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축구 남자 3,4위전 한국-이란
지난 2010년 11월25일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3·4위전 한국-이란전에서 한국이 극적인 4-3 역전승을 거둔 뒤 와일드카드 공격수 박주영이 후배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당시 홍명보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배우근기자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8년 전 광저우 아시안게임 직후 한국 축구는 당대 최고 공격수인 박주영 리더십에 잔뜩 고무돼있었다. 평소 미디어 앞에서나, 대중 앞에서 ‘무뚝뚝의 대명사’로 통하던 그가 23세 이하 선수가 겨루는 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수다쟁이처럼 후배들과 소통하고, 다정다감한 모습으로 분위기 메이커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선배 박주영의 존재에 긴장한 후배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매 순간 자신들을 독려해준 박주영을 진심으로 따랐다. 당시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금메달이 아니면 사실상 얻을 게 그리 많지 않았던 박주영은 이란과 3·4위전에서도 누구보다 헌신하는 플레이로 4-3 기적의 역전승을 이끌었고 동메달을 후배들에게 선물한 뒤 펑펑 눈물을 흘렸다. 이때의 끈끈한 인연은 결국 2년 뒤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하계올림픽 동메달로 이어지며 해피엔딩으로 귀결됐다. A대표팀에서도 박주영의 오른팔에 ‘주장 완장’이 달렸다. 이전까지 팀을 이끈 박지성에 이어 또 다른 ‘캡틴 박’이 탄생한 것이다.

연령별 대표에서 한국 축구 핵심 자원인 와일드카드는 기량 뿐만 아니라 리더십도 평가받기 마련이다.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 차기 주장으로 거론되는 손흥민도 마찬가지다. 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남자 종목에 나서는 ‘김학범호’의 핵심 자원이자 와일드카드로 출격한다. 황희찬과 이승우처럼 23세 이하 연령대에 속하는 후배들과는 직전 월드컵에서 호흡을 맞췄다. 황의조, 조현우 등 또다른 와일드카드 자원 역시 손흥민과 A대표팀에서 동고동락한 사이다. 수비의 핵인 김민재까지 이번 아시안게임 주력 요원은 차기 한국 축구 A대표팀의 핵심이기도 하다. 손흥민이 이번 대회에서 어떠한 리더십으로 후배들을 이끌지가 커다란 관심사가 된 배경이다.

[포토] 손흥민, 독일전 선제골에 펄쩍 뛰는...환호작약!
손흥민이 지난달 27일 오후(현지 시간)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진행된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 독일과의 경기에서 김영권의 선제골에 벤치로 달려가 함께 환호하고있다. 카잔(러시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손흥민은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리더로 한결 성숙해졌다. 월드컵 본선 직전 국내 평가전에서 일부 동료 실수에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가 비판받는 등 성장통도 겪었다. 그러나 결국은 대표팀이 독일을 꺾고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우리의 전력이 절대 약하지 않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면서 동료에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었다. 멕시코전 패배나, 독일전 기적의 승리 이후에도 대표로 마이크를 잡고 최선을 다한 동료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주장을 맡았던 기성용도 한국 최고의 기량은 물론 리더로서 자질을 지닌 손흥민이 차기 대표팀 주장을 맡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이전까지 주장을 맡은 선배들과 비교해서 동료들의 자존감을 최대한 끌어내고 강직한 마음을 심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줄 손흥민의 ‘진짜 리더십’이 궁금해진다. 한국 최고 선수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희생하며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갔던 박지성, 박주영 등 선배의 발자취를 따라 자신만의 색깔로 팀을 이끌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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