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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 발렌티노 작가. 제공|라곰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전 세계 아이들이 사랑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못하는 디즈니 명작들. 우리가 기억하는 건 아름다운 주인공들이지만 그들 뒤에는 주목받지 못한 악당들이 있었다.

디즈니가 기획하고 세레나 발렌티노가 집필한 ‘디즈니의 악당들’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디즈니 명작 속 악당 캐릭터에 주목했다. 악당을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격인 이 소설은 출간 즉시 미국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국내에서도 지난해 10월 ‘사악한 여왕’, ‘저주받은 야수’, ‘버림받은 마녀’가 동시 출간돼 3개월만에 3만부가 팔리며 영미소설 1위를 기록했다. 최근 악의 여왕 ‘말레피센트’ 이야기로 돌아온 저자 세레나 발렌티노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악당에 매혹당한 이유를 들었다.

-‘디즈니의 악당들’이라는 시리즈는 어떻게 기획했나?

이 기획을 시작했던 건 2007년 즈음이었던다. 나는 언제나 동화를 사랑해왔고, 작가로서 그 동화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다루기를 원했다. 그런데 원래 동화란 태생적으로 어두운 부분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내가 디즈니의 악당들에게 끌렸던 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디즈니는 원래 꿈과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다룬다.

나는 종종 농담으로 이렇게 표현하는데 ‘디즈니는 가장 어두운 것들을 아름답게 각색한다.’고. 디즈니는 가장 무서운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밝고 아름다운 해피엔딩으로 바꿔낸다. 그러니 나는 그저 디즈니가 가장 잘 하는 각색을 했던 것 뿐이다.

-첫 번째 주인공이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속 새엄마다.

당시 편집자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악당이 사악한 여왕이었다. 여왕은 처음부터 외모에 집착하고 딸을 죽이려고 하는데, 그렇게 된 데는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꽤 많은 공을 들여서 쓴 소설이었는데, 우리는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쓰며 정말로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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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악당들 말레피센트. 제공|라곰

-디즈니 명작에 나오는 악당들이 굉장히 많다. 시리즈의 주인공을 꼽는데 어떤 기준 같은 것이 있었나.

사실 처음부터 시리즈를 기획한 건 아니었다. 악당 시리즈를 쓰고는 싶었지만 정말 원하는 독자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우선 ‘사악한 여왕’을 독자적인 소설로 써보기로 했다. 대신 혹시 시리즈로 쓰게 될 수도 있으니 소설 속에 약간의 힌트들을 담아두었는데 운이 좋게도 시리즈를 계속 쓸 수 있었다. 그때부터 이 시리즈의 악당을 누구로 삼아야 할지 고민했고, 모든 이야기는 이 시리즈의 실제 주인공인 세 자매(마녀)를 중심으로 정교하게 짜인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구성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를 다룬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다.

처음엔 정말 어려웠다. 사람들이 너무나 사랑한 캐릭터라 그걸 다룬다는 게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편집자가 여왕의 이야기라면 내가 그동안 써오던 어두운 색채로 잘 풀어낼 수 있을 거라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특히 어떤 부분에 집중했나?

소설을 쓰면서 가장 집중한 부분은 각 악당 캐릭터의 목소리였다. 왜 악당들이 끔찍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이해하도록 돕는 데 집중했다. 물론 악당들의 악행이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그들을 좀 더 이해해보려 노력하고, 그들이 왜 악당이 되었는지를 설명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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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악당들 시리즈. 제공|라곰
-시리즈 중에 특별히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

내가 만든 캐릭터를 뺀다면, 어린 시절의 말레피센트에 가장 애착이 간다. 말레피센트는 언제나 최고의 캐릭터다.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어떻게 탄생했나?

‘디즈니의 악당들’ 시리즈에는 새로운 디즈니 악당 세계관이 존재한다. 핵심 캐릭터는 ‘세 자매’인데, 새로운 캐릭터를 통해 이야기를 확장하면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다. 2권 ‘저주받은 야수’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튤립 공주, 키르케, 유모 등등. 단순히 한 캐릭터의 스핀오프보다는 그 뒤에 이렇게 큰 이야기들이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이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왜 세 자매인가?

세 마녀의 존재는 ‘사악한 여왕’을 집필하면서부터 생각한건데, 늘 도움을 주는 세 요정처럼 여왕을 조종하는 사악한 세 명의 마녀를 떠올렸다. 착한 요정들이 도움을 준다면, 사악한 마녀들은 어떻게 사람들을 조종하는지 역으로 생각하고 싶었다.

-시리즈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결말에 대한 힌트를 준다면?

이 시리즈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4권 ‘말레피센트’에서 시작된다. 세 자매는 말레피센트와 엄청나게 큰 전투를 벌이는데 전투 후에 사람들은 어떻게 변하는지, 왕국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보게 될 것이다. 5권의 주인공은 ‘라푼젤’ 속 가짜 엄마 ‘고델’인데 그녀 역시 시리즈에서 큰 역할을 한다. 선과 악이 혼재되는 이야기들을 그저 즐기시면 된다.

-독자 리뷰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모든 리뷰가 다 소중하지만, 그중에서도 이 책이 어떤 방식으로든 그들의 삶에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제일 좋았다. 내 이야기와 캐릭터들이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힘든 시간을 해쳐나갈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건 건 작가로서 너무나 행복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생각지도 못한 큰 사랑을 받아서 영광이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의 공감대 덕분인 것 같다. 앞으로 나올 고델과 또 다른 악당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많이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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