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비교적 많은 이목을 끌 수 있는 먹방, 뷰티 등의 콘텐츠가 아닌 '역사'라는 카드를 꺼내들어 많은 네티즌들과 소통하는 BJ(개인방송 운영자) 겸 유튜버가 있습니다. BJ한나(최한나·34)가 그 주인공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아, 학창시절 역사 점수도 우수했던 그는 전공도 역사교육을 택했습니다. 졸업 후 학원 강사로 활동했지만, 지인의 권유로 2008년 아프리카TV BJ로 몸담기 시작해 현재 독보적인 역사 크리에이터로 우뚝 섰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묵묵히 걸어간 결과였죠.


베테랑 1인 방송인답게 그는 인터뷰에서도 차분한 억양을 유지하며 청산유수로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어느덧 인터넷 방송 경력 11년 차가 된 BJ 한나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방송 초반이던 2008년에는 제 일과를 소개하거나 유저들의 채팅을 읽어주고, 일상을 얘기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했어요. 그땐 그 자체가 신선한 시기였죠. 나아가 점점 춤도 추며 반전 매력을 보여드리기 시작했어요.


2012년에는 아프리카TV 운영자와 콘텐츠를 상의하면서, 교육적인 콘텐츠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죠. 그 후 일주일에 두 번씩 경제, 상식, 경제용어를 비롯해 각종 증후군, 먹방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기 시작했어요. 한정된 콘텐츠로는 오래갈 수 없어요. 꾸준히 이목을 끌 무언가를 만들어낸 게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Q : 학원 강사에서 BJ로 도전한 구체적인 계기는 무엇인가요?


학원 강사로 근무할 때 근무 시간이 보통 오후 4시부터 11시까지였어요. 또 주 6일 일을 했고 너무 바빠서 스트레스가 컸어요. 퇴근 이후에 자유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에 게임을 하게 됐는데, 같이 게임했던 사람들과 모인 술자리에서 '아프리카TV에서 BJ 활동을 하면 인기가 많을 것 같다'는 조언을 받아 시작하게 됐죠. 제가 무슨 말을 하면 바로 채팅방에 반응들이 올라오니까 푹 빠지게 되면서 이렇게 현재까지 오게 됐네요. 무엇보다 방송하면서 쉬는 느낌이 들어 스트레스가 해소돼 너무 좋았습니다.


Q : 역사 콘텐츠를 올리며 뿌듯했던 적은 언제인가요?


가장 조회 수가 많았던 강의 중 하나로, 영화 '간신' 속 연산군의 폭색증에 대해 소개한 콘텐츠가 있었어요. 긴 강의인데 댓글에 30명 이상이 '이렇게 진지하게 역사 강의 들은 건 처음이다', '학교 역사 시간에서도 이렇게 집중한 적 없었다' 등의 댓글을 달아주셨어요. 이럴 때 뿌듯함을 느껴요. 또 한 번은 사촌 동생이 학교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제 강의를 틀어주셨다고 하더군요. 영상 속 저를 언급하면서 가족이라고 했는데 반 친구들이 믿지 않았다고, 저와 사진을 찍어 인증샷을 남겨간 적이 있네요.


Q : 첫 집필한 책 '한나의 역사스캔들'을 내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인터넷 콘텐츠는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접하기 힘든데 책은 그렇지 않잖아요. 다양한 연령대가 볼 수 있어 좋다고 생각했고, 역사에 흥미를 줄 만한 야사가 가미된 책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교과서를 통해 원인과 결과에 대해서만 배웠지 어떤 무기로 싸웠으며, 당시 사람들이 어떤 고민이 생겨 그런 일이 발발했는지,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는지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어요. 암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몰랐던 이야기로 많은 분들에게 역사의 흥미를 유발하고 싶었어요.



Q : 역사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 같은데 어떤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건가요?


어렸을 때부터 역사를 좋아했어요. 만화를 봐도 역사와 관련된 만화를 즐겨 봤고, 역사를 공부한 후 '진짜 있던 사실이었구나'라고 느끼게 되면 흥미로 이어졌어요. 암기를 할 때는 하나의 이야기처럼 풀어서 외우니 역사 과목 점수도 잘 나왔고요. 제가 아날로그 감성도 좋아해서 앤티크한 물건 모으는 것도 즐기거든요. '옛것'에 대해 애정이 있는 거 같아요. 과거를 이해해야 현재를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 콘텐츠 추이가 먹방, 뷰티 등 특정 소재에 쏠린 경향이 있는데, '역사'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어요.


