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조효정 인턴기자] 유튜버에 조기교육이 있다면 이런 걸까요. 키즈채널 '루루체체TV'을 운영 중인 어비(38·송태민)는 자녀들과 함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합니다. 루루체체TV의 루피나(9·송채빈)와 체라(6·송나윤)는 아버지의 독특한 교육철학 속에 성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다양한 이력을 지닌 어비는 IT업계에서 시쳇말로 '인싸'라고 불립니다. 젊은 시절부터 각종 전자제품 1호 구매자로 이름을 알린 그는 4차산업의 핵심인 사물인터넷을 선도하는 회사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디자이너, 가수, 교수 등 창의적인 생각으로 다양하게 활동했던 어비는 사랑스러운 두 딸에게도 자유롭게 세상을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근엄한 아버지이기보다 친구, 조력자로서 행복한 삶을 찾도록 안내하고 있는데요. 어비가 루피나와 체라에게 어떤 길을 인도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일반적인 부모들은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휴대전화를 못 잡게 하는데요. 어떻게 두 자녀와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나요?


하교한 루피나가 '친구들이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다'며 '구독자 2명, 좋아요 3개'라고 그러길래 '아빠가 이겨줄게'라며 무작정 시작한 게 지금까지 왔어요. 처음 시작할 땐 '채빈이와 놀자놀자'로 루피나만 출연했어요.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 콘텐츠를 일주일에 2~3개씩 매주 올렸어요. 몇 달간 조회 수가 안 나와도 아이가 좋아하니깐 계속했죠. 어떻게 보면 아이들과 저와의 놀이예요.


-지금은 둘째 체라도 출연하고 있는데요. 처음부터 방송을 함께한 게 아니었군요.


둘째는 처음에 영상 찍는 걸 싫어했어요. 그런데 언니의 모습이 영상에 찍히고 온라인에 올라가는 것을 보니 욕심이 생겼나 보더라고요. 나중에는 상황극에서 언니에게만 대사를 줬더니 자기도 달라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이 원한다고 해도 부모 입장에서 방송을 결정하는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쉽지는 않았죠. 다행히 제가 디자이너로 일했고, 일반적인 부모와는 달리 여러 활동을 했던터라 가능했죠. 영상을 처음 편집할 때는 3~4분짜리 영상 만드는데 4~5시간 걸렸어요. 요즘은 숙달돼서 1~2시간 안에 끝내죠. 지금은 육아휴직을 신청해서 시간이 많지만, 회사 다닐 때는 잠을 줄여가며 편집했어요. 아이들과 쌓는 추억을 담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니 힘들지는 않았어요.



-진짜 일반적이지는 않은 것 같아요. IT제품 1호 구매자 등 여러 매체에서 주목받기도 했는데요.


사실 제 취미가 잡다하게 많아요. 얼마 전에는 일본의 오타쿠 문화를 보여주고 싶어서 전자기기 개통 행사에 아이를 데리고 일본을 찾아가기도 했어요. 휴대전화 1호 구매를 위해 줄을 섰죠. 일반인이 느낄 수 없는 경험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아버님의 자유분방함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 같아요. 어떻게 자라셨는지 성장 과정이 궁금해요.


보기와 달리 저는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랐어요. 취미 생활도 못 즐기고 공부만 해야 했죠. 하지만 그렇다고 성적이 좋지는 않았어요. 제가 대학을 가면서 지방에 내려갔어요. 자취하면서 부모님의 간섭이 없어지니까 자유로워지더라고요. 그때부터 하고 싶은 것을 다 했어요. 어릴 때부터 꿈이 화가여서 대학 1학년 때 디자이너로 취업했어요. 사진 찍는 취미를 살려 공모전에 나가 상도 타고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양하게 경험을 쌓았어요. 그러다 보니 제가 다 몸으로 겪은 것들을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요. 공부만 시킨다고 다 잘되는 게 아니라는 걸 제가 직접 느꼈거든요. 그래서 자신있게 교육할 수 있어요.


-걱정 없이 아이들을 본인만의 교육 방법으로 키우는 이유가 있었네요.


