면서 “코스 전장이 길고 바람도 많이 부는 코스라 장타자들에게 유리한 코스다. 티샷 정확도에 조금 더 신경을 쓴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거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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