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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이 본지와 만나 인터뷰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대전 | 정다워기자

[대전=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황인범(22)은 욕심이 많은 선수다.

황인범은 의사표현이 확실한 스타일이다. 지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훈련 전후로 주장 손흥민이 선수들에게 발언권을 주면 거의 유일하게 손을 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던 선수이기도 하다. 그만큼 주관이 뚜렷하다.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정확하게 안다. 그만큼 성실하기도 하다. 대전에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오자마자 개인운동을 가장 많이 하는 선수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욕심과 성실함이 만나면 어떤 효과를 낼까? 대전 클럽하우스에서 황인범을 만나 그가 그리는 미래에 귀를 기울여봤다.

◇ “모든 감독이 좋아하는 선수 돼야”

황인범에게 2018년은 행운을 안긴 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조기전역했고 A매치에 데뷔해 골까지 넣었다. 동시에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무려 4명의 감독을 만나는 특이한 경험을 했다. 박동혁 아산 감독과 김학범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 고종수 대전 감독, 그리고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을 만났다. 흔치 않은 일이다. 황인범은 “축구인생에 엄청난 경험이 될 것 같다”라며 “이팀 저팀을 오가면서 많은 감독님들을 만났는데 하나 같이 배울 게 많은 분들이었다.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감독이 좋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정말 좋은 선수는 지도자의 뜻을 파악하고 뛰는 선수인 것 같다. 최근에는 고종수 감독님과 프리킥 훈련을 한다. 내 약점을 고칠 좋은 기회다. 여러 감독님을 만나니 이런 일도 생긴다”라고 덧붙였다.

황인범, 두번째 골의 주인공은 바로 나 [포토]
황인범이 16일 천안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나마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동료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2018. 10. 16 천안|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 “성용이형 안쓰럽다”

황인범은 A대표팀에서 자신이 존경하던 우상 기성용을 만났다. 파나마전에서는 함께 선발 출전해 호흡을 맞췄다. 황인범은 “방도 같이 쓰고 너무 좋았다. 수준이 다르다. 경기 중인데도 형의 패스를 보면서 찰나 감상하게 된다. 속으로 ‘이거 뭐지?’ 생각하게 된다. 생각하지도 못한 타이밍, 속도, 길로 패스가 연결된다”고 극찬했다. 당연히 동기부여가 된다. 황인범은 “형을 보면서 간절하게 축구를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같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있다고 해서 다 같은 게 아니다. 나도 형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한편으로 황인범에게 기성용은 ‘안쓰러운’ 선수다.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황인범은 “형이 치료를 정말 많이 받는다. 보면서 정말 짠했다. 형이 내게 ‘네가 빨리 커야 형이 쉬지’라고 하더라.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파나마전 이후 “성용이형이 빨리 은퇴할 수 있게 더 잘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황인범은 “사실 내 욕심만 생각하면 형이 은퇴하지 않았면 좋겠다. 더 배우면서 함께 하고 싶다. 하지만 형의 상태를 생각하면 그런 말을 하기 죄송하다. 나는 파주에서 대전만 오가도 힘들었는데 형은 유럽을 왕복하지 않나. 그래서 내가 더 잘해서 한국 축구 걱정을 많이 하는 형이 마음 놓고 은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 “언젠가는 친구들과 함께 국가대표”

최근 대표팀에서는 1996년생 선수들이 눈에 띈다. 황인범을 비롯해 황희찬, 김민재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조유민, 장윤호, 나상호 등과 함께 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으로 활약했다. 황인범은 “희찬이와는 연령대 대표팀을 거치며 친해졌다. 민재와는 19세 이하 팀에서 한 번 본 게 전부였다. 그런데 지난해 인터뷰에서 제가 잘해줘서 고마웠다고 이야기한 것을 봤다. 그리고 아시안게임에서 함께하면서 많이 가까워졌다. 이제는 정말 힘이 되는 친구”라고 자신의 인맥을 설명했다.

A대표팀에 처음 간 황인범이 빠르게 적응한 배경에는 친구들이 있다. 그는 “파나마전 전날 주전 조끼를 받았다. 원래 안 그러는데 심장이 두근두근 엄청 떨렸다. 저녁에 친구들과 차를 마시면서 응원을 받았다. 잘할 수 있으니 걱정말라고 해주더라. 경기 중에도 의지했다. 민재가 내게 패스를 많이 주려고 하는 게 보였다. 나도 희찬이에게 좋은 패스를 넣어주려고 노력했다”는 비화를 밝혔다. 황인범의 바람은 아시안게임에서 함께한 친구 6명이 A대표팀에서 뛰는 것이다. “다 좋은 선수들이다. 희한하게 포지션도 공격수 2명, 미드필더 2명, 수비수 2명으로 딱 맞는다. 다 실력도 좋다. 지금도 메시지창에서 나중에 꼭 대표팀에 함께 가자고 말한다”고 했다.

[포토] 장윤호-김민재-황인범 \'이렇게 기쁠수가\'
‘2018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장윤호, 김민재, 황인범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후 환호하고 있다. 2018. 9. 1.보고르(인도네시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유럽 꼭 가고 싶다”

병역 혜택을 받은 황인범은 유럽 진출에 날개를 달았다. 황인범은 2016년에도 포르투갈 명문 벤피카의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최근에도 여러 루트를 통해 소문이 흘러나온다. 황인범은 “유럽에는 꼭 가고 싶다. 희찬이가 얘기를 많이 해준다. 처음에는 함부르크가 2부리그라 아쉬움이 있었는데 경기장 분위기를 경험한 후 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더라. 어느 경기장에 가도 만원관중이라 열기가 뜨겁다고 한다. 그런 곳에서 뛰어보고 싶다.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내 플레이 스타일도 독일이나 스페인이 어울리지 않을까”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다만 지금은 대전이 승격에 도전하는 시기라 황인범도 유럽 진출보다는 당장의 목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는 “일단 개인적인 목표가 아니라 팀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싶다. 대전을 승격시키면 더 홀가분하게 유럽에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대전은 나를 키워준 팀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발휘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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