조회 수가 폭발적 일 거라는 생각은 안 했어요. "한 번에 확 뜨고 싶다"가 아니라 "천천히 가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죠. 최근에는 많은 분들이 상식, 정보 전달에 관심이 많이 생긴 추세라 더욱 관심있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Q : 자료 조사는 어떻게 하나요?


역사와 관련된 많은 기사들도 살펴보고 사실인지 파악하기 위해 사료를 찾아봐요. 혹은 여러 교수님들께 자문을 구하고 고증을 많이 하려고 노력해요. 준비 기간은 짧으면 이틀 정도 소요되고 길면 1, 2주까지 걸립니다.


Q : 역사 콘텐츠뿐만이 아니라 먹방, 붙임 머리 시술기 등 다양한 콘텐츠도 있던데 이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고안하나요?


현재 사람들이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즐기는지, 시의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 콘텐츠를 찾는 편이에요. 트렌드가 중요하죠. 역사도 시류 중심으로 다가가, 더욱 쉽게 접하실 수 있게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Q : 팬들과 정모도 하며 꾸준히 소통하고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이 있나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제 방송을 보다가, 20세가 넘어 저의 채팅방 등을 관리하고 정모를 총괄하는 매니저로 활동한 분이 생각나요. 이 분 말고도 저에겐 6, 7년 된 팬들이 많아요. 건전하고 서로 윈윈하는 관계여야 팬과 저의 사이가 오래 유지된다고 생각해요. 팬들과 2주에 한번, 혹은 한 달에 한 번 정모를 가지며 소통하고 있어요. 함께 식사하고 문화재를 탐방해요. 제가 사연있는 문화재들을 소개해주기도 하고요.



Q :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제가 했던 가장 큰 프로젝트가 2015년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기부 프로그램이에요. 유저들이 희망풍선이라고 하는 배너를 통해 후원할 수 있는 체계였죠. 두 달간 진행됐는데 많은 BJ들도 홍보를 해줬고, 저는 수요 집회에도 직접 참석해 현장 상황을 방송하기도 했어요. 총 2000여 만원이 모여 위안부 역사관 건립 비용으로 쓰였죠. 감동적이었고 보람을 느꼈어요. 위안부와 관련해 아직도 해결이 안 된 부분들이 있어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요.


Q : 방송하면서 힘들었던 적도 있었을 것 같아요.


2012년 아프리카TV 시상식에 출연하기 위해, 난생처음으로 메이크업숍으로 가서 화장을 과하게 하고 붉은 드레스를 입고 나갔어요. 그런데 인터넷방송 속 모습과 시상식에서의 얼굴이 다르다며 외모에 관한 악플이 쏟아졌어요. 당시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앓아 얼굴이 부은 것도 있었는데 구구절절 변명하기 힘들었고 2013년에 방송을 쉬었어요.


그 후 쇼핑몰을 시작했지만 잘 풀리지 않았고 '내가 해야 할 건 방송이구나'라고 다시금 느꼈어요.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방송을 더 열심히 하게 됐고 악플을 봐도 그전보다 무덤덤해지더군요. 콘텐츠에 더욱 집중하게 된 계기도 됐고 양보단 질로 여러분들께 다가가고 싶은 욕심도 생겼어요.


Q : 요즘 유튜버들의 경쟁이 치열해요. 자신만의 생존 비법이 있을까요?


하루에 적어도 콘텐츠 한 개는 게시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임해요. 성실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브는 열심히 꾸준히 하면 구독자와 조회 수가 늘어요. 또한 신선한 콘텐츠를 꾸준히 생각하는 것도 비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콘텐츠들이 소위 대박을 낼지 모르는, 의외성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죠.


Q :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뭔가요?


도전하고 싶은 것이 많아요. 지금까지는 역사로 강의를 많이 해 왔으니, 이젠 역사로 여러 가지 콘텐츠가 탄생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예능을 역사적으로 접근한다던가 문화재 탐방 등으로요.


궁극적으로는 1인 미디어계의 여자 설민석이 되는 것이 목표예요. 직강이나 경찰공무원 강의도 해보고 싶어요. 무엇보다 어떤 자리에 있든, 역사를 최대한 쉽게 어필할 수 있는 최고의 역사 크리에이터가 될거예요. 지금까지 많은 역사 콘텐츠로 소통을 해온 만큼, 그 내실로 계속 성장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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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이게은 기자 eun5468@sportsseoul.com, BJ한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