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조윤형 인턴기자]수려한 외모는 배우에게 득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흠잡을 곳 없는 자태로 인해 자칫 연기력이 가려질 수 있기 때문. 또한 얼굴만 내세워 자신의 존재감을 상기시키는 경우도 여럿 있다. 하지만 여기,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배우'라는 본질을 흐리지 않는 이가 있다. 바로 20년 차 배우 수애다.


수애는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상류사회(변혁 감독)'로 스크린 컴백의 신호탄을 쐈다. '상류사회'는 각자의 욕망으로 얼룩진 부부가 아름답고도 추악한 상류사회로 들어가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믿고 보는 배우 박해일, 수애가 처음 호흡하는 작품으로 화제가 된 '상류사회'는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8월 극장가에 흥행 돌풍을 예고했다.


'상류사회'에서 그는 능력과 야망이 가득찬 미술관 부관장 오수연으로 분했다. 상류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당당한 마인드와 동시에 냉철함이 특징인 인물이다. 자신이 처한 현실과 탐욕 사이에서 느끼는 괴리감 등 복합적인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할 예정. 박해일과의 감각적인 앙상블을 기대하게 한다.



지난 1999년 KBS 드라마 '학교2'를 통해 등장한 수애는 2002년 MBC 베스트극장 '첫사랑'으로 정식 데뷔했다. 4개월 뒤 방영한 MBC 주말연속극 '맹가네 전성시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에 나서며 이름을 알렸다. 자기중심적이면서도 철없는 허주연 역으로 분해 사랑스러움을 한껏 뽐냈다.


2003년 방송한 MBC 월화드라마 '러브레터'에서 파란만장한 인생을 겪은 의사 조은하 역할로 주연 자리를 꿰찼다. 세 남녀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에서 그는 배우 조현재, 지진희와 잔잔한 케미스트리를 발산했다. 전체적으로 무겁고 안타까운 분위기였으나, 아름답고 청순한 수애의 모습을 담아내기에는 충분했다. 실제로 '러브레터'는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수애가 연기자로서 한 발자국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당당히 주연으로 자리잡을 수 있던 것은 변신을 마다치 않는 연기 열정 덕분이었다. 2003년 MBC 주말연속극 '회전목마'에서 수애는 통통 튀는 발랄함이 매력인 성진교 역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다채로운 감정 연기와 더불어 양념치킨을 맛깔나게 먹는 장면으로 '통닭 수애'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아련함부터 쾌활함까지 두루 섭렵해 2003년 MBC연기대상 여자 신인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2004년 KBS2 수목드라마 '4월의 키스'가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며 수애 역시 주춤하는 듯 보였다. 특유의 애틋한 감성 연기가 돋보였지만 큰 화제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KBS2 드라마 '해신'에서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는 정화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비롯해 빈틈없는 연기를 펼친 그는 2005년 kBS연기대상 여자 우수연기상과 베스트커플상을 거머쥐며 명실상부 '드라마 퀸' 반열에 올라섰다.



수애의 활약은 안방극장을 넘어서 스크린까지 이어졌다. 2004년 개봉한 영화 '가족'으로 대형 영화제의 신인여우상을 휩쓸었다. 제25회 청룡영화상부터 제41회 백상예술대상까지. 단아한 기품을 바탕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며 필모그래피를 채웠다.


'열일' 행보는 계속됐다. 수애는 '나의 결혼 원정기', '그해 여름', '불꽃처럼 나비처럼' 등 여러 영화에서 열연하며 쉼 없이 달렸다. 무엇보다 2008년 이준익 감독의 영화 '님은 먼 곳에'에서는 풍부하고 섬세한 감정 연기로 호평받았다. 이를 입증하듯 제46회 대종상, 제17회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영화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고, 연기력 또한 일취월장이었다.


2007년 MBC '9회말 2아웃'에 출연한 그는 2년 만의 드라마 복귀가 무색하리 만큼 폭넓은 연기력을 드러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작품 선택도 탁월했다. 2010년 SBS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으로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하며 카리스마 넘치는 면모를 과시했다. 멜로 드라마 '천일의 약속'으로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탄탄한 연기력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냈다.


2010년 스릴러 영화 '심야의 FM'으로 제31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과 제6회 대한민국 대학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수애는 '대한민국 대표 여성 배우'라는 수식어를 달게 됐다. 무엇보다 코리아 베스트드레서 영화배우 부문을 수상하며 '드레스가 가장 잘 어울리는 여성 배우'로 꼽히기도 했다. 완벽한 드레스 핏과 명연기를 동시에 인정받은 셈. '드레수애'라는 별칭이 아깝지 않은 자태였다.


'드레수애'로 가려질 뻔한 연기력은 2013년 SBS 드라마 '야왕'으로 폭발했다. 희대의 악녀 주다해 역을 맡은 그는 검은 야망을 표출하며 악랄한 연기를 선보였다. 명품 악역으로 맹활약하며 25.8%라는 최고 시청률을 견인했고, '야왕'은 당시 지상파 3사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도전은 끊임없었다. 이후 수애는 드라마 '가면', '우리 집에 사는 남자'와 영화 '감기', '국가대표2'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횡무진 나아갔다. 심도 깊은 연기와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며 1인 2역부터 아이스하키까지 소화해내는 저력을 보였다.


강산이 두 번 변할 세월 동안 연기력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작품마다 뛰어난 표현력으로 자신의 몫 이상을 해냈지만, '우리 집에 사는 남자' 방영 당시 색다른 변신을 꾀하면서 혹평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검증된 20년 연기 내공은 쉽사리 무너지지 않았다. 걱정과 우려는 연기로 잠식시켰고, 이를 통해 성장했다. 부지런한 활동, 멈추지 않는 도전. '믿고 보는 배우' 수애가 여태껏 연기에 관해 큰 잡음이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20년간 변함없는 외양으로 '방부제 미모' 찬사를 받아온 수애. 이제는 미모 대신 무게감있는 연기력을 재조명해야 할 때가 아닐까. 영화 '상류사회'로 시원하게 컴백 합격 도장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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