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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배우근 기자]삼성 김동엽이다. 삼성이 기대하는 거포.
19일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 이곳은 삼성이 매년 스프링캠프를 여는 곳.
김동엽이 방망이가 아닌 밀대를 들고 있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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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티배팅을 하고 난 뒤 스파이크에 패인 그라운드를 정리하는 것이었다.
말끔하고 평평하게.
다른 선수들이 온전한 그라운드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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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야구는 매너다.
삼성 김헌곤도 티배팅 후 자신의 발에 패인 그라운드를 고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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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만 해당되지 않는다.
삼성의 새로운 외국인 투수 맥과이어도 밀대를 들었다.
그는 이날 오후에 불펜피칭을 한 뒤, 땀이 채 마르기도 전에 밀대를 들고 마운드를 정리했다.
누가 던진 흔적도 찾아볼 수 없게.
세심하고 꼼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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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미소가 매력적인 맥과이어.
그는 이날 불펜 피칭을 마친 뒤, 공을 받아준 약관의 포수 이병헌, 김민수에게 90도 고개숙여 인사했다.
정확한 발음으로 “감사합니다”라고 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나는 일개 투수일 뿐이다. 공을 받아준 그들에게 고마워서 인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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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3년차 외국인 타자 러프는 한국선수가 다 됐다.
가장 먼저 자신이 사용한 배팅볼을 박스에 담고 있다.
러프는 삼성의 4번 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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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는 감독, 선수를 막론한다.
지난해 삼성을 6위까지 끌어올린 김한수 감독, 최태원 코치가 선수들이 번트훈련때 사용한 공을 정리하고 있다.
선수들이 한번이라도 더 방망이를 휘두를 수 있도록 서두르는 선배의 마음이 행동에 담겨있다.
야구를 잘 하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다루는 장비를 아끼고 사용한 물품을 잘 정리하는 것도 기본적인 매너다. 그런 매너가 잘 닦여진 팀이 성적에 앞서 훌륭한 팀이다.
스프링캠프는 한 해 농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다. 생존을 위해 시즌에 버금가는 긴장감이 맴돈다. 그러나 서로를 배려하고 하나로 뭉치는 장면은 캠프의 이면이기도 하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