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2018 프로야구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지성준2018. 6. 7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수원=스포츠서울 최민지기자] 지성준(24)의 한 방이 잠잠하던 한화 타선을 깨웠다.

지성준은 17일 수원 KT전에서 8번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해 KT 선발 라이언 피어밴드를 상대로 대형 홈런을 때려냈다. 한화가 1-0으로 앞선 5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지성준은 피어밴드의 3구째 직구를 노려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맞자마자 홈런임을 직감한 비거리 130M의 큼지막한 타구였다. 초구 체인지업과 2구째 137㎞ 직구를 그냥 지켜본 지성준은 연이어 비슷한 구속으로 들어오는 공을 놓치지 않고 방망이를 크게 휘둘렀다. 이는 지성준의 시즌 4호 홈런임과 동시에 침묵하던 한화 타선을 깨운 한 방이기도 했다.

한화의 전반기 가장 큰 고민거리는 좀처럼 터지지 않는 타선이었다. 2위로 마무리하며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지만 타선만 보면 답답함을 감출 수 없다. 전반기 리그 2위(4.59)에 빛났던 팀 방어율에 비해 팀 타율은 9위(0.272)에 머물렀고 득점권 타율도 7위(0.276)였다. 8~10위는 하위권 팀으로 5위권 팀들 중에서는 가장 답답한 득점력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기 첫 경기였던 이날 경기 초반에도 그 흐름은 그대로 이어졌다. 1회초 송광민의 솔로 홈런 이후 한화 타자들은 좀처럼 시원한 안타는 터지지 않았다. 이날 피어밴드의 구속은 그리 빠르지 않았다. 142㎞를 찍은 직구가 가장 빠른 공이었다. 그러나 공 끝의 움직임이 나쁘지 않았던 탓에 한화 타자들은 이를 좀처럼 공략하지 못했다. 2회부터 4회까지 2사 후 상대 실책, 안타, 볼넷 등으로 주자가 루상에 나가긴 했으나 득점으로 연결시킬만한 시원한 장타는 나오지 않았다. 4회까지 피어밴드의 투구수는 67개로 무기력하게 물러나는 한화 타자들이 투구수 관리를 도와주는 모습이었다.

그 답답함을 지성준의 한 방이 해소했다. 5회 시작과 동시에 터진 지성준의 홈런 이후 타자들의 집중력은 모처럼 폭발했다. 하주석이 곧바로 안타를 치고 나갔고 이용규가 삼진으로 물러나긴 했지만 이후 강경학부터 김태균까지 4타자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점수는 순식간에 6-0이 됐다. 송광민이 1타점, 제라드 호잉이 2타점, 김태균이 1타점을 책임졌다. 5회 발휘된 한화 타선의 집중력에 피어밴드의 투구수도 급증했다. 5이닝 8피안타(2피홈런) 6실점한 피어밴드는 결국 6회엔 마운드에서 보지 못했다.

지성준은 올시즌 전반기 타율 0.255에 그쳤지만 결정적일 때 시원한 장타를 터뜨리며 공격에서 한몫씩 해줬다. 주자가 있을 때 타율 0.344로 강했고 특히 경기에서 지고 있을 때 동점 주자나 역전 주자가 있을 때 타율은 6할이 넘었다. 그만큼 효율적인 안타를 생산해낸다는 뜻이다. 키버스 샘슨의 맞춤 포수로 샘슨이 등판하는 날이 아니면 선발로 출전하는 경우가 적지만 대타로도 0.364의 타율을 기록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했다.

지성준은 경기후 “초구에 봤던 체인지업을 생각하고 타이밍을 잡았는데 공이 눈에 걸렸다”라며 홈런 상황을 떠올렸다. 중요할 때 마다 터지는 안타에 대해선 “주자가 없을 때보다 있을 때 더 힘이나고 집중된다. 그래서 좋은 타구가 나온 것 같다”며 “경기를 하다보면 흥분될 때도 많은데 진짜 중요할 땐 차분해지더라. 오늘도 그랬다”고 이야기했다. 후반기 첫경기부터 승부사 면모를 과시한 지성준과 함께 한화도 기분좋은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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