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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농구대표팀 허재 감독|대한농구연맹 제공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허재호’가 2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 출항했다.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이어 다음달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정상을 노린다. 그러나 허재 감독과 그의 두 아들 허웅(25·186㎝), 허훈(23·180㎝)의 대표팀 동행(同行)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허재 삼부자의 아시안게임 도전이 자칫 고행(苦行)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다.

한국은 지난 12일 소집된 뒤 14일 대만으로 이동해 제 40회 윌리엄 존스컵에 출전 중이다. 다음달 18일부터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위한 사실상의 전지훈련이다. 이번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최정예 멤버라는 얘기다. 허 감독과 경기력향상위원회는 지난 10일 12명의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는데 김선형(SK), 전준범(상무), 허일영(오리온) 등이 새로 합류했다. 허웅과 허훈은 모두 생존했다. 이를 두고 무수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그에 따른 반발 기류도 심상치 않다. 대표팀 구성원들까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경우 시스템 셧다운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허웅과 허훈 모두 소속팀에선 주축선수다. 기량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런데 왜 둘의 대표팀 발탁을 놓고 말이 나오는 것일까. 시발점은 허웅의 원 포지션이다. KBL에 가드로 등록된 허웅은 포워드로 분류돼 대표팀에 뽑혔다. ‘아들이라고 포지션까지 바꿔서 뽑는가’라는 비아냥 섞인 비판을 받았다. 리그에서 보기 드문 순수 포인트가드 유망주인 허훈은 김시래(LG)와 두경민(상무)를 제치고 대표팀에 합류해 비난을 받고 있다.

[포토] 허웅, 경례로 다지는 국가대표의 각오!
농구대표팀의 허웅(오른쪽 두 번째)과 허훈(오른쪽 세 번째)이 23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2019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 홍콩과의 경기를 앞두고 국민의례를 하고있다. 2018.02.23.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선수 선발은 감독과 경기력향상위원회의 권한이다. 특히 선수단을 이끌어야할 감독의 입맛에 맞게 선출하는 게 맞다. 허 감독은 지난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답답하다. 혼자 뽑은 것도 아니고 위원회와 함께 뽑았고 전술적으로 필요해서 뽑은 것인데…. (허)웅이가 리그에서 3점슛을 많이 던지지 않았지만 정확도는 높았다. 수비도 괜찮아 전술적으로 활용도가 높다. (허)훈이는 리딩을 할줄 안다. 지금 리그에서 자신있게 게임을 리딩할 수 있는 가드가 몇 명이나 되나. (양)동근이 뒤로 (김)시래인데 국제무대에서 활용하기에는 작다”면서 “아들을 뽑는다고 뭐라고 하는데 그러면 감독 아들이라고 뽑히지 못한다면 정당한 것인가”라고 허탈해했다. 이후에도 두 아들의 대표팀 발탁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자 허 감독은 입을 닫아 버렸다. 지난 10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미디어데이에도 대한체육회에 양해를 구하고 참석하지 않았다. 선수 선발에 대해 해명하더라도 이미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들을 이해시키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이제 결과로 인정받는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표팀 초기에 허훈보다 허웅의 발탁이 더 논란을 불러 일으켰지만 허웅은 실력으로 뒤엎었다. 허웅은 최근 중국전에서 16점을 넣으며 승리를 이끄는 등 발전된 모습으로 비난을 잠재웠다. 그 사이 허훈은 홍콩전에서도 10분도 뛰지 못하는 등 대표팀내 입지도 좁아졌다. 이제는 허훈의 대표팀 자격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하지만 허 감독은 뚝심을 갖고 두 아들의 대표팀 발탁을 밀어붙였고 경기력향상위원회도 인정했다. 허웅과 허훈은 대표팀의 일체감에 피해을 끼치지 않도록 잘해야하고 실력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리더인 허 감독은 승리의 가치를 연대(連帶)의 가치로 치환하며 갈등 요소를 슬기롭게 풀어야한다. 삼부자의 아시안게임 도전이 ‘아름다운 동행’으로 귀결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제 돌아올 수 있는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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