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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내가 깡패 집단 두목인가? 30년간 이 일을 했다. 아는 사람은 안다. 한번도 아티스트에게 폭행·폭언·교사·방조를 한 적이 없다.”

지난 19일 늦은 밤, 서울 방배동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 김창환 총괄 프로듀서(회장)의 방을 약속 없이 찾았다. 이날 김 회장은 하루종일 끊임없이 울리는 취재진의 전화를 일절 받지 않았다. 그는 제 자리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전날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눈에 띄게 초췌했다.

평소 자주 사무실을 찾아 김 회장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기자가 이날 늦은 저녁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방문하자 김 회장은 잠시 당황해했지만 찾아온 사람을 내치진 않았다. 그는 입을 떼기 전 문자메시지 하나를 먼저 보여줬다. 더 이스트라이트 멤버를 꿈꾸던 옛 연습생의 아버지가 보낸 문자였다. “4년간 감금·폭행? 이승현 형제의 인성 때문에 우리 아들이 나온 건데… 이쪽에서 여론몰이를 하려고 작정한 것 같아요. 법정에 서서 증언하라면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김 회장은 더 이스트라이트의 최근 앨범인 ‘설레임’(지난 5월 발매) CD에 드러머 이석철과 베이시스트 이승현 친형제가 직접 펜으로 적어준 감사 인사를 보여줬다. 이석철은 “항상 아버지처럼 잘 챙겨주시고 아버지가 되어주셔서 좋은 말씀, 살아가는데 좋은 사람이 되게 도와주시고 이끌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고 적었다. 이승현 역시 “사랑하고 존경스러운 회장님”이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썼다.

19일 오전 10대 보이밴드 더이스트라이트의 멤버 이석철은 기자회견을 열어 가혹 행위를 주장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이석철은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남강 정지석 변호사와 함께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프로듀서 A로부터 연습실, 녹음실, 옥상 등지에서 야구방망이와 철제 봉걸레 자루 등으로 엎드려뻗쳐를 해 상습적으로 맞았다”고 피해 사실을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특히 친동생인 이승현이 폭행당한 내용을 말하며 이석철은 눈물을 흘렸다.

그는 김창환 회장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폭행 현장을 목격하고도 ‘살살해라’ 하며 방관했다”며 직간접적인 방조와 교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석철은 “지속해서 폭행, 협박, 아동학대, 인권 유린을 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무실에서 만난 김 회장은 “내가 폭행을 묵인했다고? 눈물이 난다. 정말 울고 싶다. 나는 30년간 이 일을 해온 사람이다. 아티스트를 내 자식처럼 대하지 않으면 절대 남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 내가 예뻐하고 사랑해야 남들도 아티스트를 사랑한다”며 “날 아는 사람이라면 상대 측의 이야기가 얼마나 말이 안되는 이야기인 줄 알 것이다. 이승현·석철 형제의 아버지가 형사다. 작정하고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려고 프레임을 짠 것 같다. 언론에 비춰지는 나를 보면 참 나쁜 사람이더라. 그렇게 만들어놨다”며 허탈해 했다.

김 회장은 더 이스트라이트 멤버 이승현·석현 측이 제기한 의혹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1년 4개월 전 불거진 폭행 사건과 최근 진행된 이승현의 퇴출 논란 사이 인과관계,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은데 상대가 어떤 이유에선지 두개를 교묘하게 묶어서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김 회장에게 씌워진 ‘폭행 및 상해 교사·방조’ 혐의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다고 그는 봤다.

19일 오전 기자회견장에 나선 이석철의 눈물은 많은 이들에게 연민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대척점에 서있는 김 회장의 이야기도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김 회장의 주장은 이석철, 그리고 이석철 측 법률 대리인의 이야기와 많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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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철이 지난 5월 발매한 더 이스트라이트 앨범 ‘설레임’ CD에, 김창환 회장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손글씨로 써서 김 회장에게 건넸다.

-지금 상황을 설명해 달라.

일단 1년 4개월 전 폭행 사건이 있었다. 당시 베이시스트 이승현이 프로듀서 A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폭행 피해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A를 크게 혼냈다. 당시 이승현의 아버지를 만났고, 아버지는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나는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당시 아버지와 협의하고 동의하에 A가 계속 팀의 프로듀서를 맡았다. 멤버 부모님들의 동의 하에, 폭력이 없을 것이라는 조건으로, A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다. 이후엔 폭행 사건이 일어난 적이 없다.

