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김학범 감독 \'준비 많이 했는데 질문이 별로 없네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 김학범 감독이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대회에 참가할 선수명단을 발표한 후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리를 뜨고 있다.관심을 모든 와일드카드는 손흥민과 조현우, 황의조로 결정되었다. 2018. 7. 16.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한국 축구는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실패를 기점으로 국내 지도자에게 ‘인맥축구 프레임’을 씌우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인맥축구를 주장하는 소수 팬은 ‘군중심리’를 활용해 근거 없는 글을 온라인 뉴스 댓글과 축구 커뮤니티에 퍼나르면서 실체 없는 진실이 됐다. 불신의 아이콘이 된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대중의 부정적인 시선에서 비롯됐지만 A대표팀을 비롯해 연령별 대표 지도자에게도 인맥축구 프레임을 씌워 팀을 흔드는 건 매우 심각한 현상이다.

한 축구인은 “신태용 감독도 월드컵 기간 뉴스와 댓글을 보면서 많은 부담을 느낀 것 같다. 월드컵처럼 큰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도자의 뚝심인데 젊은 지도자인 신 감독이 (특정 선수 기용 문제를 둘러싼) 대중의 비난에 어려움을 느낀 건 너무나 안타까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경험이 많다고 해도 감독도 사람이고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감독이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선수를 뽑고 전술을 가동하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지도자들 사이에 팽배하다.

문제는 ‘연세대(연대) 라인’처럼 인맥축구의 핵심 키워드가 설득력을 얻기엔 부족하다는 점이다. 축구협회 내부에서 연대라인 인사가 이뤄져 인맥 눈초리를 받은 것까지는 문제 삼을 수 있지만 대표팀 선수 구성까지 들먹이는 건 과한 면이 있다. 월드컵에서도 연세대 출신 장현수의 기용을 두고 인맥논란이 거셌다. 모자란 실력에도 왜 자꾸 주전으로 기용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장현수는 지난 2016년과 2017년 연속 A매치 최다 출전 선수다. 모두 알다시피 당시 수장은 국내 대학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독일 출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었다.

이번 아시안게임 20명 최종 엔트리도 마찬가지다. 연세대 출신은 수비수 김민재와 와일드카드 공격수 황의조 단 2명이다. 황의조 선발에 대한 비난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와일드카드 3장 중 2장(손흥민 황의조)을 공격수에 투입한 건 경쟁력의 핵심인 유럽파 공격수의 합류 시점이 애매해서다. 황의조는 J리그 감바오사카 구단이 아시안게임 차출에 동의했다. 경기력으로 봐도 현재 으뜸이다. 올 시즌 전반기에만 7골을 터뜨리면서 득점 전체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다. 인맥축구를 주장하는 이들은 김학범 감독이 성남 시절 황의조를 중용한 것과 그가 연세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인맥’의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소집 기간이 짧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대표팀 감독 입장에선 선수의 컨디션과 경기력이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자신이 잘 알고 활용하기 좋은 선수를 중용하기 마련이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긴급 투입된 홍명보 당시 감독도 자신이 이끌었던 2012 런던올림픽 세대를 대거 수혈하는 선택을 했다.

미드필드진에 유럽에서 뛰는 백승호와 이강인을 선발하지 않은 것에 대한 반발도 그렇다. 백승호는 부상 회복 과정이고 이강인은 소속팀의 차출 반대가 있었다. 그럼에도 대중은 오히려 김 감독과 협회에 불신을 보이며 반발에 나섰다. 출전 경기수가 적은 이진현 등을 뽑은 것에 대해서도 인맥 주장을 한다. 그러나 이진현은 올 여름 오스트리아 비엔나 임대 생활을 접고 포항에 돌아왔다. 후반기부터 뛰었으니 K리그 3경기를 뛴 게 정상이다.

선수 선발은 어디까지나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소속 리그에서 잘하는 선수를 눈여겨 볼 수 있지만 자신이 그리는 전술과 스타일에 맞지 않으면 뽑지 않을 수 있다. 대신 결과에 책임을 지면 된다. 그리고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을 통해 군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군 면제를 위해서 나가는 대회’는 아니다. 황의조나 다른 K리거를 뽑지 말고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유럽파를 기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김 감독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명단과 함께 주포메이션을 공개, 포지션마다 선수 이름을 빼곡하게 적은 자료를 공개했다. 인맥축구 논란에 대응하고 자신이 그리는 축구 철학을 명확하게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테랑 지도자도 싸늘한 여론에 얼마나 부담을 느끼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맥축구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애제자 박지성을 PSV에인트호번으로 데려간 거스 히딩크 감독이나 2006 독일 월드컵이 끝나고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추천으로 러시아 무대에 진출한 김동진 등도 인맥축구로 봐야 하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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