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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배우 정상훈이 가족에 대한 무한 사랑을 알렸다.

정상훈은 18일 개봉한 영화 ‘배반의 장미’(박진영 감독)을 통해 폭 넓은 코미디 연기를 펼쳤다. ‘배반의 장미’는 슬픈 인생사를 뒤로 하고 동반 자살을 결심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세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지난 1998년 데뷔한 정상훈은 드라마와 뮤지컬을 오가며 연기 내공을 쌓았고 tvN ‘SNL 코리아’에서 능청스런 코미디 연기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 영화를 비롯해 현재 출연 중인 tvN ‘빅 포레스트’까지 코믹하면서도 공감 가는 연기를 펼치고 있는 정상훈이다. 누구보다 바쁜 현재를 보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한 가족 사랑을 드러내 부러움을 샀다.

- 정상훈은 연예계 ‘워너비 아빠’ 중 한 명으로 손꼽히고 있다. 일과 함께 육아를 돕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다행히 체력이 좋은 편이다. 세 시간 정도만 자도 괜찮다. 집에 가면 아이들이 목에 매달리고 놀아달라고 한다. 피곤하다 해도 아이들은 봐주지 않는다.(웃음) 그래도 아이들을 보면 피곤한 것도 없어지더라. 함께 열심히 놀다가 자면 정말 푹 잔다. 어렸을 때 사진 한 장처럼 기억나는 것들이 가족애를 생기게 하더라. 아이들에게도 그런 사진 같은 추억이 많다면 나중에 비뚤어지지 않고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한다. 아이들을 키우며 내가 더 많이 배우는 것 같다.

- 육아를 통해 어떤 점을 많이 배우는가?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내가 모범이 돼야 한다. 아이들에게 훈육을 하다가도 나는 지금 똑바로 하고 있나 스스로 묻게 되더라. 사람은 다 똑같은 것 같다. 아이들이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떼를 쓰는데 나도 아내에게 그러더라. 배우는 점도 있고 멀리 보면 이 아이를 어떤 사람으로 키웠으면 좋겠는지 깊게 생각한다. 인문학 관련 도서를 사서 읽고 그러면서 나를 돌아보게 됐다.

- 최근 절친 조정석이 거미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결혼 선배로 조언을 해준 것이 있는지?

정석이와 거미 씨는 자주 만나서 소주도 마시곤 한다. 항상 두 사람이 우리 부부를 부러워하더라. 결혼을 권유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인 것 같다. 내가 좋다고 다른 사람도 좋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부럽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더 행복하게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된다.

- 조정석과 거미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맡기로 했는데 두 사람이 작은 언약식을 올리며 무산됐다. 아쉽지는 않나?

정석이가 클래식 기타를 굉장히 잘 친다. 난 노래를 잘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술을 마시거나 연기 얘기를 하다가도 둘이 노래를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축가를 생각했지만 거미 씨 지인 분들이 엄청난 분들 아닌가. 사회도 생각했었는데 축가를 한다면 세상에 없는 둘의 이야기가 담긴 좀 웃긴 노래를 부르려 했다. 아쉽지만 그래도 두 사람이 너무 잘 어울리고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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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반의 장미’에서는 인물들이 죽음을 결심하게 된 힘든 사연이 나온다. 정상훈에게 있어도 힘든 때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극복법은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하다.

극단적인 생각은 해본 적은 없지만 신기하게도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오더라. 힘든 시기도 있었는데 위안을 받으려 술도 마셔보고 오락도 해봤다. 하지만 만화 ‘나루토’를 보고 많은 위로를 얻었다. ‘나루토’의 일대기는 인생이다. 재밌게 보며 많은 위안을 받았다.

- 죽기 전 이뤄보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는가?

있었는데 이뤘다! 뮤지컬을 꽤 했던 만큼 성지인 브로드웨이에 가보는 것이 버킷리스트였다. 아내와 함께 가게 됐는데 너무 추웠다. 공연도 많이 보고 영화에 나오는 다리도 건너고 자전거도 빌렸는데 빌딩 숲 속 칼바람은 정말 춥더라.(웃음) 그래도 뉴욕 스테이크도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었다.

- 그렇다면 이루고 싶은 배우 정상훈의 방향이나 목표도 궁금하다.

사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양꼬치 앤 칭따오’로 인기를 얻을 당시 많은 분들이 나를 코미디언인 줄 아시더라. 그러다 JTBC ‘품위있는 그녀’에 출연한 뒤 “정상훈 씨 드라마 잘 보고 있습니다”는 말에 굉장히 감동을 받았다. 내가 선택하거나 만들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대중이 평가하는 사람 아닌가. 목표를 세운다면 근접하게 갈 수는 있겠지만 뜻대로 만들어질까 생각한다. 그래도 가고 싶은 길이 있다면 코미디 배우의 한 장르를 남기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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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태원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