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
KIA 고졸 신인 김기훈이 지난 14일 일본 오키나와 우라소에 구장에서 열린 야쿠르트전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일본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팀들은 표정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일본 프로야구팀과 치르는 평가전에서 승전보를 울리지 못한 것도 있지만 궂은 날씨 때문에 훈련과 실전점검 모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중고다.

오키나와에는 KIA와 삼성, 한화가 전지훈련을 치르고 있다. 두산은 지난 18일 1차 캠프를 마치고 20일 일본 미야자키로 떠나고 호주와 미국 플로리다에서 훈련 중인 LG와 SK, 대만에서 담금질 중인 롯데 등이 오는 25일을 기준으로 입국한다. 일찌감치 남국에 주둔지를 차린 세 팀이 일본 프로야구팀과 평가전을 치르고 있는 이유다.

안타깝게도 일본팀 1군과 치른 평가전은 1무 7패다. 가장 활발하게 평가전 일정을 잡은 KIA가 다섯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한화가 지난 18일 주니치와 두 번째 맞대결에서 4-4 무승부를 기록한 게 가장 좋은 성적이다. 대등한 경기도 더러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완패다. KBO리그 투수들은 일본 타자들을, 타자들은 일본 투수들을 공략하지 못했다. 몸을 만드는 단계인데다 캠프 시작 3주가 지난 시점이라 체력이 떨어졌다는 점을 고려해도 아쉬운 성적이다.

이수민, 불펜피칭 [포토]
삼성의 이수민이 19일 아카마구장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에서 불펜피칭을 하고 있다. 오치아이 코치가 지켜보고 있다. 오키나와|배우근기자kenny@sportsseoul.com

이른바 오키나와 리그에서 한국팀이 고전하는 이유를 문화차이에서 찾는 목소리도 있다. 일본 야구를 경험한 지도자들은 “일본은 2월 1일 캠프 시작부터 실전을 치를 수 있는 상태로 합류한다. 캠프 시작 직후부터 자체 평가전을 통해 기량을 점검하는 문화가 일반적이다. 한국은 2월 1일부터 캠프를 시작하는 게 3년밖에 안됐지만 일본은 그 역사가 훨씬 길다. 한국에서 말하는 비활동기간에 몸을 만드는 방법 자체에 차이가 있다”고 진단했다. 양팀 다 100%인 상태로 평가전 형태의 맞대결을 하면 경기 당일 컨디션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다는 의견도 뒤따랐다. KBO리그 수준이 예년에 비해 많이 올라왔다는 의미다.

기본적으로는 선수층의 차이가 뚜렷하다. 캠프에 참가하는 선수 개개인의 기량을 따져보면 일본 팀이 전체적으로 한 단계 높은 수준이라는 데 이견을 제기하는 이가 별로 없다. MBC 허구연 해설위원은 “선수 층의 차이가 곧 수준 차”라고 말했다. 고졸 신인만 놓고봐도 4000개가 넘는 고교야구 선수 중에 12개 구단에 지명되는 선수와 70여개 학교에서 10개 구단에 입단하는 선수의 수준 차가 있다는 뜻이다. 일본 투수들은 아마추어라고 해도 제구가 뛰어나다. 세기에서는 한국 선수가 더러 앞서기도 하지만 결국 투수는 제구와 구위로 싸우는 포지션이다. KIA 김기태 감독은 “4000개 팀에서 뽑은 최고 유격수 한 명과 70개 팀에서 뽑은 최고 유격수가 1대 1 맞대결을 한다고 가정하면 어느 쪽이 더 유리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선수 층 차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19일 예정됐던 KIA와 한신, 삼성과 니혼햄의 평가전은 비로 취소됐다. 실전감각을 끌어 올려야 할 중요한 시기에 잦은 비로 경기가 잇따라 취소되면서 각 팀 사령탑의 속도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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