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인천공항에 도착한 오승환은 10여분간의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가족들과 짧은 인사를 나누고 바로 출국게이트로 빠져나갔다. 인천공항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돌부처’ 오승환(36·콜로라도)이 귀국 인터뷰에서 ‘깜짝’ 국내 복귀 의사를 드러냈다. 당장 내년 시즌 복귀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은 아니기에 야구계가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오승환의 보유권을 가지고 있는 삼성은 오승환측에서 공식 제안을 보내오면 적극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오승환은 지난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과 만나 “한국으로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힘이 남아 있을 때 좋은 모습으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나이가 더 들어서 돌아오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며 깜짝 발언을 했다. 그간 에이전트를 통해 타국 생활의 고단함을 드러내며 국내 복귀 의사를 넌지시 비추기도 한 오승환이지만 이처럼 공식석상에서 복귀 의사를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수 본인은 국내 복귀 의사를 드러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우선 전 소속팀 토론토에서 맺은 베스팅 옵션(70경기 이상 등판 시 2019년까지 계약 연장) 충족 요건이 콜로라도에 넘어와 충족되면서 오승환은 다음 시즌에도 콜로라도 소속 선수로 뛰어야 한다. 물론 에이전트가 콜로라도와 협상해 방출 수순을 밟을 순 있지만 절차가 까다롭다. 미국 현지 언론은 “오승환이 만약 메이저리그를 떠난다면 콜로라도는 2019시즌에 불펜 보강이 시급해질 것” “오승환이 떠나면 스프링캠프로 향하는 콜로라도 불펜으로서는 명백히 큰 손실이 될 것” 등의 반응을 내놓고 있다. 콜로라도가 올시즌 좋은 활약을 펼친 오승환을 쉽게 놔줄 가능성도 떨어진다. 오승환의 에이전시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 김동욱 대표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한 이유도 이같은 상황과 일맥상통한다.

오승환
3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3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두산과 삼성의 경기에서 삼성 오승환(오른쪽)이 9회초 2사 1,2루 상황에서 등판해 승리를 지켜 세이브를 올린 뒤 포수 진갑용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구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오승환의 보유권을 가지고 있는 삼성은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 홍준학 단장은 “(오승환의 발언을) 기사로 접했다. 오승환이 직접 복귀 의사를 드러냈지만 아직 에이전시로부터 구단에 정식으로 제안받은 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공식 제안이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승환의 거취에 대해 먼저 언급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는 의미다. 홍 단장은 “공식 제안이 오면 검토해보겠다”고 덧붙였다.

홍 단장은 “만약 오승환이 삼성에 있다면 팀에 큰 도움이 될 선수인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당연한 얘기다. 오승환은 삼성에서 부동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KBO리그를 평정했다. 일본프로야구 한신에 가서도 돌부처의 명성을 이어갔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여전한 경쟁력을 보여줬다. 한국 복귀 후에도 충분히 삼성 불펜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실력 뿐 아니라 풍부한 경험을 갖춘 오승환은 많은 삼성의 유망주 투수들의 성장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징계로 인해 72경기 출전이 불가하지만 야구장 밖에서도 많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선수가 바로 오승환이다.

긍정적인 평가속에 오승환측에서 공식 제안이 온다면 삼성은 전향적으로 오승환의 복귀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삼성은 임창용이 시카고 컵스에서 복귀할 때도 선수 본인의 의사를 확인한 뒤 적극적으로 나서 다시 삼성 유니폼을 입힌 바 있다. 오승환측의 향후 추이에 따라 삼성의 입장도 변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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