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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 능라도에 있는 5월1일 경기장은 최대 15만명을 수용할 수 있어 서울-평양 올림픽이 확정될 경우, 개회식 혹은 폐회식 장소로 제격이다. 평양 | 사진공동취재단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왜 올림픽일까?

남과 북의 정상이 유치에 합의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아주 흥미롭다”며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토마스 바흐 위원장 등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적극 찬성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32년 하계올림픽을 서울과 평양에 공동 유치하기로 약속함에 따라 이 대회를 추진하고 유치해서 함께 치르는 과정이 ‘세계 평화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왜 올림픽일까. 향후 유치 과정은 어떻게 이뤄질까.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두 차례 평양에서의 정상 회담을 마친 뒤 19일 백화원에서 발표한 ‘9월 평양공동선언’ 4조 2항을 통해 ‘남과 북은 2020년 하계올림픽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 경기들에 공동으로 적극 진출하며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공동개최를 유치하는데 협력하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지난 달 말 바흐 위원장이 청와대를 방문해 문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처음 공개된 서울-평양 올림픽 구상에 김 위원장이 동의한 것이다. 두 정상이 의견 일치를 보면서 유치 움직임은 첫 관문을 통과했다.

올림픽은 우선 남·북 화해의 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개최 명분이 충분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 위협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됐지만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시사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어 지난 2월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 남·북 공동 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북한 고위급 인사의 연이은 방문 등이 어우러지면서 남과 북이 서로의 마음을 열었다. ‘평창 올림픽’이란 촉매는 4월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이어지며 큰 불로 활활 타올랐다. 하계올림픽 공동개최는 그런 ‘평화 프로세스’의 완결판이다.

IOC가 이 대회 유치를 환영하고 있다는 점도 반갑다. IOC는 비용 문제로 최근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도시가 크게 줄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 총회에서 2024년 대회와 2028년 대회를 각각 파리와 LA에서 치르기로 결정했다. 2개 대회 개최지를 한꺼번에 결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유치에 애를 먹고 있다는 방증이다. 서울-평양이 공동 유치에 나서면 개최지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올림픽을 통한 평화의 구현이라는 IOC의 정신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다. 또 두 도시 공동 개최라는 올림픽사의 새 여정을 연다는 측면에서도 뜻 깊다. 바흐 위원장도 이런 이유로 서울-평양 올림픽 개최에 깊은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UN의 대북 제재를 피할 수 있는 남·북 협력 사업이란 측면에서도 올림픽은 제격이다. 시설 면에선 큰 문제가 없다. 서울엔 1988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했을 때 경기장이 지금도 잘 활용되고 있다. 평양에도 5월1일 경기장이나 김일성 경기장, 류경정주영체육관 등이 있어 소수의 체육관을 새로 짓고 기존 시설을 보수하는 선에서 공동 개최가 가능하다.

IOC는 동·하계 올림픽의 경우 개최 7년 전 총회에서 100여명의 IOC 위원들이 투표를 통해 유치도시를 결정한다. 이런 전례에 따르면 2032년 대회 개최지는 2025년에 결정된다. 체육계 인사들에 따르면 “올림픽 유치위는 대개 총회 2년 전부터 구성되는데 서울-평양 대회의 경우 공동 개최라는 점, 남과 북의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1~2년 먼저 발족될 수 있다”고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는 2011년 8월 싱가포르 IOC 총회 2년 전인 2009년 8월 발족됐다. 다만 IOC가 개최지 조기 확보 차원에서 2032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 총회를 앞당길 수 있다. 결국 단일팀이 출전하는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직후부터 2032년 대회 유치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금도 2032년 올림픽 개최를 원하는 곳이 여럿 있어 IOC위원 투표에 따른 경선은 준비해야 한다. 아시아에선 10억 인구 인도의 뉴델리, 동남아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등이 유치를 타진하고 있다. 호주 브리즈번, 독일의 뒤셀도르트-쾰른(공동 개최)도 거론된다. 그러나 일단 이번 남·북 정상의 유치 선언으로 서울-평양 두 도시의 기선제압은 확실히 이뤄졌다.

반면 정상회담을 앞두고 함께 거론됐던 남·북·중·일 월드컵(2030년 혹은 2034년)의 경우 중국 및 일본과의 합의까지 이뤄야하는 등 올림픽보다 더 추진 과정이 복잡해 이번 ‘평양공동선언’에는 빠졌다. 한국 축구의 영웅 차범근 감독이 문 대통령과 함께 방북해 월드컵 유치도 거론한 것으로 보이지만 어떤 발표도 없었다. 중국이 단독 개최를 강력하게 원하는 상황에서 남·북이 월드컵보다 올림픽을 선택했다고 봐야 한다.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