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 "제 ASMR 영상을 볼 때 만큼은 편안해지셨으면 좋겠어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귀를 호강시켜주고, 감각적인 영상미에 훈훈한 외모로 눈까지 호강시켜주는 ASMR이 있습니다. 바로 유튜브 크리에이터 '베일드'(한승주·25)입니다.


'자율감각 쾌락 반응'이라고 번역되는 ASMR은 시각·촉각·청각 등의 감각으로 뇌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감과 쾌감을 느끼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마이크에 대고 바람을 불거나 속삭이는 소리부터 귀 파주는 소리, 음식을 씹는 '이팅' 소리, 물건을 톡톡 두드리는 '탭핑', 상황을 설정하고 크리에이터가 연기를 하는 '롤플레이'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이전까지는 ASMR이 유튜브를 중심으로 마니아 층에서 인기를 얻었다면, 최근에는 방송은 물론 광고, 1인 미디어, 웹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활용되며 '먹방'을 잇는 인기 콘텐츠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이젠 지친 현대인의 일상에 힐링이 되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ASMR. 베일드 역시 자신의 ASMR 영상을 통해 구독자에게 위로와 치유를 건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눈과 귀, 모두 힐링되는 영상을 만들겠단 기치를 내건 베일드의 ASMR은 어떤 모습일까요? 최근 서울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 활동명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ASMR을 처음 들었을 때, 귀에 속삭이는 소리들 때문에 뭔가 비밀스럽게 느껴졌어요. 어딘가 감춰진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이란 뜻의 '베일드(veiled)'로 지었어요. 또 제가 검정색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베일드란 단어 자체가 더 마음에 들었나 봐요.


Q : ASMR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편안해지고 싶어서 들으시는 거 같아요. ASMR은 보통 자기 전에 조용히 혼자 듣는 콘텐츠라고 생각하잖아요. 바쁜 하루를 보내고 정신없는데, 이걸 들을 때만큼은 휴식을 취하는 거죠. ASMR을 듣다 보면 차분해지는 순간이 와요. 저도 뭔가 하나에 집중하거나 쉬고 싶을 때 ASMR을 찾거든요. 다 비슷한 이유라고 생각해요.


Q : ASMR을 처음 접한 건 언제였나요? 크리에이터를 시작한 계기가 있을 거 같은데.


뷰티 크리에이터들이 소속돼 있는 엔터테인먼트가 제 첫 직장이었어요. 그곳에서 유명 '뷰튜버(뷰티+유튜버)' 영상을 편집하는 일을 담당했어요. 그분의 콘텐츠 중 하나가 ASMR이었죠. 편집할 때 '이런 것도 있구나' 처음 알았어요. 크리에이터가 된 것도 그 회사에 들어간 게 결정적 계기가 됐어요. 일을 하면서 유튜버에 관심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내가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론정보학부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전공했고, 지금은 브랜드 광고 제작하는 곳에서 PD로 일하고 있어요. 원래 편집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제가 직접 촬영까지 할 수 있으니까 혼자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작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Q : 영상 업로드가 다른 유튜버들에 비해 더딘 편인 것 같아요. 본업과 병행하다 보니 그런 건가요?


현실적인 문제가 가장 커요. 본업이 있고, 아직은 본업이 더 우선되다 보니 신경을 쓰고 싶어도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어요. 두 가지를 동시에 한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더라고요. 퇴근 후에 소음이 많은 시간을 피해서 촬영하다 보니 평일 밤늦게 할 수 밖에 없고, 밤새 촬영하고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니 체력적인 한계가 느껴져요. 이런 일상이 반복되는 게 힘겨울 때도 많은데, 막상 영상이 올라가면 이런 생각이 싹 사라져요. 제 영상에 달리는 수많은 댓글과 응원의 메시지를 보면 힘이 나거든요.


Q : 유튜브 영상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가요?


