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압도적인 스케일의 전쟁 액션 영화가 등장했다. 여기에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준 새로운 영웅, 양만춘이라는 캐릭터도 빛났다.

영화 ‘안시성’(김광식 감독)은 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인 승리로 꼽히는 88일 간의 안시성 전투를 재해석한 영화다. 배우 조인성의 오랜만에 사극 출연과 더불어 185억원이라는 큰 스케일의 제작비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가 됐으며 그동안 조명 받지 못했던 고구려 그리고 안시성 전투라는 소재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지난 12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이 벗겨진 ‘안시성’은 스펙터클한 액션에 감동이 더해진 새로운 한국 전쟁 액션 영화였다. 영화는 사료에서 크게 다뤄지지 않아 다소 낯선 안시성 전투의 배경을 설명하는 조인성의 내레이션과 주필산 벌판에서 펼쳐지는 전투 신으로 시작된다. 양만춘(조인성 분)은 고구려 내에서 연개소문을 돕지 않고 전쟁을 외면한 반역자로 불리고 있었다. 연개소문 역시 안시성 출신 태학도 수장 사물(남주혁 분)에게 양만춘을 처단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양만춘에 대한 궁금함이 많았던 사물은 실제 그를 보며 생각과 다른 점에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당나라의 수장 이세민(박성웅 분)은 평양성으로 가기 위해 안시성을 공격하고 양만춘을 비롯한 안시성의 모든 이들은 성을 지키기 위해 나선다. 20만 명에 달하는 당나라 군에 맞선 5000명의 안시성 고구려 군은 숫자나 무기의 면으로도 열세지만 성과 운명을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반전의 전투를 그려낸다.

‘안시성’에서 가장 돋보인 점은 압도적인 전투 신이다. 영화의 포문을 여는 주필산 전투와 공성전, 그리고 백미로 꼽히는 토산 전투까지 총 4번의 각기 다른 모습의 전투가 스펙터클하게 그려지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모습이 담긴 공성전은 스카이 워커부터 로봇암 등 첨단 장비가 동원됐다. 그만큼 양만춘을 비롯한 주요 장수들의 전투 장면은 슬로우 모션으로 그려지며 신선함과 더불어 액션에 대한 집중을 높였다.

배우들의 연기도 관전 포인트다. 양만춘 역을 맡은 조인성은 전형적인 사극 영웅들과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장엄한 목소리와 말투가 아닌 다소 편안한 모습의 장수다. 안시성 주민들의 일도 도와주고 아기가 태어나자 몰래 방문해 축하해준다. 하지만 전투에서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보인다. 그동안 봐왔던 장수의 모습과는 다르기에 초반에는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냉정과 열정을 오가는 조인성이 양만춘 그 자체였다. 평소에는 인간미 넘치는 모습이지만 성을 지킬 때는 누구보다 용맹하게 활약하는 양만춘의 모습은 이 시대 필요한 리더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도 한다.

첫 스크린 도전에 나선 사물 역의 남주혁도 빛났다. 극의 시점 대부분이 사물의 시선을 통해 진행된 만큼 남주혁의 역할도 조인성 못지않게 컸다. ‘모델 출신 배우’의 첫 도전이란 편견이 있을 수 있지만 사극에 알맞은 발성과 갈등하는 사물의 내면을 자신의 색으로 표현하며 몫을 톡톡히 해낼 수 있었다.

배성우부터 엄태구, 박병은, 오대환 등 이른바 ‘팀 안시성’의 활약도 활력을 더했다. 이들은 뚝심 있게 성을 지키는 모습부터 적재적소에 유머까지 담당해냈다.특히 ‘감동 치트키’ 성동일의 활약이 화려한 액션과 스케일에만 집중될 수 있었던 영화에 자연스러운 감동을 얹을 수 있었다.

전투에 집중되는 만큼 장르에 대한 호불호가 나뉠 수 있지만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는 역사 속의 이야기가 전 세대에게 뭉클함을 선사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 작품이다. 오는 19일 개봉. 러닝타임 135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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