저는 틀이 있으면 그 틀을 깨고 싶어요. '왜 쟤네만 해?'하면서 도전하고, 아무도 하지 않는 것도 하죠. 예를 들면 쓸데없는 책을 내기도 해요. 1~999까지 '369게임' 정답만 있는 책을 출판하기도 했어요.



-사물 인터넷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어비팩토리'를 운영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다양한 제품들을 개발했어요. 사물인터넷 초기라 반응이 좋았죠.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제품을 수출하면서 나름 잘 나갔죠. 하지만 회사 부채 때문에 매각할 수 밖에 없었어요. 재난대처 제품 하나가 성공했지만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면서 부채가 있었거든요. 다양한 취미를 즐긴 제 성격이 회사에도 묻어난 거죠. 부채 탕감을 위해 회사를 넘기고 현재 회사에 스카웃돼 전공을 살려 사물 인터넷 신사업을 맡고 있습니다. 남들은 큰 회사에 갔으니 성공한 거라고 하지만 여러 제품을 만들며 즐기면서 일하고 싶었던 저로서는 실패한 거죠.


-그래도 아이들이 아버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창의적인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의 창의적인 시각이 넓어진 것 같아요. 아이들이 방송하면서 스스로 생각을 하고 이것저것 만들기도 해요. 그래서 유튜브 방송 운영이 아이들에게 도움 된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도 시도해도 좋겠다 싶을 정도죠. 단, 부모가 장·단점을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겠죠.


-어떤 장·단점들이 있을까요?


방송하면서 장점은 아이의 발표력, 표현력, 배려심, 사회성 등이 좋아져요. 반면 단점은 인기가 높아지면서 생기는 악성댓글, 시선 등이 있죠. 악성댓글도 세 가지가 있는데요. 1차는 온라인, 2차는 현실, 3차는 주변이에요. 온라인은 필터 기능을 통해 부모가 막고, 교육을 통해 정신력을 기르면 돼요. 현실에서는 관심을 많이 받기에 생활이 불편해질 수 있죠. 마지막으로 주변은 대인관계에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사전에 대처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사람 많은 행사장을 찾아서 주변 반응에 익숙해지도록 하거나 사람 많은 곳에서 행동을 조심하도록 주의를 줘요.


-루피나는 온라인에서 악성댓글 봤어요?


루피나 : 어쩔 수 없죠. 크게 신경 안 써요.


어비 : 라이브 때 욕설이 올라온 적 있어요. 다행히 아이가 어떤 의미인지 몰라서 넘어갔어요. 그래서 필터 기능을 사용해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죠. 그러면서도 아이가 충격받지 않게 지속해서 교육도 하고 있고요.



-방송하는 게 재밌어요?


루피나 : 밖에서 촬영할 때는 추워서 힘들기도 한데요. 영상을 찍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게 재밌어요. 얼마 전에는 친구가 악성댓글 때문에 SNS 계정을 삭제했어요. 그래서 "신경 쓰지 마. 댓글 안 보면 돼. 네가 열심히 하기만 하면 돼"라고 아버지에게 배운 대로 위로했어요.


-'루루체체TV' 채널을 보면 엄마 몰래 시리즈가 인기가 많잖아요. 아이 어머니의 반대는 없었나요?


모두 아내의 동의 속에 촬영하는 거죠. 엄마 몰래 시리즈 같은 경우 모두 연출이에요. 아이와 게임방에 찾아간 건 밤 12시가 맞는데. 아는 변호사를 통해 아이와 밤늦게 게임방을 찾는 법적 해석을 확인하고 기획한 거죠. 영상 설명에도 상황극이라고 적어놨어요. 이 외 밤 12시에 촬영하는 콘셉트는 전부 연출이에요. 낮에는 게임방이 한적하거든요. 그래서 밤이라고 해놓고 낮에 촬영한 적도 있어요.



