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김영권, 독일 무너뜨린 골 환호~!
축구대표팀 김영권이 28일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독일과 경기에서 후반 선제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카잔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의 의의는 단순히 세계랭킹 1위를 꺾었다는 점을 넘어 국민들의 화제에 축구가 다시 올랐다는 것에 있다.

사람들의 대화 속에 축구가 끊이질 않고, 우리 선수들의 투혼이 가슴 속에 새겨진 것이 얼마 만인가 싶다. 아마 2002 한·일 월드컵 4강 이후 처음일 것이다. 원정 16강을 달성했던 2010 남아공 월드컵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 정도로 태극전사들이 선보인 ‘감동의 드라마’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더 나아가 지구촌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본지 취재단은 러시아를 떠나 터키를 경유한 뒤 귀국했는데 곳곳에서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축하한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다. 축구가 어떤 이벤트보다 국위선양 효과가 크다는 것이 이번에 잘 드러났다. 당분간 세계인들의 머리 속엔 한국이란 나라가 월드컵에서 독일을 꺾은 여운이 짙게 남아있을 것이다. 신태용호가 귀국한 뒤에도 월드컵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일본 대표팀 경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한국 대표팀의 선전 효과와 연결되는 것이라 믿는다.

4년 전과 같은 절망적인 분위기는 결코 없다. 목표했던 16강엔 오르지 못했으나 축구가 사람들에게 추억을 안겨줬고 기쁨을 선물했다. 이제 축구계가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얻은 성과를 새 전성기로 열어젖혀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독일전에서 승리한 것은 한국 축구의 실력이 빼어나거나 시스템이 발전해서가 아니다. 23명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사즉생’의 각오로, 신태용 대표팀 감독의 말처럼 “절규하는 심정으로” 마지막 땀을 짜내 이뤄낸 것이다. 대한축구협회가 잘해서, K리그가 성장해서, 축구인들이 노력해서, 축구팬이 늘어나서 얻은 성과가 절대 아니다. 태극전사들이 한국 떠날 때를 생각하면 답은 금세 나온다. 전훈지 오스트리아로 가기 전 대표팀에 대한 냉소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아시아 최종예선과 평가전에서 신태용호의 성적이 부진했던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쳐다보기도 싫어하던 한국 축구가 선수들의 피땀을 바탕으로 조금씩 사랑을 되찾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고무적인 분위기는 축구계의 구성원 하나하나가 소명의식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1~2달 안에 모래성 처럼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독일을 이겨 살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때가 아니란 얘기다. 대한축구협회 수뇌부와 스타플레이어 출신 축구인들, 한국프로축구연맹 및 각 구단 행정가들부터 ‘내 밥그릇을 던진다’는 생각으로 뛰지 않으면 국민과 축구팬은 한국 축구에 더 큰 배신을 느낄 것이다. 이른바 축구계의 ‘야당’도 마찬가지다.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지 못하면서 쓴소리만 하는 축구인은 필요 없다. ‘꼰대’처럼 직설만 할 것이 아니라 축구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할 때다. 희망의 불씨를 겨우 살려냈다. 활활 타오를 수도 있지만 꺼지기도 쉽다. 새 시대에 걸맞는 젊은 축구인들이 좀 더 다부지게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네 탓이오’, ‘나만 빼고 다 개혁’ 등으로 대변되는 축구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뜯어고쳐야 한다.

지금 한국 축구에 필요한 것은 행정이나 지도 방식, 마케팅이 아니다. 선수들이 독일전에서 보여준 것처럼 희생하고 간절하게 뛰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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