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
심석희가 지난 2월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넘어진 뒤 다시 레이스를 하고 있다. 강릉 | 박진업기자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는 2018년 평창 올림픽 직전 진천선수촌에서 심석희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뒤 검찰로부터 징역 2년을 구형받았다. 지난 9월 1심에서는 그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조 전 코치는 법정 구속된 뒤 복역 중이다.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다. 조 전 코치는 자신의 죄를 뉘우치면서도 형량이 줄어들기를 원해 항소했다. 검찰과 심석희 측은 조 전 코치의 1심 형량이 가볍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이에 심석희가 직접 나서서 지난 17일 재판정에서 진술하는 승부수까지 던졌다.

심석희의 주장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폭행이 지난 1월16일 진천선수촌에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수 생활을 한 14년 내내 이뤄졌다는 점이다. 진술에 따르면 심석희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맞기 시작했다. 4학년 땐 조 전 코치에게 아이스하키 채로 두들겨 맞아 손가락 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조 전 코치는 중학생 이후엔 심석희를 라커룸으로 끌고 가 밀실에서 때렸다. 심석희는 지난 1월16일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머리를 집중적으로 폭행당해 뇌진탕 상해를 입었다”고 진술했다.

두 번째가 조 전 코치의 폭행이 올림픽 성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부분이다. 심석희는 평창 올림픽 성적 부진도 조 전 코치의 폭행에 따른 뇌진탕이 이유라고 항변했다. 그는 “고향(강릉)에서 열린 올림픽 경기에서 레이스 중 의식을 잃고 넘어져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심석희는 쇼트트랙 종목 중 거리가 가장 긴 여자 1500m 예선에서 스스로 넘어져 펜스에 부딪히는 바람에 조기 탈락하는 충격을 겪었다. 한국 선수들의 1~2위 동반 입상이 예상된 터라 그의 탈락은 작지 않은 이슈가 됐다. 심석희는 취약 종목 여자 500m에선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여자 1000m에선 결승에 올랐으나 최민정과 엉켜 넘어져 역시 메달을 따지 못했다. 다행히 3000m 계주에선 동료들과 힘을 합쳐 금메달을 땄다.

마지막으로 심석희는 조 전 코치가 특정 선수를 밀어주고 자신의 성적을 떨어뜨리려 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에 대해선 면밀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스케이트날 각도를 조작한 것, 평창 올림픽 도중 쇼트트랙 경기 장소인 강릉 아이스아레나에 나타나 모 선수를 지도하다가 발각돼 도주한 것, 평창 올림픽 전 월드컵 대회에서 특정 선수를 밀어주기 위해 자신을 들러리로 세웠다는 점, 자신의 성적이 오를 만하면 폭행이 가해졌다는 점 등을 내세우고 있다. 조 전 코치의 변호인은 지난 17일 법정에서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스케이트날 조작은 사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심석희는 “해외에서 스케이트날 각도 조작을 하다가 적발돼 징계를 받은 지도자가 있다”고 받아쳐 다툼이 예상된다.

조 전 코치는 자신이 강릉 아이스아레나에 나타났다고 심석희가 주장한 날 제주도에서 쓴 카드 내역을 공개하며 사실 무근이라는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컵 대회에 대해서도 이른바 ‘짬짜미’ 없이 각 선수들의 실력대로 레이스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조 전 코치와 심석희가 14년을 동고동락했고 같은 한국체육대학 출신이기 때문에 심석희를 해롭게 하는 행동을 할 수 없다고 역설한다. 이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손혜원 의원이 공개한 조 전 코치의 옥중편지와도 궤를 같이 한다. 편지에 따르면 조 전 코치는 “비한체대 선수들의 성적이 너무 좋다보니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자신을 연구실에서 2~3시간씩 세워놓고 때리고 욕했다”고 했다. 또 “(전 전 부회장에게)관두겠다고 말했더니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더라. 뺨도 맞았다. 직업도 잃고 빙상계에서 설 자리도 잃을까 무서워 (심석희 폭행이라는)올바르지 않은 일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심석희는 17일 법정에서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오히려 조 전 코치가 자신의 성적을 떨어뜨리기 위해 폭행했다는 것이다. 심석희는 “훈련 중 제가 경기력 등이 떨어져 있지 않을 때도 맞았다”고 했다. 월드컵 대회에선 특정 선수 밀어주기 발언을 조 전 코치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심석희의 진술을 듣고 있던 판사도 “조 전 코치가 왜 때렸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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