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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지난 6~7월 열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 축구는 기동력이 세계 수준에 뒤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패스 성공률 등 기술적인 부문은 최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17일 발표한 ‘테크니컬 리포트’를 통해 본선에 오른 32개국을 각종 통계로 비교하고 분석했다. FIFA는 기술위원장(최근 사임)인 마르코 판 바스턴을 비롯해 카를로스 알베르투 파레이라, 보라 밀루티노비치, 엠마누엘 아무니케, 파스칼 주베르흘러 등 월드컵에서 선수 혹은 감독을 활약한 이들 7명으로 테크니컬 스터디 그룹(TSG)을 만들고 러시아 월드컵에서 나타난 세계 축구의 흐름을 분석해 테크니컬 리포트를 발간했다.

한국은 활동량에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우선 태극전사들은 경기당 106.6㎞를 뛰어 잉글랜드(107.0㎞), 코스타리카(106.7㎞)에 근소하게 뒤진 9위를 차지했다. 시속 20㎞ 이상, 25㎞ 이상의 속도로 뛴 거리에서도 각각 10위와 11위를 차지해 중상위권에 자리잡았다. 한국 선수들이 전체 이동 거리는 물론 역습 진행이나 수비 가담 등 스피드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수준급의 기록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볼점유율 면에선 40%로 파나마와 함께 27위를 차지했고, 패스 회수에선 경기당 평균 336개를 기록해 스웨덴(325개), 아이슬란드(292개), 이란(244개) 등 3팀만 제친 29위에 그쳤다. 한국이 러시아 월드컵에서 약자임을 인식하고 공격보다는 수비와 역습에 중점을 둔 전술을 세운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패스 수가 적은 가운데 성공율도 79%로 우루과이, 코스타리카, 세네갈과 공동 22위에 머물렀다. 특히 상대 선수 사이를 통과하는 패스가 경기당 198회로 30위를 기록해 한국이 밀리는 경기를 한 가운데 적진을 뚫는데 어려움을 겪었음이 수치로 드러났다. 골라인과 최후방 수비수간 거리에선 볼 소유 때 35m로 31위, 볼이 없을 때 32m로 27위를 차지했는데 이 역시 ‘수비 우선’이 경기의 코드였음을 보여준다.

물론 32개국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기술적 측면에서의 저조한 수치가 나쁜 순위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우승팀 프랑스가 대표적이고 조별리그에서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를 상대로 분전한 이란도 마찬가지다. 프랑스는 볼점유율이 48%로 20위에 그쳤다. 패스도 경기당 460개로 16위였으며 성공률도 83%로 중위권이었다. 크로스는 15개로 공동 28위에 그쳤다. 그러나 세트피스 득점 2위, 유효슛-골 비율 공동 4위에 오르며 측면보다는 직선, 점유보다는 효율의 축구로 우승했음을 알렸다. 공수 간격도 볼 점유 때 28m로 5위에 올라 ‘콤팩트 사커’가 새로운 트렌드가 됐음을 증명했다. 이란 역시 패스 회수와 성공율에서 큰 격차를 드러내며 모두 꼴찌를 차지했으나 팀 간격이 24m로 32개국 중 1위를 기록하는 등 짧은 공·수 간격 속에서 조직적이고 유기적인 축구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FIFA TSG도 점유율이나 뛰는 양보다는 공격의 효율성, 공·수 간격의 유지 등이 러시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의 열쇠가 됐다고 결론지었다.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