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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인(오른쪽)이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 권아솔로부터 지도를 받고 있다.

[스포츠서울 이주상기자] ‘천재 복서’, ‘김해 대통령’ 김태인(25·로드짐 강남MMA)이 드디어 종합격투기 데뷔전을 치른다. 그 무대는 오는 15일 그랜드 힐튼 서울에서 개최되는 XIAOMI ROAD FC 051. 종합격투기 선수를 꿈꾸며 서울로 상경한지 4년 만에 성사된 데뷔 무대다. 실력이 부족했던 건 아니다. 김태인은 복싱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을 정도로 타격에 큰 강점을 보인다. 닉네임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세운 아마추어 복싱 15전 15승의 전적이 이를 입증한다.

ROAD FC ‘라이트급 챔피언’ 권아솔(32·팀 코리아MMA), ‘전 밴텀급 챔피언’ 이윤준(30·로드짐 강남MMA)과 함께 훈련하며 그라운드 실력도 보강했다. 권아솔이 “김태인은 강력한 한 방을 지녔고, 레슬링 수준도 높다.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은 훌륭한 선수다”라고 평가할 만큼 김태인은 ‘숨은 강자’다. 아마추어 MMA 시합에서 7전 7승이라는 전적을 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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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프로 데뷔까지 유난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김태인은 “지난 4년간 ROAD FC의 모든 대회를 챙겨보고,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대회장에 있었다. 하지만 그저 먼 발 치에서 지켜만 봤었다”라며 “어느 한 곳 안 부러지고 안 다친 곳이 없었다. 내 길이 아닌 것 같았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너무 많았다. 넓은 서울 땅에 꿈 하나 가지고 올라왔는데 사는 게 너무 치열했고, 또 혼자 너무 많이 외로웠다”라고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김태인은 복싱을 하지 못하게 된 후 힘든 시간을 보내다, 군대에서 우연히 ROAD FC 경기를 보게 됐다. 케이지를 보니 다시 심장이 뛰었다. 그 이후 군대에 있는 내내 돈을 모아, 전역 다음날 바로 서울로 상경했다. 부모님은 아들이 다시 운동을 시작하는 것을 반대했지만, 오직 종합격투기를 하기 위해 도망치듯 고향을 떠났다.

서울 살이는 쉽지 않았다. 높은 방세와 생활비, 그리고 체육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하루에 세 개씩 아르바이트를 했다. 낮엔 식당에서 설거지를 했고, 새벽엔 대리 운전을 했다. 그럼에도 김태인은 오직 꿈을 위해 묵묵히 견뎠다.

기회는 자주 찾아왔다. 하지만 이내 허무하게도 김태인을 떠나갔다. 김태인은 “제 기억으로는 ROAD FC를 포함해 해외 단체까지 열 번 가량 시합이 잡혔다가 취소됐다. 물론 개인적으로 부상도 있었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니 진이 빠졌다.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라며 힘들었던 시기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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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인이 권아솔의 지도를 받고 있다.

하지만 김태인은 이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오는 15일 XIAOMI ROAD FC 051에서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그토록 고대하던 데뷔전이 확정된 기분을 묻자 김태인은 “이번 대회 오퍼를 받고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사실 아직까지도 대회 전 날 상대가 부상을 입거나, 무슨 일이 생겨서 시합이 취소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오롯이 기뻐하지 못하는 모습에서 그간의 시련을 느낄 수 있었다.

김태인은 “오랜 시간을 버티고 또 버티고 나니 드디어 데뷔전을 하게 됐다. 아직까지도 꿈만 같다. 이제 곧 현실이 될 텐데 아파도 참고, 못 걸으면 기어서라도 간다. 누구보다 치열했고, 외로웠고, 배고프고, 간절했다. 이번 경기로 내 이름을 새기고, 증명해낼 것이다”라며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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