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C05587
연극이 있어 행복했다는 전무송. 사진|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56년 세월 동안 연극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배우 전무송(77)은 56년째 한결같이 무대를 지키고 있는 ‘천상 배우’다. 법대에 가서 법관이 되기를 바라던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1962년 드라마센터 부설 연극아카데미 1기생으로 입학해 배우가 됐다. 오는 17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무대를 위해 막바지 연습에 땀을 흘리고 있는 그를 만났다.

전무송에게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은 남다른 작품이다. 1984년 ‘세일즈맨의 죽음’ 무대에 오른 후 이번 무대까지 일곱번째 같은 작품에 서고 있다. 1949년 아서 밀러의 희곡으로 예순 살이 넘은 세일즈맨 윌리 로먼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과거의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현대인의 삶과도 맥을 같이 한다.

전무송 가족 사진
전무송의 사위 김진만(왼쪽부터), 딸 전현아, 외손자 김태윤, 전무송, 아들 전진우. 사진|극단 그루 제공

이번에는 가족들과 함께 해 더욱 의미가 있다. 사위 김진만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고 딸 전현아가 예술감독을 맡았다. 아들 전진우가 극중 큰아들 비프 역으로 함께 무대에 서고, 초등학생인 외손자 김태윤이 목소리 출연을 했다. 다복한 연극인 가족이다.

일곱번째 무대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대가 될 것으로 자신했다.

전무송은 “김진만 연출이 번역을 원어가 가진 뜻에 가깝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동안은 우리 정서에 맞게 의역했는데 원어대로 표현하니 달라진 느낌이다. 벤치와 의자의 뉘앙스가 다르듯 달라진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SC05577
연극 초창기 활동하던 시절의 사진. 사진|극단 그루 제공

대본의 뉘앙스가 달라지면서 배우 입장에서 표현하는 방식도 조금은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크게 소리쳐 외치던 대목에서 조용히 응어리를 삼키는 방식으로 연기하는 식이다.

원로배우에 속하게 된 지금도 불러주는 무대가 있어 행복하다는 그는 “아직도 잊지 않고 불러주는 동료와 후배가 있어서 지금까지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꿈같은 생각을 가지고 덤펴들었다가 실체에 부딪혀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는데 그걸 지나고 보니 연극이 나를 행복하게 했던 거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사람은 어느 직업을 가지든 행복을 찾기 위해 걸어간다. 부처님이나 예수님도 행복에 이르는 길을 찾아 걸어갔다. 그 세계에 가려고 노력하는 그순간이 행복인데 연극이 있어 행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극이 좋은 이유로 “인생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전무송은 “배우다 예술이다를 떠나 희곡을 들여다보면 인생 공부를 할 수 있다. 톨스토이도 있고 베토벤도 있다. 이 만큼 더 좋은 공부가 어디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연극의 길을 걷는 자식들이나 후배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한 마디는 “허영이나 욕심을 버리라”는 말이다. 처음부터 주인공을 하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조그만 역이라도 성심성의껏 노력할 것을 강조한다.

스승인 동랑 유치진(1905∼1974) 선생에게 “배우는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훌륭한 배우가 된다”는 가르침을 받았던 전무송은 지금도 배우의 제1덕목은 인간성이라고 믿고 있다.

“항상 연극을 시작할 때는 최선을 다해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일하는 것만큼 행복한 것이 없다. 일하는데 투정부리는 사람은 바보다. 일이 주어지면 그걸 최선을 다해 즐겁게 해야 한다. 그게 인간의 본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eggrol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