-여러 콘텐츠를 구상하다 보면 기획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루피나와 체라가 '아빠, 오늘은 이거 하고 싶어요. 저거 하고 싶어요'라고 말해줘요. 그러면 제가 좀 더 살을 붙여서 구체화하는 거죠. 상황극을 할 때도 있는데요. 애들이 연기하는 걸 싫어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재밌어하더라고요. 서로 주인공 하겠다고 나서기도 해요. 둘째 체라 같은 경우 '왜 언니 대사가 더 많아'라며 질투하기도 해요. 방송을 1년 넘게 하다 보니까 첫째 루피나는 이제 대사를 주면 자기 스스로 살을 붙여 말하기 시작했어요.


-방송하면서 긍정적인 부분이 많네요. 유튜버로 조기교육한 게 나중에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보셨나요?


제 성격상 미래를 위해 교육하고 싶진 않아요. 그냥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죠. 제가 책도 집필하거든요. 어느 날 아이가 '아빠 책도 써?'라고 하길래 '책 써볼래?'라고 물었거든요. 쓰겠다고 해서 아이 이름의 슬라임(slime·일명 액체괴물이라고 불리는 말랑말랑한 반죽) 레시피 책을 집필했어요. 제가 다양한 취미를 즐기며 배웠던 모든 게 결국 도움되고 있거든요.


-그래도 방송 활동을 하다보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에 많이 노출되잖아요. 대부분의 부모들은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성장에 끼칠 악영향을 걱정해요.


저희 부부도 당연히 걱정하죠. 저도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중독되면 어떻게 떼야 할 지 몰라요. 주변에서는 아이의 중독 때문에 정신과 상담을 받기도 했어요. 그래서 철저하게 아이들에게 절제를 가르치고 있어요. 정해진 시간에만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고 영상을 보더라도 옆에서 지도하며 부적절한 걸 보지 못하도록 신경쓰죠. 혼자서는 절대 못 보게 해요.


-첫째 루피나의 꿈이 사육사라고 들었어요.


아이의 꿈이 크리에이터가 아닌 사육사래요. 제가 대학을 인문학과로 나왔지만 디자이너로 일했잖아요. 그래서 '학벌이 필요하면 나중에 가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대학이 정답은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거죠.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어떤 취미생활을 하든 결국 이어지기 때문에 가능한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걸 하도록 돕고 있어요.



-루피나는 왜 사육사가 되고 싶어요?


루피나 : 강아지를 좋아하는데요. 밥 주고 키우는 데서 보람을 느껴요. 아빠와 양평 두물머리의 한 동물농장에서 아기 동물을 본 적이 있는데요. 되게 좋았어요. 아파트라서 강아지를 못 키우지만 키울 수 있다면 방송으로 강아지 이름을 지어달라고 하고 싶어요. 지금 이렇게 방송을 계속하면서도 사육사를 하고 싶어요. 방송에서 동물 관련 지식을 알려주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가 모든 걸 유튜브 콘텐츠와 연관 짓는 걸 보니 정말 즐기고 있는 것 같네요. 아버지 입장에서 뿌듯할 것 같아요.


유튜브 채널을 수익 활동이라기 보다는 나와 아이들의 추억을 쌓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영상을 찍으면서 더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고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으니깐요. 저는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는, 조력자인 아빠가 되고 싶어요. 방송도 아이들이 하기 싫다고 하면 내일이라도 당장 그만둘 거예요.


-그래도 방송을 하면서 걱정거리는 없나요?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사춘기가 걱정이에요. 아직 정확한 사례는 없지만 보통 어린 크리에이터들을 보면 중학생 때 멈춰요. 주변 친구들의 말에 상처받고 힘들어하거든요. 다른 크리에이터들을 지켜보면서 아이들의 앞날을 대비하고 있어요.



-아이들과 함께 방송을 만들면서 최종적인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아이들이 저처럼 자유분방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돈, 명예만 따르는 게 아니라 놀다 보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하고 싶어요. 또 많은 아빠의 적이 되겠지만 이렇게 놀아주는 아빠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저는 종종 친구들과 번개로 아이들을 데리고 만나 아내가 느끼는 육아의 부담을 덜어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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