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많은 일본팬들이 방탄소년단의 도쿄돔 공연에 몰려들었다. 제공 | 피치커뮤니케이션

최근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방탄소년단의 일본 TV 프로그램 ‘뮤직 스테이션’ 출연 취소가 큰 논란이 됐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 문제를 정치적인 요소가 다분히 포함된 사회문제로 크게 다뤘는데 과연 일본의 방탄소년단 팬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13 ~14일에 열린 방탄소년단 도쿄돔 공연장을 찾아가 보았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놀란건 엄청난 인파였다. 콘서트 시작 7시간 전, 게다가 평일 오전인데도 불구하고 10 ~20대 초반 여성팬들이 많았는데 그중 캐리어를 끌고 다니던 모녀팬에게 취재를 요청했다. “(이번 논란에 대한)기사는 매일 접하고 있다”던 30대 엄마팬은 한국쪽 기사까지 체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커지는 논란에 마음을 졸인다는 엄마와 달리 아직 중학생인 딸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저 “이번 논란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견해가 다르다는 정도는 알고있다”고 무뚝뚝하게 답했다.

이번 논란을 부추기라도 하듯 공연장 부근에는 한 남자가 1인 시위를 벌이며 “방탄소년단은 일본을 싫어하는 무리들이니까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거칠게 외치고 있었지만 그를 지켜보는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의 행인이 방탄소년단의 팬들이었기 때문에 그저 웃는 얼굴로 그를 지나쳐갈 뿐이었다.

오후가 되자 도쿄돔 주변은 곳곳에서 행렬이 이어졌다. 굿즈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팬들, 팬클럽 가입 안내부스, 뭔가의 번호표를 기다리는 줄 등등. 인파를 헤치지 않으면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였다.

“친구가 방탄소년단에 푹 빠져서 덩달아 좋아하게 됐고 팬클럽에 가입해서 티켓을 구했다”며 기쁜듯이 말하던 A양 (10대,요코하마 거주)에게 방탄소년단의 매력을 묻자 “일일이 대답하기 힘들다. 그냥 살아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A양과 함께 온 친구 B양(10대,아츠기 거주) 도 “뮤직 스테이션 출연 취소? 아무렇지도 않다. 이렇게 일본에 와주고 돔에서 콘서트를 해주는것만으로 감사하다”며 한 손에 티켓을 꼭 쥔 채 활짝 웃어 보였다.

그런 팬들의 미소와는 대조적으로 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경비원과 경찰관들이 눈에 띄었다. 그 숫자는 지금까지 필자가 경험한 도쿄돔 공연 취재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많았다. 여성팬이 많았던 만큼 더욱 눈에 띈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만큼 경계태세였다는 뜻일 것이다. 추후 보도에 따르면 도쿄돔 주변 역에서 방탄소년단에게 항의하는 단체와 그들의 선동을 저지하려 하는 단체들의 대립이 있었다고 한다. 경비원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감돌았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팬들은 그런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도쿄돔 기둥에 부착된 멤버들의 포스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었다. 치바에서 왔다는 40대 여성팬은 “방탄소년단은 무엇보다 퍼포먼스가 훌륭하다”며 “돔투어 시작 전에 이런 논란이 일어나 시끄러운데 팬 입장에서는 단지 그들의 퍼포먼스를 즐기고 싶을 뿐이다. 앞으로 TV에서 그들을 볼 수 없게 되는 건 안타깝겠지만 이렇게 인기 있는 그룹을 출연시키지 않는다면 오히려 방송국 쪽이 시청률로 손해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팬이 방탄소년단을 옹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방송국까지 걱정하는 건 조금 요점을 벗어난 듯도 했다. 한일관계가 정치적으로 얼어붙은 2012년 여름 이후 K팝 가수들의 TV 출연이 급감한 제2차 한류붐을 경험해본 만큼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방탄소년단
한 일본 청년이 방탄소년단에 대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제공|피치커뮤니케이션

다만 이날 취재한 팬들 중에 부정적인 의견을 말한 사람은 없었다.

“이번 논란 때문에 떨어져 나간 팬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그들의 음악을 좋아한다”.(20대 여성팬)

“정치와 문화는 관계없다고 생각한다. 신경 쓰인 적은 없다”.(10대 여성팬)

“이번 논란에 대해 우리 팬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현재 제일 많은 생각을 하는 건 멤버들일 테고 앞으로의 일도 방탄소년단이 결정할 일이다”.(10대 남성팬)

좋아하는 스타에게 호의적이고 관대한 것이 ‘팬’이라는 존재다. 그런 만큼 위기감이나 사태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은 게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세상엔 각양각색의 의견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공연 당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발표한 공식 입장을 일본의 여론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콘서트가 끝난 뒤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으로 귀가하는 팬들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피치 커뮤니케이션 대표(번역:이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