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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자동차가 작은 정원의 울타리를 벗어나 거침없는 질주를 펼치기 시작했다. 싱어송라이터 카더가든(Car, the garden.본명 차정원.29) 그의 최근 행보는 그의 예명을 닮아있다.

카더가든은 2013년 ‘메이슨 더 소울’이란 예명으로 데뷔한 이후 래퍼 빈지노, 로꼬, 가수 선우정아, 밴드 혁오 등과 협업으로 이름을 날려온 ‘인디씬의 숨은 강자’다. 그는 호소력 넘치는 목소리와 탁월한 보컬 능력을 앞세워 최근 종영한 SBS ‘더팬’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 매니아층을 넘어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최근 만난 카더가든은 인터뷰 내내 유쾌했고, 솔직했다. 자신의 ‘롤모델’ 빈지노, 장기하에 대해 이야기할 땐 “그러고 보니 둘 다 서울대 출신이다. 나도 포털사이트에 내 이름을 검색했을 때 ‘서울대’라고 적혀 있으면 기분이 좋을 거 같다”는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고, 10대에서 60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R&B에서 록으로 장르가 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장르보다 목소리로 기억되는 가수가 되겠다”는 의욕도 보였다.

-‘더팬’ 우승 소감.

기분이 너무 좋다. 끝난 이후엔 시원 섭섭하다. 몇달 동안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늘 해오던 선곡·편곡 작업이 없어지니 허탈하다.

내 목소리를 많은 분들이 좋아해줬다는 게 기분 좋았다. 멋지고 큰 무대가 끝났다고 생각하니까 조금 섭섭하다.

-소속사에선 출연을 말렸다고 들었다. ‘더팬’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소속사 두루두루 아티스트컴퍼니 대표님은 안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지만 주변 동료나 친구들은 잘 해보라고 응원해줬다. 방송 욕심이 있다기 보다는 인지도, 대중성에 대한 욕심, 갈증이 있었다. 그래서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땐 유명세, 인지도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주변 뮤지션을 봤을 때 유명해지면 더 멋있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걸 보며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아무리 노력해도 유명해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흐지부지 끝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이전에도 나를 지지해준 팬들이 꾸준히 있었지만 더 유명해지고 싶었다. 음악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틈이 나면 멋진 뮤지션의 영상을 찾아본다. 더 큰 공연장, 더 많은 사람을 상대하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유명세·인지도에 대해 직접적으로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

첫 정규 앨범을 만들었을 때 많은 사람이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더라.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 돼야 대중이 알아봐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가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다짐을 그때 하게 됐다.

-인지도·유명세를 잘 사용한다고 느끼는 아티스트는.

내 주변에 인지도가 생긴 뒤 달라진 사람은 없었다. 으쓱해 하는 사람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내 롤모델은 빈지노, 장기하다. 둘의 공통점은 인지도, 인기에 우쭐하거나 머물지 않고, 그걸 새로운 추진력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빈지노와 친분이 두텁진 않은데 나를 많이 도와줬다. 빈지노가 어떻게 생각할진 모르지만 나는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인기가 한창 많을 때 나온 앨범 ‘업 올 나잇’(2014년)의 동명 수록곡에 피처링을 할 기회를 줬다. 그때 이후 굉장히 많은 피처링 제의를 받았다. 자신의 투어에도 나를 데리고 다니고, 무대에 서게 해줬다.

빈지노를 보며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힙합 하는 아티스트 중에 빈지노가 롤모델인 이가 굉장히 많다. 옆에서 본 빈지노는 자기확신을 갖고 원하는 길로 간다. 정체돼 있는 걸 싫어하고, 늘 새로운 걸 원한다. 본받을 부분이다.

소속사 선배인 장기하는 음악을 만들 때 자세, 인간됨이 훌륭한 뮤지션이다. 장기하의 노래를 들으면 ‘가사는 저렇게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본인의 정체성이 확실하다고 여겨지는, 몇 안되는 뮤지션이다. 본인 삶과 자세가 고스란히 음악에 투영돼 있다. 빈지노와 마찬가지로 타협이 없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음악을 한다.

말하고 나니 공교롭게 둘 다 서울대 출신이네. 그런 점은 부럽다. 내가 내 이름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했는데 옆에 ‘서울대 출신’이라고 나오면 좋을 거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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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혁오의 리더 오혁과도 친분이 두껍다. 혁오의 ‘톰보이’를 함께 만들기도 했다.

요즘 자주 못 봐 아쉬운데 틈 날 때 자주 보려하는 동생이다. 내가 잘 되기를 바라는 친구다.

