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형' 김진규, 친근한 삼촌 같은 지도자로 변신하다[리와人드]
  • 입력 2018-09-06 11:00
  • 수정 2018-09-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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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와人드'는 되감는다는 영어 단어 '리와인드(rewind)'와 사람을 뜻하는 한자 '人'을 결합한 것으로서, 현역 시절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의 과거와 현재를 집중 조명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주>


[스포츠서울 글‧사진 이용수기자]터프함의 대명사였던 김진규 서울 오산고(33‧FC서울 19세 이하 유소년팀) 코치는 10년 전 한국 축구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는 '영원한 캡틴' 홍명보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대형 수비수로서 인정받고 만 22세의 나이에 A매치 39경기를 뛸 정도로 한국 축구의 중심에 서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태극마크와 멀어졌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진규는 프로에서 큰 족적을 남기고 이른 나이에 은퇴했다. 지난 5월 친정팀 FC서울과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공식 은퇴식을 치른 그는 현재 초보 지도자로서 소중한 한 걸음을 떼고 있다. 풀뿌리 축구를 현장에서 몸으로 체감하며 배우면서 제 2의 인생을 위해 기초부터 다지고 있다.


◇태극전사들에게 전하는 선배의 조언


한국축구가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 열린 2018년을 떠들썩하게 지나고 있다. 그만큼 국민적인 관심도 집중돼 축구대표팀을 향한 축구팬의 비난도 뒤따랐다. 특히 쓴소리가 집중된 건 수비였다. 지난해부터 큰 부침을 겪은 김영권, 장현수, 홍정호, 김민재, 윤영선 등 한국 축구 수비수들은 큰 고초를 겪어야 했다.


10년 전 국가대표로서 비슷한 경험을 한 김진규는 "내가 뛰던 시절과 온라인 문화가 다르지만 그래도 수비수는 질타받을 수 밖에 없는 자리다. 실점하면 책임질 선수는 수비수다"라며 "여러 비판과 비난을 이겨내기 위해선 댓글을 보지 않는다든지 지혜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귀띔했다.


현역시절 터프한 수비로 유명세를 떨친 그는 주심에게 경고받지 않는 노하우를 공개하기도 했다. "나는 심판과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경기장에서 서면 예의바르게 인사했다. 파울을 범했을 때도 먼저 웃으면서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애매한 상황은 '이제 하지마'라며 넘긴 경우도 있었다."


◇'슈퍼매치'는 지지고 볶아야 제 맛이지!


FC서울의 수비 핵심 선수로서 8시즌 수원 삼성과의 '슈퍼매치'를 경험한 김진규는 예전만 못한 '슈퍼매치'의 위상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열렸다 하면 사상 최대 관중 입장수를 기록했던 K리그 최대 흥행카드였던 경기의 위상은 점점 잊혀지고 있다. 김진규는 "관심이 떨어지는 건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문제가 아니라 K리그의 문제다"라며 "슈퍼스타가 있어야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뛰는 선수들이 누군지 모르면 누가 찾아오겠느냐. 예전에는 양팀에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해 A매치나 다름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K리그 연맹 차원의 문제다. K리그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슈퍼스타를 끊임없이 배출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큰 틀에서 문제를 다듬고 적용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김진규는 현재 '슈퍼매치'의 명맥을 유지하는 방법도 내놨다. 그는 "예전에 '슈퍼매치'하면 박진감 넘쳤다. 경기만 하면 난리가 났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로 으르렁거리면 재밌는 경기가 됐다. 예를 들어 나는 당시 상대 공격수였던 정대세와 자주 부딪쳤다. 이런 요소들이 '슈퍼매치'를 꾸미는 것"이라며 "내가 일본에 있을 때 '시즈오카 더비'가 있었는데 팬들까지 난리치며 축구의 흥을 돋궜다"고 전했다.


