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석혜란기자] "저에게 모델은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고 오로지 이 일을 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준비했고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지금이 가장 잘 나간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다음 스텝을 위해 꾸준히 노력 중이랍니다."(웃음)


동양인에게서 나올 수 없는 입체적인 외모, 그리고 묘한 매력을 내뿜는 모델 박태민(26·고스트에이전시)은 2019 S/S 프라다-밀라노, 디올 옴므-파리, 캘빈클라인-뉴욕 등 무려 세 도시에서 독점 데뷔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프라다는 그에게 캠페인 광고까지 출연시키며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야말로 '역대급 신인'이 탄생했다. 필자는 궁금했다. 이렇게 되기까지 그가 어떤 시간을 보냈을지.


최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태민은 "이렇게 인터뷰하는 건 처음이에요. 너무 쑥스럽고 긴장돼요"라며 머쓱하게 웃었다.


-모델에 데뷔하게 된 계기.


모델 데뷔 전에는 안해 본 알바가 없었어요. 스무살 때부터 모델을 꿈꾸기 시작했는데 돈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조선소 알바까지 할 정도로 산전수전 다 겪었죠. 군대도 다녀왔어요. 군대에선 패션 잡지나 룩북, 쇼 영상을 찾아 보면서 연구 했어요. 전역 후 우연한 기회로 참가하게 된 '일일모델 아카데미'에서부터 제 꿈에 한발짝 다가갈 수 있었어요.


- 해외에 진출하게 된 스토리가 궁금하다.


2018년 F/W 블라인드니스 컬렉션 쇼 백스테이지에서 영국 기자분을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됐어요. 그 기자분께서 "네가 외국에 진출한다면 클라이언트들과 관계자분들이 신기해할 거 같아. 관심있어?"라고 제안하셨어요. 애초에 해외 진출을 목표로 공부해왔기 때문에 정말 좋은 기회였죠. 그래서 주변 지인 분들의 도움을 받아 무작정 혼자 이탈리아 밀라노로 갔죠.


- 혼자 해외로 떠났다는데, 우여곡절도 많았겠다.


프라다와 처음으로 '독점' 계약이라는 걸 한 상태였는데, 그때는 밀라노 지역의 타 브랜드에서 캐스팅 오디션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마음을 졸인 상태에서 다른 지역의 캐스팅 오디션을 보러 떠나려는 도중 클라이언트로부터 "파리의 큰 브랜드에서 널 엄청 좋게 보고 있으니 머리 절대 자르지 마"라는 연락이 왔어요. 그렇게 파리에선 디올과 독점 계약을 하게 됐어요. 뉴욕에선 캘빈클라인 이었고요. 정말 꿈만 같았어요.


- 다른 브랜드들에 비해 '프라다' 쇼에 서는 게 이력이 좋다고 하던데.


누구나 다 아는 하이 브랜드죠. 특별한 대우가 있는 건 아니고 프라다라는 브랜드가 워낙 동양인 모델을 쇼에 잘 세우지 않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번에도 그 영향 때문인지 사람들이 더 좋아해주고 알아봐 주시는게 신기해요. 캐스팅 오디션 때는 그 누구보다도 공정하게 해서 좋은 것 같습니다.


- 해외에서 들었던 가장 인상깊었던 평가가 있을까.


"쿨(cool·멋지다)"이라는 말을 종종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쉽게 할 수 있는 말로 볼 수 있는데 이쪽 업계에선 가장 듣기 힘든 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중에서도 "골저스(gorgeous·화려한, 눈부신)는 고급 표현이었어요. 내가 화려한지는 모르겠는데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 서보고 싶은 쇼가 있을까.


루이비통도 서보고 싶고, 마르지엘라도 서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건 목표이기도 한데 이번에 셀린느 수장으로 돌아온 '에디 슬리먼'의 팬이거든요. 그분 쇼에 꼭 서보고 싶네요.


- 부모님의 반응도 달라졌겠다.


처음에는 당연히 반대하셨죠. 모델을 한다고 했을때 성공할 가능성도 없을 뿐더러 안정적인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걱정도 많이 하셨어요. 근데 지금은 주위 사람들에게 제가 선 쇼를 보여주며 자랑하시더라고요. 뿌듯합니다.


-모델 일을 시작하고 나서 달라진 가장 큰 변화는?


배가 고픕니다. 모델이 된 후 체중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죠.


- 그렇다면 지금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부산의 낙지 볶음밥이 가장 먹고 싶어요. 부산에 조방이라는 동네가 있는데 그 동네 낙지볶음이 정말 유명하거든요.


- 사복 패션도 SNS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쑥쓰럽네요. 제가 원래 잘 입었던 건 아니고 아는 스타일리스트 지인 분을 통해 저만의 스타일을 찾았습니다. 전 평소에 스포티한 디자인에 활동성도 좋은 의류를 선호합니다.


- 추천할 만한 아이템을 소개해달라.


뻔한 대답일 수 있는데. 남자는 겨울에 코트죠.(웃음)


- 박태민이 생각하는 '모델'이란?


모델이란 직업은 '희로애락(喜怒哀樂)'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모델이 고생하는 것보다 쇼에 서는 화려한 모습만 보게 돼요. 그 무대에 서기까지 수많은 모델들과 경쟁도 하고 관계자들 눈에 잘 보여야 해요. 그 부분에 대해서 항상 마음을 졸이기도 합니다. 또 어떤 게 맞는 건지 자기 스타일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그런데 막상 쇼에 서거나 촬영할 땐 너무 즐겁더라고요. 작품을 받았을 때 성취감까지 들죠.


- 앞으로 포부.


이제 해외에서 시작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실수를 할 수 도 있는데 잘 해내는 모습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잘 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제가 모델 일을 계속할 때까지 열심히 할 테니 좋은 모습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shr1989@sportsseoul.com


사진 ㅣ 석혜란 기자, 고스트 에이전시 제공, 박태민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