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류현진이 시즌 5번째로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4안타와 1볼넷만 허용하고 탈삼진 3개를 곁들여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3승을 챙겼다. 다저스는 9이닝에 1점을 내줘 2대 1로 승리했다.2014. 4.18.샌프란시스코(미 캘리포니아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선택은 ‘강공’이었다. 한국인 최초의 월드시리즈 선발 등판 무대는 보스턴의 펜웨이파크다. 류현진(31)이 오는 25일(한국시간) 월드시리즈 2차전 선발투수로 확정됐다.

로버츠 감독은 23일 MLB.com을 비롯한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월드시리즈 선발진 운용 계획을 발표했다. 1차전 선발투수는 예상대로 클레이턴 커쇼다. 그리고 물음표가 붙었던 2차전 선발투수로 류현진을 낙점했다. 원정경기보다 홈경기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류현진이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3차전 혹은 4차전에 등판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으나 로버츠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리치 힐보다는 류현진에게 무게를 두고 커쇼~류현진~워커 뷸러가 월드시리즈에서 두 차례 선발등판하는 그림을 그렸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이 다저스타디움에서 매우 뛰어난 경기를 했다. 하지만 원정경기에서도 자신의 투구를 할 것으로 본다. 걱정하지 않는다. 이미 류현진은 대단한 시즌을 만들었다. 홈이든 원정이든 큰 경기에서 꾸준히 던졌다. 선수들과도 류현진이 원정경기에 나가는 것에 대해 얘기했는데 그 누구도 걱정하지 않았다”며 다시 한 번 류현진을 향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다저스가 류현진에게 갖는 믿음이 그만큼 견고하다는 얘기다.

류현진은 올시즌 홈에서 치른 9경기서 54.2이닝을 소화하며 5승 2패 방어율 1.15로 맹활약한 반면 원정 6경기에선 27.2이닝 2승 1패 방어율 3.58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서도 홈에서 열린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선 7이닝 무실점으로 괴력을 발휘했지만 원정 경기였던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과 6차전에선 각각 4.1이닝 2실점, 3이닝 5실점으로 고전했다. 다가오는 세 번째 원정경기에선 기대를 충족시켜야 ‘홈 보이’ 꼬리표를 뗄 수 있다. 월드시리즈가 길어질 경우 6차전에도 선발 등판할 수 있다.

원정 경기라는 점을 제외한 변수도 있다. 류현진은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 투구 후 4일을 쉬고 등판한다. 6차전 투구수가 57개에 불과했기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일 휴식 보다는 처음 경험하는 펜웨이파크의 낯선 환경이 장애물로 다가올 확률이 높다. 무엇보다 현재 보스턴의 밤 체감기온은 영하에 가깝다. 연일 낮에 비예보가 있어 비가 그친 후 차가운 공기와 마주해야 한다. LA 지역과 정반대인 추운 날씨부터 극복해야 보스턴의 막강 타선도 잡아낼 수 있다.

월드시리즈는 모든 야구 선수의 꿈이다. 야구 선수가 오를 수 있는 최고 무대다. 월드시리즈 기간에는 미국 현지에서 매일 수백개의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류현진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류현진을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선수 50명 중 18위, 디 애슬레틱은 19위로 선정했다. ESPN은 “강한 직구를 던지는 투수는 아니다. 하지만 커맨드가 그를 바꿔 놓았다”며 “2017시즌 류현진의 피장타율은 0.696이었다. 올시즌에는 0.333이다. 2017년 전체 투구 중 47%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는데 올해에는 57%가 존을 지나간다. 네 종류의 뛰어난 구종을 마음껏 섞어서 던진다”고 평가했다. 디 애슬레틱은 “정규시즌 엄청난 성적을 거뒀다. 디비전시리즈서도 맹활약했다. 그러나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좋지 않았다. 처음 경험하는 월드시리즈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모른다”고 했다.

류현진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보스턴 타자는 MVP 후보 무키 베츠와 타점왕 JD 마르티네즈다. 올시즌 둘 다 OPS(출루율+장타율) 1.000 이상을 기록했다. 베츠는 32홈런 30도루를 달성했다. 타석에서는 물론 루상에서도 위협적인 존재다. 마르티네즈는 홈런 43개를 터뜨렸다. 지난 시즌 중 트레이드로 애리조나 유니폼을 입었던 그는 류현진을 상대로 통산 2루타 1개 포함 7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베츠와 마르티네즈 모두 올시즌 좌투수 상대 타율이 각각 0.368, 0.336에 달한다. 상위 타선을 지키고 있는 이들과 승부에 따라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한편 보스턴은 1차전에 크리스 세일, 2차전에 데이비드 프라이스를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다저스처럼 좌완 원투펀치를 내세운다. 왼손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팀이 가벼운 마음으로 3, 4, 5차전이 열리는 LA로 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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