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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2013년 10월 5일은 21세기 LG 구단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날이다. 당시 LG는 정규시즌 마지막날 잠실 두산전에서 승리하며 2위를 확정짓고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항상 마운드가 약점이었던 LG가 미국에서 돌아온 류제국(35), 마무리투수로 전향한 봉중근(38), 수술과 재활을 딛고 부활한 이동현(35) 등을 앞세워 철벽 마운드를 구축해 암흑기를 청산했다.
그런데 어느덧 5년이 지났고 그 사이 참 많은 게 변했다. LG 사령탑부터 김기태 감독에서 2014년 5월 중순 양상문 감독으로, 그리고 올시즌을 앞두고는 류중일 감독으로 바뀌었다. 2013시즌과 비교해 1군에 남아있는 지도자도 유지현, 김정민, 강상수 코치 밖에 없다.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던 이병규는 올시즌 코칭스태프에 합류해 신경식 타격코치와 함께 타자들을 지도하고 있다. 현재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 중 2013시즌 감동의 순간에 그라운드에 서 있었던 이는 박용택, 오지환, 김용의, 신정락 정도다.
무엇보다 당시 마운드를 이끌었던 주축 투수들 대부분이 이제는 전력에서 제외됐다. 이동현 외에는 사실상 2018시즌 등판은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시즌 후반부터 허리 디스크에 시달렸던 류제국은 결국 디스크 수술을 받아 시즌아웃됐다. 지난해 어깨 수술에 임한 봉중근은 이번 여름 등판을 목표로 재활에 매진했으나 복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16년 겨울 LG와 2년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는데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서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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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의 핵심이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두 베테랑이 빠지면서 올시즌 LG 마운드 또한 급추락했다. 방어율 5.28로 이 부문 리그 8위다. 2013시즌부터 지난해까지 방어율 부문 중상위권을 지켰던 LG 마운드가 힘없이 내려 앉았다. 전반기까지 선발진은 경쟁력이 있었으나 후반기 들어 선발과 불펜 모두 무너졌고 이길 수 없는 경기를 반복하고 있다. 8월 성적 1승 9패, 후반기 성적 6승 17패로 5할 승률 붕괴와 더불어 5위 사수도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영원한 것은 없다. 모든 팀이 흘러가는 시간에 맞춰 젊은 투수를 육성하고 투수진에 변화를 꾀한다. 하지만 LG 투수진은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야심차게 마무리투수로 내세웠던 임정우도 지난 4월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임정우는 다가오는 겨울 군복무에 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년 동안 LG는 정찬헌, 임찬규, 김대현 등을 육성했고 2016년 겨울에는 거액을 들여 차우찬을 FA로 영입했으나 이전과 같은 철옹성 마운드가 아니다.
잠실구장 마운드를 굳건히 지켰던 주역들이 하나 둘 퇴장한 가운데 ‘투수진 재건’이라는 무거운 과제와 마주하고 있는 LG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