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류현진 사인회
21일(이하 한국시간)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애리조나와의 홈 경기에 앞서 세월호 사고 피해자 돕기 기금 마련을 위한 사인회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코리언몬스터’ 류현진(31·LA 다저스)이 구단의 퀄리파잉 오퍼(QO)를 수락했다. 내년에도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선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닷컴)는 13일(한국시간) ‘류현진이 QO제의를 받은 7명 중 유일하게 수락했다’고 전했다. 지난 2012년 QO 제도가 생긴 뒤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인 6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6년 당시 볼티모어 소속이던 맷 위터스(현 워싱턴)와 LA 다저스 브랫 앤더슨(현 오클랜드)을 시작으로 지난해 뉴욕 메츠 닐 워커(현 뉴욕 양키스) 등이 구단의 QO를 받아들인 선수다. 올해 류현진과 함께 QO를 받은 야스마니 그랜달(LA 다저스)과 브라이스 하퍼(워싱턴) 등 6명은 가치를 평가받기 위해 프리에이전트(FA) 권리를 행사한다.

물론 구단이 제시한 QO를 거절하고 시장에 나오면 신인 지명권을 양도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QO를 수락한 배경이 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건강이 증명되지 않은 투수를 영입하면서 신인 지명권을 양도할 구단은 그리 많지 않다. 야후스포츠는 “류현진이 QO를 수용한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올 시즌 대부분을 부상자 명단에서 보냈기 때문에 FA시장에서 다년 계약은 했을지 몰라도 연봉은 1790만 달러에 미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NBC 스포츠도 “옳은 결정”이라고 류현진의 선택을 지지했다.

류현진
LA 다저스 류현진.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QO를 받아들인 류현진은 내년 시즌 연봉 1790만 달러(약 203억 6000만원)를 받는다. 클레이턴 커쇼에 이은 팀 내 투수 2위에 해당하는 고액이다. 철저한 비즈니스 사업인 메이저리그에서 연봉은 선수 가치를 판단하는 잣대다. 고액 연봉자는 큰 부진에 빠지거나 부상하지 않는 이상 자리가 정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풀타임 선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30경기 150이닝 이상을 기본 목표로 삼을 근거는 마련됐다.

다저블루닷컴은 “3년 연장 계약을 한 커쇼와 구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워커 뷸러가 내년 원투 펀치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3선발로 선발진을 책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왼손 투수인 커쇼와 징검다리 형태로 등판하는 것이 류현진에게도 나쁘지 않다. 2013년 리그를 지배했던 커쇼-잭 그레인키-류현진의 삼각편대가 뷸러의 가세로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SS포토] 류현진 \'오늘은 커쇼와 장난 쳐 볼까?\'
LA 다저스 류현진이 경기 전 팀 동료와 장난을 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더구나 폭발적인 후반기를 보낸 류현진 입장에서는 내구성을 증명하기 위해 익숙한 다저스타디움에서 1년 더 생활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다저스의 제안을 뿌리치고 시장에 나갔다면 한파를 체감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기도 했다. LA 생활에 만족감을 갖고 있고 무엇보다 코치 이상의 존재로 아낌없는 지원을 보내준 릭 허니컷 코치도 1년 더 투수코치로 남을 예정이라 깊게 고민할 이유도 사라졌다.

다저스에서 1년 더 활약하며 내구성을 증명하면 다시 FA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올해보다 내년에 FA 시장에 나서는 투수가 적다는 점도 전략적 판단의 근거가 됐다. 내년 FA 시장에는 저스틴 벌랜더와 게릿 콜, 크리스 세일, 매디슨 범가너 등 특A급 투수가 등장한다. 사치세 등을 고려하면 류현진이 파고들 틈새시장이 더 넓어진다. FA재수가 무모한 도전이 아닌 현실적 선택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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