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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 출처 | 중계화면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대한축구협회는 4년 뒤 카타르 월드컵에선 꼭 16강에 오르겠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 감독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그 과정을 지켜본 팬심은 싸늘하기 그지 없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40억 기부 등 떠들썩하게 진행했던 새 감독 선임 과정과 비교하면 벤투의 이름값이 실망스럽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 댓글이나 축구게시판을 통해 이런 반응은 곧바로 알아챌 수 있다. 네이버에선 “농담 아니고 벤투 선임할거면 신태용(전 대표팀 감독)이 낫다. 30억원이 아깝다”, “호날두 데리고 월드컵 광탈(빠르게 탈락)한 감독” 등의 비판 여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주요 축구게시판에서도 “시간에 쫓겨서 선임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팬들의 기대치는 능력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한 감독이 아니었다”는 식의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벤투와 함께 거론되던 인물이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스페인 명장 키케 플로레스였기 때문에 여론의 실망감은 더 크다.

결국 지도자로 ‘증명하지 못한’ 벤투 감독의 경력이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벤투 감독은 2012년 유럽선수권에서 포르투갈을 이끌며 4강에 올랐으나 2년 뒤 브라질 월드컵에선 독일에 0-4로 대패하는 등 졸전 끝 조별리그 탈락을 막지 못했다. 당시 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전성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벤투의 성적은 더욱 초라하다. 그가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하차할 때도 그랬다. 브라질 월드컵 뒤 열린 2016년 유럽선수권 예선 1차전에서 약체 알바니아에 패해 벤투 감독이 사표를 던졌을 때 포르투갈은 호날두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이었다. 유럽축구 관계자들은 “벤투 감독이 선수비 후역습 스타일을 잘 다져나갔으나 결국 볼을 탈취했을 경우 전방의 호날두에 무조건 뿌려 그의 공격력에 의존하는 것이 메인 전술이었다”고 평가한다.

국내팬들은 벤투 감독이 이후 클럽으로 무대를 옮겼지만 내리막길만 걸었던 것에 대해서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과 그리스, 중국의 구단을 맡아 각각 2개월, 7개월, 7개월밖에 버티지 못했다. 특히 이웃 중국의 중위권 구단 충칭을 맡아 16개 구단 중 14위까지 떨어지고 경질된 경력을 꼬집는 분위기다. 중국 축구에서 몇 달 쓰다 버린 인물을 한국 대표팀 사령탑에 앉혔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협회는 감독 마케팅을 통한 대표팀 경기의 흥행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라도 이번 새 사령탑 선임에 심혈을 기울였다. 팬들도 ‘이번엔 특급이 아니어도 A급 감독은 데려오겠지’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그런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벤투 감독은 ‘허니문 기간’ 없이 당장 내달 A매치부터 시작해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까지 이어지는 A매치 시리즈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