'ASMR'이 청각 중심 콘텐츠이다 보니 아무래도 제일 중요한 건 소리죠. 처음엔 유튜브 영상을 켜고 보더라도 나중엔 소리만 듣게 되니까요. 특별히 어떤 소리가 튀진 않는지, 소리들의 균형이 맞는지 잘 신경 써야 해요. 전 특별히 노이즈(잡음)를 잡으려 많이 애써요. 지금 사는 집 주변이 좀 시끄러운 편이라 외부에서 소리가 많이 들어가서 주로 새벽에 촬영해야 하거든요. 사실 노이즈 때문에 녹화를 2시간 해도 편집하면 30분도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아예 쓸 수 없는 경우도 있고요. ASMR 촬영을 할 땐 작은 소리까지 다 들어오니까 편집하기가 힘들어요. ASMR 유튜버가 이런 부분에선 어려운 것 같아요.


Q : 한국의 ASMR 유튜버는 대부분이 여성이에요. 남자 ASMR만의 장점이 있다면요?


우리나라 ASMR 크리에이터 뿐만 아니라 ASMR 구독자 역시 상당 부분이 여성분들이더라고요. 그래서 전 남자라는 성별 자체만으로도 희귀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존재 자체만으로도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는 거죠. 특히 여성 ASMR에선 느낄 수 없는 남자 목소리의 '안정감' 같은 것도 장점이죠. 이런 데 매력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고, 아니면 좀 이성(異性)적으로 찾는 분들도 계신 거 같아요. 처음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도 포화된 시장에서 틈새를 찾아보고자 조금은 전략적으로 ASMR을 선택한 것도 있어요.


남자 ASMR 사이에서도 저만의 차별성을 갖기 위해 특별히 촬영과 편집에 신경쓰고 있어요. 그게 제가 제일 자신 있고 잘하는 부분이니까요. 어떤 ASMR 크리에이터 보다도 퀄리티있는 영상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해요. 그 강점을 잘 활용한 것 같아요.


Q : 인트로, 영상미에 공을 많이 들이신 거 같던데, 그런 이유에서인가요?


네 맞아요. 실제로 소리도 중요하지만 인트로 같은 시각적 효과에 대해서도 편집할 때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있어요. 아직 구독자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일단 한 번 제 영상을 본 분들은 계속 찾으시는 편인데요, 왜 그럴까 생각했을 때 가장 큰 건 다른 ASMR에 비해 세련되고 감각적인 영상미 때문인 거 같아요. 실제로 제가 많이 신경쓰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제가 잘하는 편집을 통해서 기존의 영상들과 차별화를 두려 노력해요.


'크래커'란 ASMR 크리에이터가 있는데, 사실 이분의 영상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소리는 두말할 것도 없고, 영상 자체가 정말 예뻐서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돼요. 그분 영상을 보고 저도 이런 ASMR 유튜버가 돼야겠다고 다짐했어요.


Q : 다른 ASMR 크리에이터와 컬래버레이션 계획도 있는지 궁금해요.


ASMR 유튜버 '로디(Loadiy)' 형과 최근에 만났는데 나중에 같이 컬래버해보자고 이야기했어요. 다른 여성 ASMR 크리에이터분과 함께 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한국에선 남자, 여자 ASMR 유튜버가 컬래버한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제가 먼저 도전해보고 싶네요. 기회가 된다면 ASMR과 전혀 관련 없는 다른 분야의 크리에이터와도 컬래버해보고 싶습니다.


Q : ASMR이 청각 중심 콘텐츠이긴 하지만, 구독자들 사이에선 훈훈한 외모로도 주목받고 있어요. 보여지는 걸로 평가받는 거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요?


전 정말 감사하죠. 크리에이터도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직업이잖아요. 그러니 외적인 것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제가 날카롭지 않고 둥글고 편하게 생겨서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합니다. 민망하네요.(웃음)


Q : ASMR로 인해 비과학적인 불면증 치료에 의존하게 된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어요.