내가 2015년 발표한 앨범 ‘포토그래퍼’ 수록곡 ‘부쉬윅’ 작업에 오혁이 참여하며 인연을 맺게 됐다. 당시 혁오와 함께 공연을 했는데 현 소속사 대표님(두루두루 아티스트컴퍼니 강명진 대표)이 와서 보고 나를 영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더라.

오혁을 만났을 때 음악적으로 오래 교류할 동지를 만났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음악이 너무 세련됐고, 오혁이란 사람 자체의 매력이 많았다. 그래서 처음엔 일방적으로 내가 좋아했다. 나에게 좋은 자극을 주는 동생이다.

-오혁이 ‘카더가든’이란 예명까지 지어줬다고.

2013년 데뷔할 때 쓴 예명 ‘메이슨 더 소울’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지었다. 사전을 펼쳤는데 거기 ‘메이슨’이란 단어가 나왔는데 뜻이 ‘석공’이었다. 거기에 아무 생각 없이 ‘소울’을 붙였다. ‘메이슨 더 소울’이라 이름을 지은 뒤엔 ‘영혼을 깎겠다’는 뜻이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쓰다 보니 헷갈려 하는 사람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2015~2016년 무렵 오혁이 이름을 바꾸라고 권유를 했다. 마치 작명소장처럼 ‘카, 더 가든(Car, the garden)’이라고 써왔더라. 내 본명(차정원)을 그대로 영어로 쓴 것이었다. 보니까 스펠링도 예쁘고, 누가 이름의 뜻을 물을 때 “뜻이 이름입니다”라고 하면 되니 재밌을 거 같았다. 작명료? 아직 주지 못했다. 조만간 오혁에게 주긴 줘야 할 거 같다.

-‘더 팬’ 출연 이후 인지도가 높아진 걸 체감하나.

예전엔 나를 알아보는 분이 별로 없었다. 사인할 일도 별로 없었다. 지금은 음식점에 가면 젊은 분 뿐 아니라 나이 있는 분도 많이 알아보더라. 일부러 많이 알아보시라고, ‘더 팬’에 출연했을 때처럼 머리를 뒤로 모두 넘기고 다닌다.(웃음) 1~2년전부터 자주 다니던 홍대 국밥집이 있는데, 원래 모르다가 내가 TV에 나오니 이제서야 알아봐 주신다. 기분 좋다. 술집에 들어가서 사장님이 콜라 하나를 서비스로 주신 일도 있다.

인지도가 올라가서 나쁘거나 불편한 점은 아직 없다. 그런데 행동을 조금 조심하게 되는 때는 있다. 내가 홍대 근처에서 술을 자주 마시는데 나를 알아보는 게 느껴지는 분들이 있다. 그러면 함께 술 마시는 친구들에게 말을 조금 조심해서 하라고 하기도 한다. 그럴 땐 친구들에게 “연예인병 걸렸다”고 구박당한다. 그런 상황도 좋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TV에 출연한다는 점 때문에 인디씬 등에서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은 없나.

친했던 아티스트들이 ‘별로다’, ‘멋없다’고 할까봐 걱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고집스러울 거 같다’고 느꼈던 이들이 오히려 열심히 응원해주더라. 내가 뭐라고 한 동료는 한명도 없었다. 알고보니 그들은 나를 뮤지션, 동료 이전에 친구로서 응원해준 것이었다. 모두에게 고맙다.

-‘더팬’ 첫회에 ‘인디황제’로 소개됐다. 본인 의도였나.

‘인디황제’란 말을 그때 처음 들어봤다. 부담스러웠다. 그 수식어 때문에 놀림도 많이 받았다. 함께 하는 밴드 형들이나 친한 팀 선·후배들이 나를 보면 “폐하, 오셨습니까”라고 놀렸다.

-카더가든은 인디 가수인가. 본인이 생각하는 ‘인디’ 개념은.

인디는 음악 방식를 일컫는 것 같다. 아티스트 스스로 알아서 뭐든 걸 제작하고 홍보하는 시스템적인 형태가 ‘인디’ 같다. ‘인디 시장’이란 말이 있지만 정의를 잘 모르겠다.

내가 속해 있는 레이블(두루두루 아티스트컴퍼니)는 스스로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나는 내가 ‘인디’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더 큰 기획사와 비교하면 인디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소속사가 있고, 나를 도와주는 스태프들이 있다. 인디스러워보일 수 있지만 난 인디가 아니다. 스케줄 다닐 때 카니발 타고, 매니저들이 악기도 들어준다.(웃음)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두루두루 아티스트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