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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반둥=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결국 손흥민(26·토트넘)이 답이었다.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20일(한국시간) 오후 9시 인도네시아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키르기스스탄과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E조 마지막 경기서 후반 18분 결승골을 넣으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손흥민의 활약을 앞세워 키르기스스탄을 잡은 한국은 2승1패 승점 6점을 확보하며 조 2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손흥민은 황의조, 나상호와 함께 4-3-3 포메이션의 3톱으로 출전했다. 득점은 여의치 않았다. 키르기스스탄은 5-4-1 포메이션 형태의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들고 나왔다. 공격수 한 명만을 남겨놓고 나머지 9명이 페널티박스 근처에 밀집해 한국 공격수들을 견제하는 방식이었다. 상대가 20여미터의 촘촘한 그물망 수비를 펼치자 한국은 주도권을 잡고도 좀처럼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지 못했다. 손흥민은 좌우를 오가며 기회를 모색했으나 공간이 없어 오히려 미드필드 진영으로 내려와 공을 잡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손흥민뿐 아니라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까지 키르기스스탄 수비 2~3명에 막혀 고립되면서 활로를 찾지 못했다. 손흥민은 전반 31분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득점을 노렸으나 수비 맞고 굴절됐다.

답답했던 경기 양상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바뀌었다. 손흥민은 박스 밖에 머물렀던 전반과 달리 최전방에 위치했다. 대신 황의조가 빠진 황희찬이 교체 출전해 측면에 자리했다. 달라진 전술 속에서 한국은 공격의 활기를 찾았다. 동시에 같은 시간 열린 E조 다른 경기에서 바레인이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리드를 잡으면서 키르기스스탄이 더 이상 수비에만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키르기스스탄은 조 3위라도 차지하려면 한국을 이겨야 했다.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면 한국과 바레인이 나란히 승점 4점으로 2,3위에 오르기 때문에 키르기스스탄은 2점을 확보하는 데 그쳐 조 최하위로 추락하는 상황이었다. 탈락 위기에서 키르기스스탄은 골을 넣기 위해 공격을 시도해야 했다. 상대가 전반보다 라인을 올리고 역습을 시도하면서 한국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전반보다 공간이 자주 열렸고, 발 빠른 황희찬, 손흥민, 나상호 등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공격을 시도할 수 있었다.

결국 손흥민은 후반 18분 만에 첫 골을 만들었다. 왼쪽 측면에서 장윤호가 올린 코너킥을 박스 안에 대기하던 손흥민이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손흥민의 발을 떠난 공은 골망을 강하게 흔들었다. 공을 트래핑 하지 않고 바로 슛을 시도한 게 주효했다. 골이 들어가지 않아 답답했던 경기 양상을 바꾸는 한 방이었다.

한 골이 들어가자 경기 양상은 완벽하게 달라졌다. 급해진 키르기스스탄은 더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한국은 이를 활용해 서두르지 않고 공을 점유하며 기회를 모색했다. 손흥민은 최전방에 머물며 상대 수비 2~3명을 몰고 다녔다. 후반 39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다시 한 번 득점을 노렸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2분 후에도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이 기회를 잡았지만 이번에도 골키퍼를 넘지 못했다. 결국 더 이상 골은 나오지 않았고 경기는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가까스로 16강에 진출하기는 했지만 한국은 상대가 밀집 수비를 구사할 때 손흥민을 활용하는 방법을 여전히 찾지 못했다. 지난 말레이시아전과 마찬가지로 상대가 20여미터 간격의 촘촘한 그물망 수비를 펼칠 때 세밀하게 득점 기회를 만드는 패턴을 확보해야 한다. 손흥민의 골, 득점과 가까운 상황은 모두 상대가 공격에도 신경썼던 후반에 나왔다. 두 경기에서 비슷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16강 상대인 이란도 이를 분석해 비슷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손흥민의 능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동료들의 도움만 있으면 손흥민은 언제라도 골을 넣을 수 있다. 프리미어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인 손흥민의 기량을 100% 끌어낼 수 있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이란과의 16강전은 23일 오후 9시30분 인도네시아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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