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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지상파 드라마 하기 싫다.” 배우도, PD도 한 목소리다.

복수의 연예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배우들이 지상파 드라마 하기 싫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분위기는 배우뿐 아니라 PD들 사이에서도 비슷하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드라마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부터 지상파가 요즘 tvN이나 JTBC에 비해 너무 비교가 된다”면서 이유를 밝혔다. 드라마 홍수 속에서 감각적이거나 압도하는 느낌으로 드라마팬들의 관심을 끌어도 모자를 판에 지상파 드라마들은 너무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안일하게 일을 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다른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예전에는 배우들이 지상파 드라마 아니면 안 하려고 해서 tvN 드라마에 출연시키려면 출연료를 많이 줘야만 했다. 그런데 이제는 tvN 드라마만 하겠다고들 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지상파 PD들 역시 회사 안에서 답답하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드라마의 만듦새가 비교가 되는 것은 물론 준비단계부터 완성품을 내놓기까지의 전체 과정에서 들이는 공력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배우들만이 아니라 연출을 하는 PD들 역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카메라 혹은 촬영팀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화면에 앵글을 어떻게 잡고 어떻게 찍느냐는 연출자 혼자의 문제가 아니다. 카메라가 따라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달 절정의 인기를 누린 JTBC ‘SKY캐슬’은 배우들의 명연기가 호평받은 가운데 배우들은 자신들의 연기를 잘 담아준 연출과 카메라에 그 공을 돌리기도 했다.

이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일례로 긴장감 있는 장면을 연출하려고 하는데, 아무리 배우가 긴장감 있게 연기를 하려고 해도 그냥 한 방향의 앵글로만 보여지면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요즘은 웬만한 드라마들이 속도감과 긴장감을 위해 같은 장면도 여러 앵글에서 찍고 장면전환도 엄청 빠른데, 그런걸 다 화면에 넣으려면 카메라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한다. 배우가 뛸때 카메라도 같이 뛰어야 보는 사람도 그 긴장감이 전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현재 방영 중인 MBC 월화극 ‘아이템’은 장르물이지만, 업계관계자들이 “연속극 같이 찍었다”고 쓴소리를 하며 혀를 차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tvN과 OCN 등의 채널에서 미국드라마 등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완성도의 드라마에 익숙한 팬들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은 것.

문제는 지상파 내 촬영팀은 이제 연출하는 PD들보다 대부분 연차가 한참 높은 공채 선배들이라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외주 PD가 와서 연출하는게 아니면 카메라 감독도 외주로 쓰지 못한다. 왜냐하면 사내 촬영 감독들이 하늘 같은 선배인데 감히 그 선배들을 뒤로 하고 외주 카메라를 부르지 못하는 것이다. 또, 그 선배를 데리고 연출을 할 때도 문제다. 다들 자기들이 해오던 방식이 있고, 그걸 고집하니까 아무리 연출이어도 후배기 때문에 어쩌지를 못한다”고 말했다.

안판석 PD와 손예진

그렇다고 소위 옛날 방식의 연출이나 카메라 기법이 완전히 틀렸다고 볼수만은 없다.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켰던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비롯해 수많은 히트작을 내놓은 안판석 PD는 그만의 연출 스타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의 카메라는 늘, 요즘은 많은 드라마들은 잘 하지 않는 롱테이크와 풀샷으로 이뤄지지만 매번 인기를 끌어왔다.

안판석 PD와 손예진, 정해인

이에 대해서는 안판석 PD 역시 이미 오래전에 외주 PD로 나온터라 연차는 오래됐지만 남다른 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한다. 한 연예 관계자는 “지상파 안에 오래 있던 사람들은 정글 같은 생태를 아직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굳이 알 필요가 없는 안전한 곳이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러는 사이 경쟁력은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앞날이 창창한 젊은 PD들은 스스로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지상파를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로 보인다. 최근에는 MBC 이동윤 PD와 최병길 PD가 사의를 표명하고 이적을 계획하고 있다.

cho@sportsseoul.com

사진| JTBC