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김재환, KBO 시상식 MVP 차지
2018 KBO 시상식이 19일 서울 르메르디앙 호텔에서 열렸다. KBO리그 MVP를 차지한 두산 김재환이 정운찬 총재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 11. 19.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예고된 일이었다. 수차례 논란이 일었음에도 투표 제도는 변하지 않았다. 소속 만으로 111개의 투표권을 부여한 결과 소신없는 장난식 투표가 반복되고 있다. 방어율 6점대 투수가 MVP 표를 받고 단 한 경기 출장한 선수가 신인왕 표를 받았다. MVP·신인왕 투표인단 축소를 비롯해 제도 개정을 논의해야한다.

2018시즌 최고 선수는 두산 김재환(30)이 됐다. 기록과 활약만 놓고 보면 이견의 여지가 없다. 드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며 가장 많은 홈런과 타점을 기록했다. 1998년 타이론 우즈 이후 20년 만에 잠실 홈런왕이 탄생했다. 소속팀도 정규시즌에서 역대 최다승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김재환의 MVP 수상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논란이 될 게 분명하다. 김재환은 2011년 10년 파나마 야구 월드컵에 출전했는데 도핑테스트에서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됐다. 21세기 메이저리그를 절망과 공포에 떨게 만든 금지약물 복용 사건이 한국에서도 터진 것이다.

김재환의 몸에서 검출된 테스토스테론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일종이다. 2007년 12월 미국 조지 J 미첼 전 상원위원이 조사하고 발표한 미첼리포트에 포함된 메이저리그 금지약물 복용자 대다수도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섭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효과는 뚜렷했다. 미첼리포트에 이름이 오른 선수들 대부분이 금지약물 복용 후 성적이 크게 향상됐다. 홈런수가 10개 이상 증가한 타자도 있었고 5~6㎞ 구속이 향상된 투수도 있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금지약물에 대한 무지함과 무방비, 성적지상주의에 빠진 선수들이 합작한 21세기 최악의 사건이었다. 스포츠 최고가치 중 하나인 ‘공정성’이 박살나고 말았다. 이후 메이저리그는 금지약물 징계를 강화했다. 취재진도 MVP와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금지약물 복용을 감점요인으로 삼는다. 금지약물 복용자 중 명예의 전당에 오른 이는 한 명도 없다.

2016년 마이크 피아자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는데 피아자는 2013년 2월에 출간한 자서전에서 과거 금지약물 복용을 고백한 바 있다. 자서전을 출간하기 전까지 어느 보고서에도 피아자의 이름은 없었다. 피아자는 금지약물 복용을 시인함과 동시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금지약물에 대한 규정을 마련한 2004년부터는 복용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은 명예의 전당 투표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자서전을 통해 과거를 고백한 피아자의 진심을 받아들였고 피아자는 투표 3년째인 2016년에 82% 득표를 받고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피아자 또한 자서전에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만큼은 섭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기자는 지금까지 한 번도 MVP와 골든글러브 투표에서 김재환을 선택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마이너리거 시절 금지약물을 복용해 징계를 받은 헥터 노에시 같은 선수에게도 투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금지약물 복용자는 투표에서 철저히 배제할 것이다. 그렇다고 김재환에게 투표한 기자들의 의견을 무조건 반대할 생각은 없다. 김재환은 금지약물 복용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특급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프로 입단 당시 포지션이었던 포수로서는 의문부호가 붙었지만 타격 재능은 최고 수준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전부터 연습배팅에서 잠실구장 한 가운데를 넘겼다. 누구못지 않게 치열하게 훈련하고 타석에 섰다. “김재환이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은 평생 안고가야 하는 잘못이지만 수많은 비난을 감수하며 ‘재기’한 모습은 인정해야 한다”, “금지약물 복용 후 시간이 지났고 그 사건 이후 가장 성실하게 도핑테스트를 받고 있다. 선수가 잘못을 늬우치고 다시 일어선 모습을 높게 평가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등의 의견도 어느정도 받아들일 수 있다. 소신있는 투표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메이저리그 또한 금지약물 복용자인 로저 클레멘스와 베리 본즈의 명예의 전당 투표율이 70%를 상회했다. 입성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금지약물 복용자를 두고 다양한 의견과 평가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신인왕
2018 신인왕 투표결과

김재환의 MVP 수상보다 큰 문제는 소신없는 장난식 투표다. MVP와 신인왕 투표 결과를 보면 가관이다. 방어율 6점대를 기록한 강윤구, 지난해보다 부진한 시즌을 보낸 이명기, 박해민 등에게 MVP 표가 들어갔다. 신인왕 투표에선 단 2경기 나온 고영창과 안성무가 각각 1위표와 3위표를, 1경기 출장에 그친 조성훈이 3위표를 받았다. 시상식의 권위가 무참히 짓밟혔다. 선수에게도 좋을 게 하나 없다. 2012시즌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장원삼과 2015년 최동원 상을 수상한 유희관은 웃지만 웃는 게 아닌 얼굴로 시상대에 섰다. 당시 투표가 잘못됐다는 것은 수상자도 잘 알고 있다.

올해 MVP·신인왕 투표에는 한국야구기자회에 속한 111명 취재진이 참가했다. 올해 메이저리그 MVP·신인왕·사이영 투표인원은 30명이다. 투표인원이 너무 많다. 이대로라면 언젠가는 건립할 한국야구 명예의 전당 투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야구기자협회가 투표인원 축소 등의 변화를 결정해야 한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