-승현·석현 측은 법률 대리인을 통해 ‘김창환 회장은 사표 수리는커녕 A를 일방적으로 복귀시키려고 했기 때문에 그동안 범죄행위가 드러난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A가 멤버·멤버 가족의 동의 없이 팀 프로듀서로 복귀했다는 상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멤버들이 반대하는데 A를 프로듀서로 복귀시키는게 말이 되나? 오히려 올해초 콘서트 준비가 엉망이라 내가 A를 해고하려 했는데, 이석철이 반대했다. 다른 멤버들도 반대했다. ‘A가 없으면 우리는 어떻게 연습하냐’는 이유였다. 그래서 A는 계속 남아서 일하게 됐다. 나는 30년 동안 한번도 폭행을 사주하거나 방조한 적이 없다. 멤버들을 가르치거나 훈계한 적은 있어도 폭언이나 폭행을 한 적은 없다.

-폭력사건이 1년 4개월 전 마무리됐다면 왜 지금 파장이 커지는 건가. 승현·석현 측은 ‘A의 복귀를 항의하던 이승현을 오히려 퇴출시켰을 뿐 아니라, 이석철에 대해서는 동생과 같은 꼴을 당하지 말라는 회유와 협박을 했음’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일은 이승현의 인성 문제가 발단이 됐다. 10월 4일 전체 직원 회의를 할 때 음악 담당인 A가 밴드 연습을 봐야겠다는 말을 하자 이승현이 “저기요. 사람을 때린 사람은 이야기 하지 마세요”라고 했다더라. A가 당황해서 “뭐라고?”라고 물은 뒤 “승현아. 힘들면 나가있어”라고 했는데 그걸 쫓아내는 걸로 오해한 것 같았다. 나는 그 현장에 있지 않았다. 뒤늦게 다른 직원들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다.

그날 나는 회의 때 그런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연주라인인 기타리스트 김준욱과 이승현, 이석철을 불러 공연을 앞두고 연습을 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는데 이승현이 내 앞에서 눈을 부라리고 씩씩대며 대들었다. 원래 이승현의 인성 문제는 끊임없이 내부에서도 지적됐었다. 내가 직접, 승현이 몽둥이로 자기 형 석철을 때리는 걸 목격한 적도 있다. 자기 기타를 실수로 쓰러뜨렸다는 이유에서였다. 여러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는데 나에게까지 대든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내가 이승현에게 “내가 어른인데 너랑 지금 이렇게 싸우는 게 말이 안된다”라고 했다.

이후 승현의 아버지·어머니가 찾아와 용서를 빌며 아이 인성을 만들어오겠다고 했다. 내가 “나도 힘들다. 이제 승현이는 내 말도 안듣는다. 아버지가 가르쳤으면 좋겠다. 음악 잘하고 못하고 문제 아니다. 앞으로 살아나갈 인성의 문제다”라고 했다. 회사 이정현 대표가 아버지에게 이승현의 인성 문제를 들며 퇴출을 언급했다.

이후 형사인 승현·석철 아버지가 뭔가를 준비하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와 생각해보니 1년 4개월전 폭력 사건을, 다른 문제가 일어날 때 꺼내려고 미리 준비해 놓은 것 같다. 아들이 퇴출될 위기에 놓이니 ‘폭력을 휘두르는 소속사’ 프레임을 짜려 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동생 이승현은 계속 문제를 일으켰지만 형인 석철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열심히 잘하는 아이였다. 그래서 10월 14일 석철을 불러 4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이 내용이 몇 마디 말로 편집돼 19일 저녁 뉴스에 짧막하게 공개됐다.

내가 석철에게 말한 요지는 이거다. ‘나도 동생 승현이 함께 팀을 못 하면 마음이 아프다. 이 문제를 풀 카드는 네가 갖고 있다. 너는 승현이 얼마나 문제를 일으켰는지 알잖냐. 나한테까지 대드는데 방법이 없다. 너희 아버지가 언론보도를 준비하는 느낌이 있다. 그런데 너는 아무 문제 없어. 너는 잘해. 그런데 동생은 아니다. 음악은 두번째 문제다. 아버지한테 이야기해서 승현이를 잘 돌려놓으라 해라’라는 말이었는데 말을 몇개 잘라서 내가 이상하게 말한 것 처럼 만들었더라. 어떻게 생각하면 석철이가 뭔가 유도될 질문을 골라서 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질문을 하고, 녹취를 할 생각을 한 게 석철이 혼자의 판단이라고 여기지는 않는다.

