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 주지훈 김은희작가 김성훈감독

[싱가포르=스포츠서울 남혜연기자]왜 한국일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최강자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한국의 유명 영화 감독은 물론 드라마 작가, 예능 PD 및 다양한 관계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큰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시작으로 올해 예능 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와 한국 최초 스탠드업 코미디 스페셜과 ‘YG전자’, ‘라바 아일랜드’도 선보였다. 무엇보다 지난 8~9일 양일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열린 ‘See What’s Next:Asia’ 행사에선 넷플릭스의 주요 화제작 중 하나로 한국의 ‘킹덤’을 꼽았다.

넷플릭스 최고 콘텐츠 책임자인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는 “넷플릭스가 인터내셔널 장편영화 중 처음 투자한 영화가 봉준호 감독의 ‘옥자’였다. 한국 시장은 엔터테인먼트가 강하고 영화와 TV를 사랑하고, 인터넷이 발달돼 있다. 좋은 인터넷 환경으로 높은 접근성을 갖추고 있는 시장”이라면서 “한국은 스토리텔링에 강하다. 자연스럽게 예능 프로그램까지 제작했다”고 밝혔다.

테드사란도스
넷플릭스의 최고 콘텐츠 책임자 테드 사란도스.

이번 행사는 2016년 넷플릭스 아시아 런칭 이후 APAC 언론과 기업 그리고 비즈니스 파트너가 참여한 아시아 최초의 멀티 라인업 이벤트였다. 앞서 유럽에서 비약적인 성공을 거둔만큼, 매력적인 아시아 시장에 대한 니즈(needs)도 높이고 싶었던 것. 총 11개국 200여 이상의 매체가 모였으며, 한국 기자단(약 70매체)이 가장 많은 배석을 차지했다.

넷플릭스 측은 “이번 이벤트는 사실상 한국의 제작진과 배우진, 콘텐츠가 주역이 됐다. 최대한 많은 국내 미디어 매체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밝혔다. 자연스럽게 모든 행사의 주축도 한국 콘텐츠가 주를 이뤘다. 특별 시사회의 주인공으로 내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공개되는 17개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중 유일하게 ‘킹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연출을 맡은 김성훈 감독과 김은희 작가 그리고 배우 주지훈과 류승룡이 참석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이번에 공개된 작품 외에도 많은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이 넷플릭스 측과 긴밀히 협업을 하기 위해 미팅을 시도 중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한국 시장은 콘텐츠가 넘친다. 반면, 이것은 그만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도 된다”면서 “이 잘 만든 콘텐츠를 어떠한 방식으로 풀어낼지에 대한 방법을 찾는 중 넷플릭스가 매력적인 미디어로 다가오기도 한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 정서상 이 브랜드 자체가 호감은 아니라 많은 고민이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리드헤이스팅스
넷플릭스의 창립자 겸 CEO 리드 헤이스팅스.

사실 넷플릭스가 ‘전세계 1위’라고 하지만, 한국에서 1위는 아니다. 한국은 이보다 더 많은 채널을 갖고 있으며, IT 강국인 만큼 보는 사람들의 선택의 폭이 넓다. 이부분에 대해선 넷플릭스 또한 고민이 아닐 수가 없다. 넷플릭스 창립자 겸 CEO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한국에서의 궁극적인 목적에 대해 “넷플릭스에는 광고가 없기 때문에 시청률이 중요하지 않다. IPTV에서 원 채널이 되는 것이 목표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를 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매출에서 얻는 것보다 큰 이익을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좋은 방향성이라고 생각하고, 주식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거둔 걸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5년간 주식도 많이 올랐다”는 말로 지속적으로 한국시장에 투자할 것임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행사에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외에 러디어드 키플링 작가의 걸작 ‘정글북’을 영화로 재해석한 ‘모글리’의 감독 겸 배우 앤디 서키스 그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나르코스:멕시코’의 제작자 에릭 뉴먼과 배우 마이클 페냐 그리고 디에로 루나 등 많은 관계자들이 참석해 자신의 새로운 작품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가장 많은 환호과 관심을 받은 것은 한국의 ‘킹덤’이었다.

이에 대해 테드 사란도스는 먼저 “우리의 오리지널 방침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계속해서 오리지널을 만들 것이고,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콘텐츠를 만들어 낼 것”이라면서 “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과 좋은 이야기가 있었다. 이렇게 장르를 넘나들며 우리가 지금까지 보지 못한 가능성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스토리텔링이 강해진다고 생각한다. 아시아에서 한국의 TV나 콘텐츠가 강해져 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킹덤’은 분명히 한국에서 성공하겠지만, 전세계적으로도 성공하고 가장 인기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강조했다.

whice1@sportsseoul.com

<사진설명>

넷플릭스는 내년 상반기 자체 오리지널 작품의 기대작으로 한국의 ‘킹덤’을 소개했다. 왼쪽부터 류승룡, 주지훈, 김은희 작가, 김성훈 감독이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