저도 ASMR이 불면증 '치료'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도와주는 보조 수단이죠. 전 구독자들이 제 영상을 보고 불면증을 치료한다기보단, 힐링이 되고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면 그걸로 만족하는 편이에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 아닐까요?


Q : 다른 콘텐츠에 비해 ASMR이 일부 마니아층만 선호하는 분야란 의견도 적지 않은데요.


사실 저도 그 말에 동의해요. ASMR을 즐겨 들으시는 분들은 되게 다양하게 듣고 안듣는 분들은 아예 안들으세요. ASMR에 익숙해지면 마니아층으로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제가 처음 ASMR에 관심을 가졌을 때 주변 친구들이 "그게 뭐야?"라고 이상하게 보더니 한 번 빠지기 시작하니까 이젠 저보다 더 많이 듣고 '이거 해봐' '저거 해봐'라고 새로운 콘텐츠 아이디어도 추천해줘요. 그래서 마니아층이 있다는 게 오히려 장점인 거 같아요. 그만큼 로열 팬층이 많은 거니까요.


Q : 그렇군요. 베일드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무엇인가요?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 20년간 강원도 산골에 살았어요. 한 학년에 반이 3개 정도 있을 정도로 시골이었죠. 사방이 다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보니 어릴 적부터 자연 소리를 많이 들으며 자랐어요. 그래서 전 잠들기 전 ASMR을 들을 때 주로 강물 소리, 새소리, 빗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틀어 놔요. 직접 제 고향에 가서 ASMR 영상을 찍어도 재미있을 거 같네요.


Q. 영상 속에선 차분해 보여서 몰랐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생각보다 밝네요.


주변에서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아무래도 ASMR이라는 채널 성향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조용히 속삭이며 말하는 콘텐츠이다 보니 저를 다 드러내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요. 실제로 SNS 라이브 방송으로 구독자들과 소통할 때 '베일드님 성격 되게 밝으시네요' '큰 목소리 들으니 새로워요'라고 많이 하세요.


사실 이 점 때문에 ASMR 외에 다른 분야에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원래 전 굉장히 밝은 사람인데, 더 다양한 제 모습을 보여드리려면 새로운 시도들도 해봐야 하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브이로그(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로 일상을 그대로 담은 동영상)' 영상도 찍고 싶어서 카메라도 구입했답니다. ASMR뿐만 아니라 '베일드'라는 사람 자체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Q : '자율 감각 쾌락 반응'이라 직역되는 ASMR을 베일드만의 정의로 설명하자면.


'힐링' 아닐까요? 보통 '힐링한다' 하면 밖에 나가서 움직이고 좋은 거 먹고 보고 하는 것들을 말하잖아요. 전 구독자분들께 제 영상으로 힐링을 드리고 싶어요. '베일드 ASMR'을 들을 때 만큼이라도 아무 생각없이 위로받고 편안해지셨으면 좋겠어요.


Q : 1년 뒤 베일드는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과 비슷할 것 같아요. 제 영상을 찾는 분들을 위해 소소하지만 꾸준히 영상을 만들고 있을 거 같아요. 목표가 있다면 일단 올해 안에 구독자 10만명을 달성하고 싶어요! 그 다음으로는 이사를 가서 작업실을 마련해 영상을 더 자주 업로드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유튜브 콘텐츠 중 ASMR이 마이너 장르로 꼽히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어요. 촬영이 번거롭기도 하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마니아층이 있기도 해서요. 그러다 보니 ASMR 크리에이터 중엔 영상을 올리다 중간에 사라지시는 분들도 꽤 많아요. 물론 복합적인 문제가 있겠지만, 전 영상 업로드가 느린 편임에도 항상 반갑게 맞아 주시는 구독자들을 위해서 부지런히, 꾸준히, 오래오래 이 일을 할 생각이에요. 1년이 아닌 더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베일드'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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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정하은 기자, 베일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