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윤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포미닛 해체 2년여, 가수 전지윤은 솔로 아티스트로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오랫동안 함께 했던 큐브엔터테인먼트를 떠난 후 두 차례 새로운 기획사를 들어갔지만 여러 이유로 지금은 소속사도, 매니저도 없이 활동 중이다. 본인이 제작자로서 곡 작업은 물론 콘셉트와 홍보 마케팅 역시 스스로 해내며 솔직히 고생도 했지만 그 만큼 더 단단해졌다.

얼마전 싱글 ‘샤워’(Shower)를 낸 전지윤은 생애 처음 기자들과 라운드 인터뷰도 직접 준비했다. 최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아세안홀에서 만난 그는 “옛날에는 어색하고 어떻게 해야하지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한번 물꼬를 트니깐 할 게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해결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혼자라서 좋은 점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가 있을 때 만드는 곡은, 결정권자의 의견과 대중이 좋아하는 방향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방향 등 세 가지의 중간점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았고 힘들었다. 그러다보면 할 수 있는 노래가 한정적이다. 혼자는 내 방향성이 크게 반영된다. 대신 주변의 사촌 동생부터 직장인 친구, 업계 관계자 등 다양한 분들에게 피드백을 받아 결정해 나간다. 나름의 철저한 순서를 거치고 나온다.”

최근 발표한 신곡 ‘샤워’는 지난 1월 발표한 ‘비커즈’(Because)와 7월 발표한 ‘버스’(BUS)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내놓는 곡이다. “나 자신도 샤워할 때 노래를 가장 많이 듣는데 안 좋은 기억이나 상처 받은 일, 실수나 나쁜 기억이 흘러가는 물에 씻겨 내려가길 바라며 가사를 썼다. 특별한 날 듣는 노래라기보다 샤워를 매일 하듯이 일상 속에서 익숙하게 노래를 들으면서 정화됐으면 좋겠다.”

전지윤

솔로 아티스트로서 전지윤이 들려주는 음악은 분명 포미닛과는 다르다. 그는 “혼자 일상생활에서 듣는 노래도 재지하고 클래식한 조용한 음악을 좋아한다. 이런 것이 곡을 쓸 때 투영되더라. 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한다. 포미닛 때는 전체 이미지를 생각해야 해서 저의 느낌이나 색을 보여줄 수 없었다. 이제 그 갈증을 해소 중이다. 크게 바뀐 점이 있다면 (그때는) 퍼포먼스 그룹이라 그런 면에 중점을 뒀다면 지금은 ‘여자 전지윤’을 볼 수 있다. 일상 속에서 생각하는 가치관, 느낌, 마인드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걸그룹이나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으니 팬들과의 만남도 자연스러워졌고 자신의 행보도 한결 편해졌다. “팬들과이벤트도 하고 항상 소통을 한다. 팬의 숫자보다 내 노래를 들어주는 한두명만 있어도 좋다. 이제는 친해져서 근황토크도 나누고 술자리 게임도 할 정도다.”

전지윤은 포미닛 당시 자신을 모범생이라고 지칭했다. “시키는대로 잘하고 누가봐도 모범생 같았다. 지금은 무언가 프로젝트를 만들고 일을 해야 하기에 리더십도 많이 생겼다. 오히려 음악을 꾸준히 내려고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학창시절에는 싫었지만 이제는 무언가를 알아가는 것이 좋다. 사람들에게 많이 보여지는 것은 없지만 이런 시간으로 은근히 바쁘게 지내고 있다.”

10대에 가졌던 가수의 꿈은 아이돌을 거쳐 솔로 아티스트로 이어졌고 이제 20대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미국 나이로 세고 있다.(웃음) 주변의 친한 친구들이 결혼하면서 벌써 나이가 이렇게 됐구나 실감한다. 은근히 한게 많고 바쁘게 살아와서 30대가 기다려진다. 언니, 오빠한테 물어보면 똑같다고 하는데 그냥 꾸준히 지금 텐션을 잘 유지하고 나쁜 방향으로 가지 않고 한 계단씩 올라가다보면 더 좋은 밝은 미래가 오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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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지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