지난 10월 17일 이정현 대표가 승현·석철의 아버지와 문자를 주고 받았다. 승현 거취 문제로 논의할 게 있다고 하니 그 다음부터 답변이 없었다. 10월 18일 이 사건이 불거졌다. 19일 기자회견엔 이승현이 아니라, 아무 문제 없는 이석철이 나왔다. 나는 석철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인간적으로 이 상황에 석철이 휘말린게 안타깝고,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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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이 지난 5월 발매한 더 이스트라이트 앨범 ‘설레임’ CD에, 김창환 회장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손글씨로 써서 김 회장에게 건넸다.

-폭행 사건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프로듀서 A의 폭력을 2017년 6월 이전엔 인지하지 못했다고 김 회장은 주장한다. 폭력·폭언을 방조하고 교사한 적은 정말 없나.

폭행은 잘못이다. A가 감정적으로 이승현을 때린 건 분명하다. 부정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그런 일을 내가 방조, 묵인, 교사한 적은 없다. 내가 왜 방조·교사를 하겠나. 오늘(19일) 나와 일했던 여러 아티스트에게 전화가 왔다. ‘말도 안되는 일에 왜 휘말렸냐’는 내용이었다.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고 했다. 나는 30년 동안 이 일을 했다. 날 아는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말도 안되는 얘기인지 알 것이다.

-이승현의 퇴출 논란이 이 사태의 불씨라는 게 김 회장의 주장이다. 이승현은 이전부터 논란을 일으켰던 멤버인가.

승현에게 인성을 가르치고, 좋은 아이, 사랑 받는 아이로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이고 노력했다. 내 집에서 재워가며, 그렇게 많은 시간 사랑을 줬는데… 다른 회사였으면 일찌감치 포기했을 것이다.

승현이는 다른 멤버들과 말하다가 가운데 손가락을 들고 목을 조르기도 하고, 화가 난다고 멤버를 데리고 나가서 협박하기도 했다. 다른 멤버와 말다툼을 하며 그걸 녹취하더니,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기분이 나빠 스케줄을 못가겠다’며 라디오 출연을 펑크내겠다고 한 적도 있다. 직원들이나 메이크업, 헤어아티스트들에게도 버릇없이 행동하고, 말한다고 전해 들었다.

-석철·승현과 그들의 아버지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게 김회장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그런 주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이성적으로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석철·승현의 아버지가 ‘우리 애를 때렸었지? 우리 애를 빼? 그렇다면 너네도 죽어봐’라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나머지 멤버들도 죽으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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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스트라이트. 사진 | 더 이스트라이트 SNS

-이석철, 이승현 외 다른 멤버들 측의 반응은.

정사강은 나를 보고 울더라. 너무 마음이 아프다. 석철이가 왜 자신이 더 이스트라이트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기자회견에 나왔는지 다른 멤버 가족들은 황당해 한다.

석철이 기자회견을 했다고 다른 멤버들을 앞세워 우리가 반박 기자회견을 하는 건 망설여진다. 이제 중3인 이우진을 기자회견에 내보내면 마음이 안 좋을 거 같다. 나를 방어하겠다고 이제 고1인 정사강을 어떻게 기자회견장에 내보내나. 내가 다치는 걸 막으려고 아이들 미래를 막고 싶진 않다. 그런데 저쪽에서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면 나를 믿고 따라오는 다른 멤버들은 어떻게 될지…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이다. 남은 멤버들에게 미안하다. 음악 열심히 하도록 돕고 꿈을 키워줘야 하는데… 나만큼 남은 멤버들도 힘들어 하고 있다.

-어떻게 해결됐으면 좋겠나.

문제 없이 해결되면 가장 좋지만 이제 문제 없이 끝날 수는 없을 거 같다. 상대는 일단 결과를 떠나 나에게 아이들의 폭력을 방조하고 교사했다는 나쁜 프레임부터 씌웠다. 앞으로 어떻게 해명해도, 진실이 밝혀져도 내 이름 앞에 따라다닐 수 있는 나쁜 프레임이다. 그러나 내가 그러지 않았다는 걸 다른 멤버들은 안다. 남은 멤버 4명이 내 증인이고 증거다.

-더 이스트라이트는 앞으로 유지가 가능할까.

고민이다. 남은 애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monami153@sportsseoul.com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 김창환 회장. 사진 |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