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맘스터치 레전드 빅매치 시즌4\'  김현욱
김현욱이 지난 8월2일 전남 나주 해피니스 CC에서 진행된 ‘맘스터치 레전드 빅매치 시즌4’ 녹화에서 진행자로 나섰다. 휴식 시간 스포츠서울과 인터뷰하고 있다. 나주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나주=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어떠한 방송이든 시청자 눈높이에서 재미있어야 한다.”

KBS 26기 공채 아나운서 출신인 김현욱(44)은 지난 2012년 프리랜서의 길을 선택했다.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공영방송 직장을 그만두는 건 쉽지 않았다. 앞서 프리랜서 세계로 뛰어든 몇몇 후배들이 ‘정글의 법칙’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하는 것도 두 눈으로 봤다. 그럼에도 정글 속으로 뛰어든 건 승진이나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더라도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방송을 젊은 나이에 최대한 해보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스스로 ‘KBS 아나운서 중 가장 잘 노는 아나운서’라고 칭할 만큼 김현욱은 다재다능한 역량을 방송에서 펼쳐 보이기를 원했다. 하지만 역시나 프리랜서 세계는 녹록지 않았다. 5년이나 앞서 이 길에 들어선 동기 김성주를 비롯해 후배 전현무 등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세로 떠오른 가운데 그가 색깔을 낼만한 확실한 둥지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건 골프 예능의 대세로 떠오른 ‘맘스터치 레전드 빅매치’였다. 현재 시즌 4가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10분 JTBC 골프 채널을 통해 방송되는 가운데 김현욱은 MC로 시즌 1부터 진행을 도맡아 프로그램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데 이바지했다. 프리랜서 선언 이후 김현욱은 예능 프로그램 뿐 아니라 박지성이 뛴 PSV에인트호번의 네덜란드 프로축구 중계 캐스터를 맡는 등 스포츠 분야에서도 역량을 발휘해왔다. 그 안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활용, 시청자 눈높이에서 중계방송을 즐기도록 유도했다. 어느덧 예능과 스포츠의 장르적 접목이 이뤄진 ‘스포테인먼트 전문MC’로 색깔을 지니게 됐다.

- 아나운서 시절엔 정통 스포츠 중계 방송에서 보기 어려웠는데.

(지난 2014년)박지성 당시 선수가 네덜란드 리그에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할 때 캐스터로 중계방송할 기회가 주어졌다. 이전에 주요 예능프로그램에서 재미로 (스포츠 중계를) 해본 적은 있지만 제대로 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후 아이스하키, 마라톤 등 스포츠 중계 영역을 넓히게 됐다.

- 아나운서 시절엔 접하지 않은 분야여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고민이 컸을텐데.

가장 큰 고민은 당연히 전문성이었다. 예를 들어 축구만 봐도 SBS는 배성재, KBS는 이광용, MBC는 김성주나 김정근처럼 전문성을 지닌 사람이 있다. 배성재같은 후배는 KBS 시절부터 자나깨나 축구만 생각하는 친구였을 정도로 애정이 대단했다. 다만 이들도 고민은 있다. 아나운서로 너무 한 분야에 전문적인 이미지가 강해지면 확장성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송국에 소속된 스포츠 캐스터는 자기 색채를 어떻게 끌고가느냐에 고민을 한다. 요즘은 아나운서나 전문MC가 한 분야에 특화하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 나를 스포테인먼트라고 불러주시는 데, 시대적 흐름에 편승했다고 본다.

- 스포츠나 예능, 또는 이를 레전드 빅매치처럼 이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철학은 무엇인가.

어떠한 방송이든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포츠, 예능 뿐 아니라 교양이나 시사도 시청자가 정보를 얻으려면 일단 방송을 봐야하지 않느냐. 스포츠만 놓고 봐도 마니아가 있지만 생소한 사람도 있다. 콘텐츠의 확산을 위해서는 재미에서 비롯돼야 한다. 최근 스포츠에서 전문성은 해설가 역량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나머지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캐스터다. 즉 캐스터가 너무 전문적이어도 불편한 게 있다. 시청자와 눈높이를 맞추면서 해설가의 역량을 끌어내고, 여백을 메워주는 게 좋은 것 같다.

- ‘스포테인먼트’의 확실한 가능성을 알린 프로그램 중 하나가 ‘예언자들’로 보는데.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었는데, 다시 살려달라.(웃음) 신선했다고 본다. 나 역시 스포츠 자체를 좋아하는데 콘셉트가 예능적으로 잘 맞춰져서 재미가 있었다.

[포토] \'맘스터치 레전드 빅매치 시즌4\' 김현욱 김현명 윤다훈
김현욱, 김현명 윤다훈 등이 ‘맘스터치 레전드 빅매치 시즌4’의 MC를 맡아 진행하고있다.

- 레전드 빅매치는 MC 김현욱을 스포테인먼트의 선두주자로 거듭나게 한 프로그램인데.

프로그램 콘셉트 자체가 훌륭하다. 출연자가 매번 신선하고, 경기 방식도 흥미롭게 달라진다. 이 프로그램은 골프라는 콘텐츠로 특정 스타의 성향을 들여다 보는 게 매력이다. 이전까지 스포츠 스타가 출연했으나 시즌4에서는 배우가 등장하는데, 스포츠 스타와 배우는 성향이 다르더라. 운전하거나, 골프칠 때 사람 성격 나온다고 하는데 실제 시청자들도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시즌1부터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워낙 많다. 야구 스타 박찬호의 괴물같은 장타력, 그리고 축구 스타 이천수의 골프 발전사.(웃음) 이천수를 보면 ‘이래서 이 사람이 스타구나’라는 것을 느낀다. 처음에 드라이버 비거리가 110m 나간 친구가 이제 240m를 찍는다. 샷도 정교해졌다. 매번 할 때마다 성장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노력했을지 짐작이 간다.

- 본인은 골프를 얼마나.

보기 플레이어다.(웃음) 구력은 오래됐는데 연습장은 안 갔다. 필드에서 코칭을 받았는데, 프로마다 성향이 다르니까 머리가 아프더라.

- 골프의 매력은 무엇인가.

골프가 ‘Grass. Oxygen. Light. Foot’이라고 하던가. 스포츠 중 긴 시간 부담 없이 자연과 접하면서 기분전환하는 게 골프말고 또 있나. 4~5시간을 운동하면서 좋은 대화를 통해서 서로 친밀해질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매력인 것 같다. 이번 레전드 빅매치 시즌4에서 성향이 다른 스포츠 스타와 배우가 잘 어우러진 것도 화합하는 골프의 특성이 반영됐다고 본다.

- 이 프로그램에서 김현욱의 색깔을 또 느낄 수 있는 건 ‘더빙’인데.

더빙이 중요한 건 맞고 재미있다고 칭찬해주신다. 그런데 더빙을 8차례 해야 해서 어려움은 있다. 그래도 하고나면 반응이 좋아서 보람이 있더라.

- 스포츠로도 영역을 넓혔는데 일부 프리랜서처럼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메이저 대회 캐스터도 욕심이 날텐데.

너무나 하고 싶다. 다만 메이저 스포츠 중계는 공중파가 중계권을 갖고 있고, 요즘엔 다시 프리랜서보다 자사 아나운서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은 해설가와 함께 요즘 트렌드에 맞는 중계방송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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