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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미국 스포츠에서 단체 종목 우승은 매우 힘들다. LA 레이커스의 1980년대 ‘쇼타임 시대’를 풍미한 매직 존슨.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레전더리 빌 러셀, 카림 압둘 자바, 빨강 머리의 빌 월튼(현 LA 레이커스 루크 월튼 감독의 아버지) 등의 공통점은 대학농구 NCAA와 NBA 챔피언십에서 모두 우승한 스타 플레이어들이라는 점이다. 코비 브라이언트와 르브론 제임스, 케빈 가넷 등은 고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NBA에 뛰어 들어 이 대열에 올라 설 수 없다.

여기에 화룡점정하는 요소가 올림픽 금메달이다. 미국 농구의 트리플 크라운 격이다. 미 농구 사상 딱 7명이 트리플 크라운의 주인공이다. 1950년대 클라이드 러브레트(캔자스), 빌 러셀, KC 존스(이상 샌프란시스코), 1960년대 제리 루카스(오하이오 주립대), 1970년대 퀸 버크너(인디애나 대학), 1980년대 매직 존슨(미시건 주립대), 마이클 조던(노스캐롤라이나) 등이다. 3관왕을 이룬 감독은 한 명도 없다. 대학(캔자스)과 프로(디트로이트)에서 우승한 감독도 래리 브라운이 유일하다. 브라운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미국 국가대표팀 감독도 역임했으나 올림픽 사상 최악의 성적으로 동메달에 그쳐 3관왕 달성에 실패했다.

스몰포워드 카멜로 앤서니(34)는 미국 농구 국가대표팀 기록 보유자다. 유일하게 4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다. 2004년 아테네, 2008 베이징, 2012 런던, 2016 리우 대회때 미국 대표팀의 일원이었다. 아테네 올림픽 외에 매번 금메달을 땄다.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많지만 금메달 3개를 딴 선수는 앤서니 뿐이다. 최다 출전 덕에 미국 농구 대표팀의 통산 득점, 리바운드 기록도 앤서니의 몫이다.

203㎝의 앤서니는 뉴욕주에 소재한 시러큐스대 출신이다. 신입생이던 2003년에 시러큐스대에 유일한 NCAA 토너먼트 우승을 안겼다. 결승전에서 로이 윌리엄스(현 노스캐롤라이나) 감독이 이끈 캔자스를 81-78로 눌렀다.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앤서니는 MVP 격인 ‘토너먼트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Most Outstanding Player)로 선정됐다. 1학년을 마친 앤서니는 NBA 드래프트를 신청해 전체 3번으로 덴버에 지명됐다. 2003년 드래프트는 디트로이트가 잘못 선택한 다르코 밀리치(세르비아)를 제외하고 상위 5번까지 모두 명예의 전당감이다. 1번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3번 앤서니, 4번 크리스 보시(토론토), 5번 드웨인 웨이드(마이애미) 등이다. 이 가운데 NBA 우승을 하지 못한 선수는 앤서니가 유일하다. 제임스-보시-웨이드는 마이애미에서 뭉쳐 두 차례나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했다.

대학농구 우승과 올림픽 금메달의 2관왕을 거둔 앤서니에게는 NBA 우승반지가 절실했다. 2018~2019시즌 개막을 앞둔 8월13일 휴스턴과 베테랑 연봉 최저액인 240만 달러(27억1920만 원)에 계약한 이유도 우승의 꿈을 저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휴스턴은 제임스 하든과 크리스 폴이 건재해 NBA 최고 백코트 가운데 한 팀으로 꼽혔다. 그러나 기량이 쇠퇴한 앤서니의 한계가 드러났다. 지난 9일 오클라호마시티전에서 20분 동안 단 2점 밖에 올리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NBA 16년 동안 그의 평균 득점은 24점이다. 앤서니는 현재 팀을 떠나 있는 상태인데 휴스턴과 결별하고 새로운 팀을 찾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한때 리그 최고의 스몰포워드였던 트레이시 맥그레이디 ESPN 해설자는 앤서니에게 “이제 은퇴할 때가 됐다”고 충고했다. 두 차례 득점왕에 올랐던 맥그레이디 역시 우승 반지가 없다. 우승은 의지 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로버트 오리(48) 처럼 동료들에게 묻어가면서도 우승 반지를 7개나 낀 선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