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케이로스 감독, 고개 숙인 손흥민 앞에서...환호작약!
이란대표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지난 해 8월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이란전에서 수적 열세 속 무승부를 이룬 뒤 고개 숙인 손흥민 옆에서 이란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를 껴안으며 환호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8강과 4강에서 모래바람 잠재우고 결승에선 지친 일본 혹은 이란을 제압하라.

가을에 열린 6차례 A매치에서 3승3무로 승승장구한 축구대표팀을 향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1960년 이후 이루지 못한 아시아 챔피언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태극전사가 가는 길, 거침이 없다. 한국축구의 비원을 이루기 위한 마지막 장애물은 결국 일본이나 이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3강의 리허설이 점점 끝나간다. 지금이야말로 아시아 라이벌과 한판 승부를 벌여 우승트로피를 높이 들어올릴 때다.

◇ 59년간 2등 4번+3등 4번…그러나 우승이 없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9~11월 A매치 6연전에서 무패 가도 달린 것은 물론 내용 면에서도 충분한 합격점을 얻었다. 세계 정상권인 우루과이 칠레부터, 북중미 복병인 코스타리카, 파나마, 그리고 아시아 수준급인 호주, 우즈베키스탄과 골고루 겨뤄 3승 3무를 챙겼다. 13득점으로 경기당 2골 이상을 챙겼고, 실점은 4개로 0점대다. 러시아 월드컵 멤버들을 주축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새 멤버를 적절히 활용했다. 벤투 감독이 첫 타깃으로 잡은 아시안컵이 45일 남았다. 4년에 한 번 모여 아시아 최강자를 가리고 우승팀에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 티켓을 주는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1956년과 1960년에 2연패한 뒤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준우승만 4번(1972·1980·1988·2015년)이고 3위에 4번(1964·2000·2007·2011년) 오르는 등 항상 정상 언저리에 있었으나 마지막 점을 찍지 못했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대표팀 은퇴 무대로 삼고 간절하게 도전했던 2011년 카타르 대회에서도 성적표는 3등이었다.

◇ 한국-일본-이란 3파전…호주-사우디 다크호스

아시안컵 우승은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보여준 경기력, 이후 열린 각국의 A매치 결과물 등을 종합해 볼 때 한국이 우승 후보 1~2순위로 꼽히기에 손색 없기 때문에 나오는 평가다. 홈과 원정, 주전과 후보, 공격과 수비를 가릴 것 없이 균형이 좋다. 베테랑 기성용부터 우승을 외치는 등 동기부여도 잘 돼 있다. 몇몇 라이벌 팀과의 피말리는 접전이 불가피하다. 장지현 SBS 해설위원은 “러시아 월드컵에서 아시아 팀으로 유일하게 16강에 오른 숙적 일본, 아시아 국가 중 FIFA 랭킹이 가장 높은 이란이 한국과 3강을 이루지 않겠냐”며 “디펜딩 챔피언 호주나 예전 명성을 되찾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개최국 UAE 등이 3강의 뒤를 이을 국가들로 여겨진다”고 했다. 일본 혹은 이란과의 마지막 승부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일본은 올 가을 5차례 A매치에서 4승1무를 거둬 러시아 월드컵 16강 상승세를 이어갔다. 우루과이를 4-3으로 이기는 등 경기당 3골을 작렬한 화력이 폭발적이다. 20대 초반 유럽파 선수들이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과 조화를 이루며 큰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 킬러’ 이란도 올 가을 4번의 A매치에서 패하지 않았다(3승1무). 특유의 철벽 수비를 앞세워 4경기 2실점만 기록했다.

◇ 대진표는 최상…겨울 대회에 컨디션 맞춰라

한국은 대진이 좋다. 한국은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중국과 치르는 C조 예선에서 예상대로 1위를 차지할 경우 16강에서 다른 조 3위와 싸운 뒤 8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준결승에서 UAE(혹은 우즈베키스탄)를 만날 전망이다. 중동 국가들은 홈 이점 속에 싸우지만 한국이 제 실력만 발휘하면 무난히 잡을 수 있다. 반면 일본과 이란은 호주, 카타르 등과 8강 혹은 4강에서 연달아 붙어 한 팀만 결승에 오르게 돼 있다.

걸림돌도 있다. 대회가 중동 날씨를 고려해 1월에 치러지는 게 변수다. 한국 등 동아시아리그가 오프시즌이어서 선수들의 몸상태가 1년 중 가장 나쁠 때다. 주축 선수들은 지난 겨울에도 러시아 월드컵에 대비해 겨울 전지훈련 및 A매치를 하느라 쉬지 못했다. 피곤할 수밖에 없다. 지금 추세라면 선발 라인업 6~7명이 한·중·일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된다. 이에 반해 일본은 유럽파 비중이 70~80%에 달해 겨울 대회 타격이 덜하다. 이란은 자국 리그도 겨울에 진행되기 때문에 선수들의 컨디션 사이클이 한창 올라가는 시기다.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어떻게든 1위를 하는 것도 필요조건이다. 혹시나 중국에 뒤져 C조 2위로 올라갈 경우 일본, 이란 등과 8강부터 줄줄이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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