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우
김정우가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용수기자 purin@sportsseoul.com
‘리와人드’는 되감는다는 영어 단어 ‘리와인드(rewind)’와 사람을 뜻하는 한자 ‘人’을 결합한 것으로서, 현역 시절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의 과거와 현재를 집중 조명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주>

[글·사진 |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소리 소문도 없이 축구와 멀어졌던 김정우가 다시 축구로 돌아오고 있다. 축구팬들의 기억 속에 김정우는 뛰어난 기술과 왕성한 활동량으로 허리에서 팀의 중심을 맡는 선수였다. 한때 공격수로서 두각을 보이기도 한 그는 가냘픈 체구에 ‘뼈트라이커’라는 별명이 붙여지기도 했다.

지난 2016년 태국 BEC 테로와 계약 해지 이후 2년여간 소식이 없던 김정우는 최근 대외적으로 활동량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축구 콘텐츠 전문 유튜브 채널 ‘꽁병지tv’를 통해 오랜만에 축구팬에게 인사를 한게 첫 행보였다. 이후 지난 1일 막을 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중계 방송사의 프리뷰쇼에 출연하기도 했다. 선수 시절 미디어와 친숙하지 못해 ‘새색시’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 김정우였기에 더욱 새로웠다. 현역 시절과 상당히 달라진 모습으로 축구팬들에게 돌아온 김정우를 만났다.

김정우

◇은퇴 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선택한 김정우

현역 시절부터 은퇴 뒤에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가질 것을 다짐했던 김정우는 자신의 목표를 실천했다. 그는 “가족과 추억을 쌓기 위해 일본도 가고, 괌, 중국 등 해외여행을 다녔다. 아이들과 갈 때도 있고 아내와 단둘이 갈 때도 있었다.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며 “운동할 때 고민 중 하나가 가족과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못했던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가족과 긴 시간을 보내는 동안 김정우는 아내와 육아를 분담하기도 했다. 한 가정의 아버지로 돌아와 사랑하는 두 아들 지한(5) 이한(10개월)의 성장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김정우는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만족했다”며 웃었다. 그러나 두 아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의도치 않게 축구와 거리가 멀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는 “사실 그동안 축구를 제대로 못 봤다. 최근 들어 축구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TV를 켜면 아들이 ‘뽀로로’ 보자고 하고, 휴대전화로 보면 옆에 와서 괴롭혀서 보기 쉽지 않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하지만 아들 지한 군을 보고 다시 축구로 돌아올 결심을 했노라고 했다. 김정우는 지난해 대한축구협회와 은퇴식을 논의했다. 70경기 이상 A매치에 출전한 선수는 은퇴식을 치르는데 김정우는 71경기 출전 기록을 갖고 있다. 축구협회와 은퇴식을 논의 중인 걸 안 지한 군이 ‘우리 아빠가 TV에 나온다’며 유치원에서 자랑을 한 것. 김정우는 “은퇴식에 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오간 건 아니다. 또 지난해는 상황이 맞지 않아서 진행되지 않았다. 은퇴를 마음속으로 한 지 꽤 됐는데 은퇴식을 하는 게 맞는가도 싶다. 하지만 은퇴식을 하게 된다면 아들을 위한 결정이 될 것 같다. 아들이 정말 축구선수인 아버지를 보고싶어 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김정우

◇‘새색시’ 아닌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2년여 시간 동안 가족과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낸 김정우는 가장,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다시 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는 “가족과 충분히 시간을 보낸 만큼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가족이 든든할 것”이라며 “일을 계획하고 조금씩 늘려가고 있는데 다양하게 경험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프리뷰쇼 출연도 결정했다. 지금 B급 지도자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아내와 상의해서 차근차근 자격증을 따려고 한다. 지도자의 길을 걸으려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김정우는 가장으로서 첫 행보로 은사인 조민국 감독이 몸담고 있는 청주대학교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한 달가량 제주도까지 내려가 전지훈련 중인 팀의 지도법을 배우고 훈련 분위기 등을 지켜보며 어떤 지도자의 길을 걸을지 구상했다. 오랜 시간 아이들과 함께 하다보니 막상 자신과 떨어지는게 아이들에게 시련이 될까 걱정도 했었다. 그는 “떨어지면 아들이 울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날 찾지 않는다더라. 그 부분이 의아했다. 한 달간 떨어져 있을 때 전화를 해도 관심이 없더라. 아들에 대한 걱정이 덜 되기보다 오히려 섭섭하더라. 내가 재밌게 놀아줬는데 아내만 찾으니 말이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2010 FIFA 남아공월드컵 한국-아르헨티나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김정우(왼쪽)가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리오넬 메시를 전담 마크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경기 전날엔 항상 잠을 못 잤어”

김정우하면 트레이드마크가 ‘뼈’다. 현역 시절 앙상한 체구의 김정우와 부딪히면 뼈에 찔리듯 아프다고 호소하는 상대 선수들의 불평이 있었다. 몸싸움을 하면 대부분 김정우가 이겼기 때문이었다. 그는 “내 주 포지션이 미드필더인데 피지컬적으로 내가 약하다 보니 몸싸움을 어떻게 하면 잘 할까 항상 고민했다. 해법은 내가 먼저 태클하고 부딪히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본에서 경고를 17장 받을 정도로 터프하게 했다. 말랐지만 강한 선수라고 생각하게 했다. 몸 싸움이 안 되더라도 억지로 덤볐다”라고 설명했다.

신체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몸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법을 터득한 김정우는 꾸준히 국가대표에 발탁되며 국내에서 손꼽히는 미드필더였다. 그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박주영, 박지성에 이어 세 번째로 국제축구연맹(FIFA)이 꼽은 한국의 주요선수로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김정우가 뛴 모든 경기가 최고의 컨디션이라고 말하기 힘들었다.

그는 “난 특이하다. 월드컵뿐만 아니라 A매치, 프로경기 모두 경기 전날 잠을 못 잤다. 경기 전날이면 생각이 많아져서 그렇다. 모든 경기에 잠을 제대로 자고 출전한 적이 없을 정도로 예민했다”고 말했다.

puri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