◇'무서운 형' 김진규, 동네 삼촌 같은 지도자로 변신


김진규는 선수 시절 그라운드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로 상대 공격수를 주눅들게 했던 수비수다. 터프한 경기 스타일은 그를 상징했다. 이 때문에 그는 후배들에게 언제나 '무서운 형'으로 통했다. 하지만 이런 김진규가 지도자로 변신하니 종이 호랑이가 됐다. 그는 "아이들이 내게 장난을 많이 친다. 어쩔 때는 제자들이 내 어깨를 치고 가기도 한다. 사실 프로 때는 후배들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인데"라며 지도자로서 적응 중인 현실을 설명했다. 미소를 보이던 김진규는 "함께 경기를 뛰던 이웅희, 김주영, 김동우, 김남춘 등 후배들이 보면 놀랄 것"이라고 한탄했다.


제자들에게 친구처럼 다가가는 지도자로 변한 김진규이지만 운동장에선 호랑이 같던 그의 모습은 여전했다. 그는 운동시간 만큼은 제자들에게 집중해서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진규는 "고등학생이다 보니 집중력의 차이가 크다. 한 명이 흐트러지면 운동시간 1시간 30분동안 다른 아이들에게 전염돼 하루 운동이 수포로 돌아간다"며 "그래서 훈련에 방해될 것 같은 아이들은 아예 하루 쉬고 다음날 제대로 운동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인성을 강조하는 지도자, 김진규 코치


또래 선수들이 아직 선수 생활을 할 때 먼저 지도자의 길을 선택한 김진규는 선수 시절 전혀 하지 않던 공부도 밤새 자료 찾아가며 노력하고 있다. 14년 전인 19세 나이에 성인 축구 국가대표팀에 데뷔한 그는 승승장구했다. 2004년 아시안컵, 2006년 독일 월드컵, 도하 아시안게임, 2007년 아시안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까지 쉴 새 없이 태극마크를 달고 운동장을 뛰어다녔다. 당시를 회상한 김진규는 "어릴 때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뛰다보니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난 자만심에 밑으로 떨어졌던 사람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그가 제자들을 지도하면서 강조한 건 축구도 운동도 아닌 인성이었다. 김진규는 "나는 항상 제자들에게 '너네는 왼쪽 가슴에 FC서울 엠블럼을 달고 다니는 선수다. 너희는 FC서울의 3군으로서 행동도 조심하고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며 인사성, 페어플레이 등 최대한 인성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프로와 국가대표를 경험하며 김진규가 터득한 진리였다.


◇'병아리 코치' 김진규의 현재 최종 목표는 FC서울 감독


현역 시절 터프한 이미지가 강했던 김진규는 소속팀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반대로 상대팀 축구팬들에겐 가장 미움을 사는 수비수였다. 원정을 떠나면 상대팀 서포터에게 욕을 먹기 일쑤였다. 하지만 김진규의 선수 은퇴식이 열린 지난 5월 20일 전북전은 뜨거운 박수가 경기장을 가득채웠다. 김진규는 "나를 싫어했던 상대 서포터가 기립 박수를 쳐주는 모습에 놀라고 감동했다. '경기 때는 서로 으르렁되도 상대 선수를 존중해주는구나. K리그의 문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감사했다"고 떠올렸다.


소중한 순간을 친정팀에서 선물받은 김진규는 현역 시절 최고의 순간도 지난 2010년 FC서울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해라고 꼽았다. 월드컵에 출전한 2006년도 아닌 2010년이라 말한 그는 "프로에서 처음으로 리그 우승을 한 것이라서 행복했다. 월드컵 나가 뛴 것도 있지만 우승컵을 들어올렸을 때가 최고였다"고 설명했다.


선수 시절 최고의 순간을 만든 친정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FC서울 감독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는 "짧은 시간에 감독이 되고 싶지는 않다. 풀뿌리부터 많은 것을 배운 뒤 내가 지금 가르치는 아이들이 FC서울에서 고참급이 됐을 쯤인 10~15년 안에 감독을 맡고 싶다"고 꿈꿨다. 그러면서 "칭찬만 받는 지도자는 되고 싶지 않다. 칭찬도 하고 감싸기도 하고 질타도 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며 "내가 욕을 먹더라도 제자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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