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트 연플리 은주의방 포스터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드라마가 많아졌다.

과거 지상파 드라마로 대변되는 드라마 시장은 tvN과 JTBC를 필두로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로 넓어졌다. 후발주자였던 둘은 새로운 드라마 블록을 탄생시키며 생존에 성공했고 이제는 지상파와 같은 시간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과 여러 케이블 채널에서도 앞다투어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푹(pooq), 옥수수, 올레TV 등 국내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에서도 드라마 제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드라마 수는 많아졌지만 정작 드라마 시장 자체는 성장하기 보다는 제자리에 그치고 있다. 다양한 채널의 드라마로 시청층이 분산되며 속칭 시청률 대박이거나 화제성이 높은 작품을 찾아보기는 더 힘들어졌다. tvN과 JTBC의 약진에도 새로운 시청자가 늘어났다기 보다는 과거 지상파에 머물렀던 40~60대 시청자의 이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반면 10~20대는 모바일 디바이스로 콘텐츠를 소비하며 다양한 웹드라마에 시선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제작인력면에서도 콘텐츠 수가 늘어나며 자연스럽게 질적 하락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속칭 ‘고만고만’한 작품이 많아진 가운데 스타 캐스팅, 인기 작가의 검증된 스토리, 그리고 해외로케이션이나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하는 대작들은 여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tvN ‘미스터 션샤인’을 비롯해 ‘남자친구’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SBS ‘배가본드’ MBC ‘이몽’ 등이 방송을 앞두고 있다. 또 넷플릭스도 내년 ‘킹덤’을 공개한다. 이런 대작 사이에서 엄청난 제작비나 스타의 화제성과 인기가 아니더라도 뚜렷한 자기색을 가지거나 타깃 시청자의 니즈를 완벽하게 파악한 드라마도 눈에 띄고 있다.

2005년부터 드라마를 제작했던 OCN은 2010년이 지나며 장르물에 집중, 현재 꽃을 피우고 있다. ‘신의 퀴즈’, ‘뱀파이어 검사’, ‘특수사건 전담반 TEN’ ‘나쁜 녀석들’ ‘보이스’ 등 범죄 스릴러물은 물론 최근에는 ‘손 the guest’와 ‘프리스트’와 같은 공포물도 성공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OCN은 타 채널에서는 잘 다루지 못하는 소재와 이야기, 그리고 선 굵은 캐릭터를 통해 마니아층을 형성했고 이제는 수목 오리지널 블록까지 확장했다.

‘연애플레이리스트’ 시리즈, ‘에이틴’ 등 10~20대의 감성을 저격한 콘텐츠로 전 세계 조회수 10억 뷰, 770만 구독자를 달성한 플레이리스트는 웹 드라마가 가진 10분 내외의 짧은 호흡 속에서 시청자 맞춤형 콘텐츠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시청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한 플레이리스트는 제작단계부터 시청자를 분석하며 소재와 스토리를 맞춰나가며 차별화에 성공했다. 또 홍보와 마케팅에서도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올리브에서 매주 화요일마다 선보이는 ‘은주의 방’도 신선한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타 드라마에 비해 3분의 1 정도의 예산으로 만들어지고 있지만 라이프 스타일 채널의 색을 잘 녹여내며 인기를 얻고 있다. 소재현 PD는 “20대 후반의 진솔한 이야기를 위해 과감히 신인작가지만 능력있는 20~30대의 젊은 작가와 작업을 했고 저예산이지만은 높은 퀄리티의 드라마를 만들기위해 45분이라는 짧은 듀레이션을 잡았다”면서 “제작스태프들도 ‘백일의 낭군님’, ‘비밀의 숲’ 등 소위 말하는 A급 스텝들과 협업했다. 또 두 연출자 모두 프로듀서(기획제작을 담당하는PD) 출신이라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연출을 하여 프로덕션 시간을 줄여 효율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다수 드라마는 기존의 미니시리즈의 문법이나 제작 방식을 고수하려고 하는 경향이 크다. 그리고 웹 드라마나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부감도 적지 않다. 현재 다수의 드라마가 변화의 흐름과 발자국의 궤도를 맞추지 못해 우왕좌왕하며 시청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방송 관계자는 “채널이 가지고 있는 시청층이나 타깃 시청층에 대한 이해가 적거나 새로운 변화에 사이에서 밸런스를 맞추지 못한 드라마가 적지 않다. 콘텐츠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 기획단계에서 좀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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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OCN, 플레이리스트, 올리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